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 1969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작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8
사무엘 베케트 지음, 홍복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대체 고도는 누구란 말인가? 누군가는 희망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신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끊임없는 회의와 절망 가운데에서도 고도를 기다리는 존재란 말인가? 이 극은 예전에 읽으나 지금 읽으나 이해하기가 어렵다. 주인공들은 작품 내내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자기 말만 주장하며 다른이의 말은 듣지 않는다. 맛없는 당근이나 무를 먹고 나무에 목이나 매자고 하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낸다. 이유는 단 하나. 고도를 기다리기 때문에.

    극은 총 2막으로 되어 있으며 장소는 시골길, 무대 장치는 나무 한 그루, 시간은 저녁 때이다. 5명의 등장인물이 있으며 이중 에스트라곤(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가 주요 인물이다. 처음 시작은 에스트라곤이 장화를 애써 벗으려고 하는 장면이다. 어느 책에서 이 행동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극을 볼 때 모든 틀에 박힌 선입견을 다 벗어던지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한 것이 생각난다. 에스트라곤이 장화를 벗는 것에 계속 실패하는 것처럼 우리의 생각들을 놓아 버리는 것이 불가능 하긴 하겠지만.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이 극은 절망적인 현대인의 구슬픈 노래라고 말한다. 지친 인간의 피로한 모습을 보여주나 그 속엔 꺼질듯이 꺼지지 않는 등불이 있다는 것이다.

    대본을 읽으며 고고와 디디, 포조와 럭키가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본 영화 <마스터>가 생각난다. 여기에서도 주인공들이 자기가 보고 싶은 면만 보고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기 때문에 서로 갈등하고 부딪힌다. 어쩌면 인간의 삶이란 끊임없이 자신의 말만 늘어놓으며 나를 좀 봐달라고 애원하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극에서는 결국 고도가 오지 않지만, 우리 삶에서는 고도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다른 이에게 상처받고 혹은 상처주면서도, 착취당하고 혹은 착취하면서도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고도를 기다리는 것이 무의미한 것이 아닌, 기다려야만 하는 것이구나...설마 이미 지나가버린 것은 아니겠지.

 

# 포조 - 저놈이 울음을 그쳤어. (에스트라곤에게) 당신이 저놈을 대신하게 되었구려.

(서정시를 읊듯이) 세상에는 눈물이 일정한 분량밖에 없어. 다른 데서 누가 또

울기 시작하면 울던 사람이 울음을 그치게 되는 거야. 웃음도 마찬가지지....

 

# 포조 - 나는 못할 것 같아......(오랫동안 주저하다가).......출발을 못할 것 같아.

에스트라곤 - 그런 것이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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