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 신기주 사회비평 칼럼집
신기주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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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비평 칼럼집이라는 소제목답게 저자는 다양한 관점에서 사회를 분석하고 쓴 소리를 던진다. 글에는 다분히 작가만의 정치적 색깔이 묻어나기 때문에 간혹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의 말은 일리가 있고,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특정한 사상?에 물들 수 있다. <에스콰이어>에서 글을 쓰는 기자답게 글은 깔끔하고 명료하다.

   신기주는 작가의 글에서 “우리”를 정의한다. 정치에서는 유권자이고 경제에서는 소비자이며 대중문화에서는 대중이고 군중이었다가 민중이었으며 민초였다가 관중이었다가 관객이었다가 국민이었다가 서민이었다가 우민으로 전락한다고. 우리는 그때그때 다른 가면을 쓴다. 작가는 그런 우리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정치와 경제에 영혼을 판 것은 아니냐고. 왜 우리는 의심하지 않냐고. 한국 사회에서는 우리가 우리를 착취한다. 그게 우리란 걸 우리만 모를 뿐이다. 책을 읽으며 ‘우리’에 속하는 나를 샅샅이 들여다보게 되어 부끄럽고, 흥미롭고, 유쾌하였다.

 

 

# 강남 좌파는 자신의 정치적 지향성 탓에 자기 삶의 취향을 포기하진 않는다.

물질주의에 중독됐다고 비난받더라도 멋과 맛을 누리는 게 죄는 아니다.

강남 좌파는 좌파진영 안에서는 커밍아웃할 수 없는 게이와 같다.

우파에게 서민 우파는 포섭의 대상이다. 좌파에게 강남 좌파는 질시의 대상이다.

1990년대 초반 막걸리 대신 맥주를 마시고 싶다는 동아리 후배를

부르주아라고 비난하던 습성이 좌파 안에 고여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정치를 도덕 논쟁으로 착각하는 습성이 남아 있다.

부에 대해서도 도덕적인 비판을 가하려는 습관이 남아 있다.

여전히 정치를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의 구도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어떤 가치를 옹호하느냐이지 어떤 계층에 속해 있느냐가 아니다. 45-46

 

 

# 가십의 본질은 흉보기다. 흉이란 한자로 뜻을 풀면 무서운 글자다. 126

 

# 우리시대의 신은 결국 스타들이다. 아름답고 쉽게 가 닿을 수 없다는 점에선 똑같다.

로마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스타들의 가십을 즐겨 얘기하면서 안심한다....

가십은 신이 되지 못한 우리의 열등감을 해소하는 장치다. 130.

 

# 결국 우리의 자아정체성은 누더기와 같다는 뜻이다.

나라는 존재를 확립하기 위해 다양한 타자의 정체성을 흡수한다.

그렇게 짜깁기한 정체성들을 소화해내면 자기만의 자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물론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157.

 

# 기술에 탐닉하는 피겨스케이팅을 예술로 이끈 건 드문드문 나타났던 위대한 예술가들이었다. 동독의 카트리나 비트와 미국의 미셸 콴 같은 전설들이다.

카트리나 비트는 매일 천 번씩 거울 앞에서 미소를 짓는 연습을 했다.

그녀는 완벽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좇았다. 지금 김연아는 그 길을 걸어가려 하고 있다. 263.

 

# 사람들은 상자 안에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생각의 상자를 정해버리면 그 안에서만 논다.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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