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오 크뢰거 부클래식 Boo Classics 36
토마스 만 지음, 이온화 옮김 / 부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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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스 만은 <마의 산>으로 잘 알려져 있고, 위대한 독일 소설가이지만 그의 책을 아직 한권도 읽지 못했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 이건데, 책이 무척 얇아 냉큼 집어들었다. 토마스 만은 1901년 25살에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어느 가문의 몰락>을 썼고, 1929년 이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니 그가 얼마나 똑똑한지 놀랄 뿐이다. <토니오 크뢰거>는 원래 <트리스탄>이라는 단편집에 있는 작품 중 하나인데, 부클래식 출판사에서 한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토마스 만은 1955년 취리히에서 사망했다.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은데 너무 두꺼워 엄두가 안난다.

   <토니오 크뢰거>는 토니오 크뢰거라는 주인공이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면서 겪는 일들을 그린 것이다. 크뢰거는 명문가의 아들로 태어나 훌륭한 시민교육을 받았으나, 그는 어린 나이부터 자신이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크뢰거는 예술가적 기질이 풍부하고, 세속적인 것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그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한스와 잉에를 사랑하는데 둘 다 크뢰거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괴로워한다. 크뢰거의 정체성 찾기는 청년이 되서도 계속되고, 그는 문단에서 환영받는 작가가 되었지만 여전히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고 홀로 글을 쓰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30살이 넘은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이 사랑했던 한스와 잉에를 먼 발치에서 보고 삶의 해답을 얻는다. 그것은 시민적 사랑을 지닌 예술가의 길을 걷겠다는 결심이다.

   글을 읽으며 작가로서 임하는 크뢰거의 생각과 태도에 큰 감동을 받았다. 예술은 크뢰거의 말처럼 자신의 삶을 통채로 바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예술가로서의 주인공의 삶은 외롭고 힘들지만, 크뢰거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나간다. 토마스 만은 진실한 예술가들을 위해 이 작품을 썼을 것이다. 그 자신이 크뢰거의 고뇌와 아픔을 느꼈을 것이다. 짧지만 좋은 소설이다. 쉽고, 재밌고, 감동적인 소설은 흔하지 않다.

 

# “봄은 가장 끔찍한 계절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겁니다. 이런 계절에 당신은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겠어요?..................그래서 나는 지금 차라리 카페로 가는 겁니다. 그곳은 중립적인, 계절의 변화와는 무관한 지역이거든요. 아시죠? 그곳은 말하자면 문학을 위한 무릉도원이자 고상한 영역이죠. 그곳에서만 고상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거든요.” 46-47

 

# 내가 말했어요. “소위님! 멋진 재능을 지니셨군요! 정말입니다. 아주 훌륭합니다!” 그리고는 하마터면 그의 어깨를 두드려줄 뻔했어요. 그러나 그 소위에게 그런 호의적인 감정을 건네야 했을까요? 그의 탓이긴 해요. 그때 그는 일어나서 몹시 당황해하며 자신이 저지른 오류의 대가를 치르고 있었어요. 자신의 삶을 통채로 바치지 않고도 예술의 월계수를 한 잎 정도는 따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오류 말입니다. 안되지요. 64.

 

# 만약 어떤 글쟁이를 진정한 작가로 만들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간적인 것, 생동하는 것, 일상적인 것에 대한 사랑, 즉 나의 이러한 시민적 사랑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따뜻함, 모든 선의, 모든 유머는 이 시민적 사랑으로부터 나옵니다. 1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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