모든 순간의 인문학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며칠 째 비가 온다. 가을비다. 여름의 태양빛에 지쳐 가을비가 반갑지만, 집안은 무겁게 가라앉아있다. 하루 종일 원서로 된 소설만 읽고 있다 지겨워져 도서관에 갔다. 매주 금요일은 새 책이 들어오는 날. 누구의 손도 닿지 않는 새 책을 빌려 볼 수 있다니 얼마나 큰 행운이란 말인가. <모든 순간의 인문학>을 새 책 코너에서 발견했다. 사실 요즘 이런 종류의 책이 너무 많이 출판되고 있어, 그 양상이 좋지는 않으나 지금 나의 눈은 영어 활자들로 인해 지친 상태이다. 거침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이 필요하다. 게다가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든다. 작가는 경상대 국어교육과 교수이다.

   에세이 형식으로 되어 있고 자신의 생각을 영화와 책들을 예로 들어 풀어간다. 대부분 영화와 책들을 보고 읽은 터라(대중적인 작품들이 많다) 가볍고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5개의 단락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사랑에 관한 단상들이 주를 이룬다. 저자는 책 속에서 자신은 아름답지도, 뛰어나지도, 자신감 넘치지도 않기 때문에 착해지기라도 해야겠다고 틈틈이 이야기하지만, 작가 사진을 보면 배우처럼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음...그렇다면 교수가 될 정도로 똑똑하지도, 작가보다 아름답지도 않은 나는 어쩌란 말이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서른에도, 마흔이 넘어도, 예순이 넘어도, 사랑이란 건 언제나 젊다. ‘젊다’는 어떤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가 아니다. 젊다는 것은 설렘과 실수의 반복으로 구성되는 동사다. 35-36

 

# 이상형은 원래 5~8세에 만들어진다고 한다. 일종의 각인 효과다. 그때 생긴 어떤 이미지가 어른이 되어서도 남아 있게 된다. 이를 사랑의 지도라고 한다. 우리는 어떤 분위기, 어떤 체형, 얼굴, 성격, 목소리, 스타일, 심지어 신체 특정 부위의 형태, 냄새를 가진 사람들을 동경하게 된다. 54

 

# 아름다움은 무엇보다 ‘무심함’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그럼 어떤 사람이 매력이 있는 걸까? 황인숙의 시 <긴 말 하기 싫다>에 이런 구절이 있다. 81-82

 

어쩌겠니, 내가

어제 오늘 못생겨진 것도 아니고 .....

항상 이렇게 생겼었다는 것이

위로가 되다니!

 

 

# 롤랑 바르트도 <밝은방>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쉽게 해석되는 이미지를 스투디움이라 하고, 언제나 모호한 이미지를 풍크툼이라 했다. 진정한 이미지는 단연 풍크툼이라고. 이 풍크툼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을 무뎌지지 않게 하고 예민하게 만든다. 83.

 

# 여행 이야기라고 다 들은 만한 것은 아니다. 여행담이라는 건 과시욕으로 들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것을 자기가 보았고, 걷지 못한 거리를 자신은 걸었으며, 먹어보지도 못한 것들을 자기는 충분히 즐겼다는 것, 그것을 주로 얘깃거리로 삼기 때문이다. 136.

 

# 불안은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현상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 근거없는 의심과 추측이 불안을 만든다. 이런 것을 심리학에서는 오버씽킹이라고 한다.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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