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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스크랩하다 - 10명의 여행홀릭 작가들이 소개하는 트래블 스크랩북
히라사와 마리코 외 지음, 박승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책 표지가 너무 예쁘다. 10명의 여행 홀릭 작가들이 소개하는 트래블 스크랩북이란 부재가 붙어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책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부재이다. 당연히 나도 펼쳐보았다. 10명의 작가들이 여행을 하며 그 기록들을 스크랩하는 방법이 담겨있다. 그림, 지도, 우표,천, 도장 등 여행지에서 발견한 다양한 소재를 모아 꼴라주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물론 폴라로이드 사진과 글쓰기도 있다. 아기자기하고 감각적인 스크랩과 설명들이 재밌다. 여행을 갈 때마다 여행노트를 만드는 나로서는 이들의 노력과 수고에 100% 공감한다.
누구에게나 여행을 기록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 처음 내가 선택했던 방법은 매일 일기쓰기였다. 너무 평범한 방법이지만 막상 여행지에서 피곤에 지친 몸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런던과 파리에서 그토록 열심히 적었던 여행 일기를 다른 나라로 넘어가기 위해 파리 공항에서 노숙을 하던 밤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휴지통에 버려 버렸다. 직접 내 손으로 말이다. 유럽 여행하는 내내 쓰려고 일부러 두툼한 노트를 준비했는데.
그 후로는 계획을 바꾸었다. 작은 미니 수첩을 사서 각 나라별로 여행기를 적기 시작했다. 여행기록도 그때그때 남겼다. 주로 카페에 앉아 쉴 때 글을 쓴다. 예쁜 명함이 있으면 가져와 저녁에 숙소에서 풀로 붙인다. 특이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간단하게 스케치도 한다. 영수증이나 예쁜 명함도 잊지 앉고 챙겨 수첩 맨 뒤에 붙인다. 이것 또한 많은 노력을 필요하지만 작은 수첩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을 보면 그 모든 수고를 감내할 만하다.
6월 말에 다녀온 대만 여행 역시 어떤 수첩을 가지고 갈까 하는 고민부터 시작했다. 적당한 크기와 두께의 수첩을 고르고, 여행 틈틈이 쓰고 스케치를 하였다. 특히 대만은 도장의 천국이라 지하철 역사와 상점 곳곳에서 수첩에 도장 찍는 재미가 엄청났다(총 56종류의 도장을 찍었다). 처음으로 폴라로이드 카메라도 챙겨가서 15장의 사진을 찍었다. 짐이 무거운 걸 싫어해 그동안 한 번도 가져가지 않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마음이 살짝 바뀌었다. 얼마 전 8월에 떠날 오사카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제부터는 그 나라 언어로 된 책도 한권씩 사와야겠다고 생각했다(이제야 마음먹은 거라 이미 다녀온 그리스와 이스탄불처럼 언제 다시 방문할지 기약이 없는 몇몇 머나먼 나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아프다).
이 책을 보며 좀 더 여행노트를 예쁘게 만들어야겠다는 반성을 살짝 하였다. 이들의 정성에 비하면 나의 여행노트는 아직 초라하다. 그나마 다행히 앞으로 펼쳐질 여행들은 이 책으로 인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여행 노트가 만들어질 것 같다. 기대된다.
# 노트를 구매할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노트를 보는 순간 '종이 위에 무엇인가를 적고 싶어서 근질근질한 느낌'이다.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