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Journal of the Plague Year (Paperback) - Being Observations or Memorials of the Most Remarkable Occurrences, As Well Publick As Private, Which Happened in London During the Last Great Oxford World's Classics 55
Defoe, Daniel / Oxford Univ Pr / 199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다니엘 드포의 잘 알려진 저서로는 <로빈슨 크루소>가 있고, 사실 드포의 책은 이것밖에 생각이 안난다. 1660년에 태어난 작가라 그런지 그의 책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 책은 1665년에 일어났던 페스트를 중심으로 관련 자료와 구체적 상황을 제공하는 연대기적 작품이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대체 이건 뭐지? 소설인가? 역사적 보고서인가 고민이 되었다. 일반적인 줄거리가 없이 페스트의 실상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통계자료, 그 당시 재앙을 당했던 사람들의 반응을 자세하기 그려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소설로 분류하는 이유는 작가가 허구의 주인공 H.F를 내세우고, 페스트를 겪는 사람들의 사적인 경험을 기술하기 때문에, 이 이야기 속에 이미 허구적 요소가 있는 것이다.

   드포가 살았던 1719년은 해외의 페스트가 배편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던 시기였다. 이때 드포는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당시 기고하고 있던 저널에 페스트의 참상을 소개하여 사람들의 경각심을 촉구하였다. 이에 만족하지 못했던 그는 1772년 이 책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책이 출간될 쯤에는 프랑스의 페스트가 스러져가고 영국에 침입할 기세도 거의 없기는 했지만 말이다.

책에서 그리고 있는 페스트의 재앙은 끔찍하다. 그 당시 유럽 인구의 1/3이 페스트로 인해 죽었다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책에는 페스트로 인한 사람들의 고통, 당국의 가옥폐쇄 조치, 진실을 왜곡하는 사망기사,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꿈 해몽과 점성사들의 예고 등이 시기순으로 기술되고 있다. 꼭 페스트에 관한 신문 기사들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페스트를 다루고 있는 책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카뮈의 <페스트>일 것이다. 그렇다면 카뮈와 드포는 왜 페스트를 소재로 소설을 썼을까? 두 작가들이 이것을 통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페스트는 일상 경험에서는 파악될 수 없는 알 수 없는 세계이다. 이 세계는 상상적 관점으로만 접근해야만 하는 재난인 것이다. 페스트는 인간에게 공포를 야기하며 인간이 논리적으로 그 상황을 바라볼 수 없게 한다. 통제 불능의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페스트라는 재난이 알 수 없는(unknowable) 세계를 상징하듯 타자의 세계도 알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타자와의 관계가 블랑쇼가 표현한 바에 의하면 ‘바깥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전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사람은 죽음 앞에서 자신의 본질을 드러낸다. 타인과의 만남에서 서로의 본질을 보여주며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블랑쇼를 좀 더 읽어봐야겠다. 뭔가 답이 나오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