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 핀터 전집 2
해롤드 핀터 지음, 이현주 옮김 / 평민사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벙어리 웨이터>와 <핫 하우스>는 <생일파티와>와 더불어 핀터의 초기작품에 속한다. 이 작품들에는 등장 인문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관이 행사하는 폭력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극은 불안하고 폭력적이며, 보이지 않는 권력이 주인공들을 움직인다. 극을 읽는 독자들은 무언가 부조리한 상황을 느끼게 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볼 수 없다.

   핀터는 런던에서 태어난 유태인으로 2차 대전의 경험이 일생동안 그에게 영향을 미친다. 태어날 때부터 낙인찍힌 유태인이었기 때문에 부당한 폭력과 위협을 경험한 적이 있었던 핀터는 그때의 상처가 초기극의 주제가 되었다. 비평가 마틴 에슬린은 그 상처가 바로 작가의 눈이며, 모든 세계는 바로 그 눈을 통해 인식되기 때문에 핀터에게서는 세계가 상처임을 지적하였다.

                                          <책 뒤 작품 해설 참조함>

    1957년에 발표된 <벙어리 웨이터>는 핀터의 두 번째 희극이다. 극에는 구스(Gus)와 벤(Ben) 단 두 명이 등장하는 단막극으로 배경은 창문 하나 없는 닫힌 지하실이다. 답답한 방에서 있어야만 하는 것에 구스는 의문을 품는다. 극이 시작될 때 벤과 구스는 반복적인 행동을 한다. 벤은 계속 신문을 읽고 있고, 구스는 구두를 벗어 성냥갑을 꺼내고 다시 신고 흔들어 본다. 이러한 행동들은 아무 생각없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살인청부업자의 지령을 받아 이 장소에 온 그들은 세계와 고립되었으며 여기엔 먹을 것 하나 변변치 않다. 벤과 구스가 외부 세계와 연락을 주고 받는 유일한 문은 음식을 나르는 승강구 문, 즉 벙어리 웨이터 문이다. 그러나 이 문은 소통을 주고받는 문이 아닌 명령이 내려오는 문으로서 작용된다. 이들을 고용한 윌슨이라는 고용주는 부하들의 안락함에는 거의 관심이 없고 냉혹한 인물로 묘사된다. 윌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맹목적인 복종이지, 자신의 일에 의문을 제기하고 생각하려는 부하가 아니다. 따라서 자신의 일에 의문을 품게 되는 구스는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 되어버린다.

   마지막에 누가 구스를 살해했는지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은 벤이 살해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구스의 죽음은 절대적 복종만이 존재하고 어떤 생각이나 감정을 가져서는 안되는 부조리한 사회에서 인간적으로 살아가려가는 한 인간의 죽음이라 할 수 있다.

 

   <핫하우스>는 1958년에 완성되었지만 발표된 지 22년이 지난 후 공연되었다. 극의 배경은 정부 부처에서 주관하는 한 요양소(정신병원)이다. 이 요양소는 성적으로 문란하다. 이 요양소 역시 질서가 강조된다. 질서를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당연히 인간적인 측면이 부재한다. 환자들은 모두 6457번, 6459번처럼 이름이 아니라 번호로 불려진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인간적 교류란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환자 6459가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를 낳게 되자 요양소의 질서가 흔들리기시작된다. 작품은 요양소의 총 책임자 롯이 이끄는 세계가 맹목적으로 질서에 순응하는 깁스에 의해 무너지는 과정, 그리고 새로운 질서를 잡아가는 과정을 그려간다. 결국 깁스는 새로운 소장 자리를 차지하고 요양원은 권위가 질서가 유지되는 조직으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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