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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서재 - 나만의 도서관을 향한 인문학 프로젝트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타인의 목록’에 기죽지 않는 ‘내 마음의 서재’를 꿈꾸다.
책 뒷표지에 적힌 글이 마음에 들어 책을 펼쳤다. 예전에 정여울 작가의 <시네필 다이어리>를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다. 지금 보니 이름도 참 예쁘네.
이 책은 작가가 3년간 <한겨레신문>에 ‘정여울의 청소년 인문학’ 코너로 연제한 글을 모은 것이다. 따라서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무거운 책이다. 머리가 아플 때, 휴식 취하고 싶을 때 읽기 좋은 책이라고 하면 될려나. 일주일간 해야 할 일이 있어 책을 한권도 제대로 못 읽은터라 책을 펴자마자 끝까지 읽어버렸다. 에세이 형식으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들을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간혹 독자의 생각과 맞지 않을 수도 있으나 그것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니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면 된다. 작가가 읽은 수많은 좋은 책과 영화가 그녀의 사유와 맞물려 소개되고 있는데, 어라 이 작가도 이 책을 읽었단 말이야 하고 묘한 동질감을 느끼기기도 한다(데릭 젠슨의 책을 여기서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틈틈이 그림도 실려 있는데 글과 직접적인 연관이 되지 않은 그림도 있으나, 그림이 실린 자체가 반갑다. 좋은 그림들이다.
# 인간의 결핍에 호소하는 소비의 형태는 매우 다양해져서 이제 ‘가상의 소비’조차 어엿한 소비의 모델이 되었다. 진짜 여행보다 여행기를 읽는 것이 간편하고, 진짜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로맨스 영화를 보는 것이 덜 위험하다. 초호화 아파트를 당장 살 수 없으니 가상의 건축공간인 모델하우스를 시찰하고, 값비싼 자동차를 직접 사는 대신 인터넷에서 다양한 소비자들의 시승기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현대인. 사람들은 실제 세계에서 진정한 만족을 느끼는 대신 가상의 소비에 만족하는 법까지 터득했다. 157.
# 음악은 표현하지만, 꼭 ‘무언가’를 표현하지는 않는다. 음악은 스스로를 표현하지만, 표현의 강박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준다. 바로 그것 때문에 나는 음악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설명하지 않고, 설득하지 않고, 그저 나를 던지는 것. 162.
# 사람을 소개할 때 ‘전’ 국회의원, ‘전’ 장관 이런식으로 소개하는 습관은 얼마나 부질없는가. 이런 소개법은 그 사람의 현재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오직 그가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갔던 ‘한때의 좋았던 과거’만을 회상하게 만든다. 성공을 찬양하느라 정작 삶 자체에 소홀해지는 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인 것이다. 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