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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공격과 수비
안정효 지음 / 세경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저자가 인터넷 강좌로 2년 동안 연재했던 글을 모아놓았다. 영어를 한국어로 가끔 번역해야 하는 학생이나 직장인이라면 이 책은 성서와도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책을 나는 이제야 읽어 속이 무척 쓰리다. 10년 전에만 읽었어도 나의 공부 인생이 한층 풍요로워졌을 텐데 말이다. 평소에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궁금했던 부분, 어느 것을 선택해야 좋을지 고민했던 부분이 이 책에 다 나와 있다. 신기하다. 책은 각 장마다 짧은 영어 지문이 주어지는데, 우선 그 지문을 스스로 해석해 본 다음 해설을 읽어야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다. 귀찮다고 해석하지 않고 풀이만 읽는다면 아마 일주일만 지나도 까먹을 것이 분명하다. 다양한 학생들의 번역본을 꼼꼼히 분석하고 설명하는 저자의 목소리를 따라 가다보면, 훌륭한 번역가에 대한 존경심이 점점 커진다.
1. 고유명사의 번역을 철저하게 해라. 고대 로마인이나 희랍인의 이름을 현대식 영어로 번역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하려면 플라톤도 플레이토라 해야 하고 소크라테스도 싸크라티스 라고 해야 형평성이 맞기 때문이다.
2. of - ~의 가 아니라 ~ 같은, ~스러운, ~라고 번역하면 좋을 때가 종종 이싸.
3. 마침표, 빈칸도 번역한다.
4. 있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없애라.
5. can - 하기도 한다. 될지도 모른다.
6. 문체를 번역한다. 문체를 번역하려면 번역할 작가의 문학 세계를 알아야 하고, 번역할 작품의 성격을 이해해야 하고, 번역할 문장의 특성을 공부해야 한다.
7. 시차를 고려해서 어휘를 선택해라. 예를 들면 서부영화 번역에서 “테러단”이라는 표현을 쓴다면 이것은 궁합이 맞지 않다. 테러라는 용어가 너무 근대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다.
8. 번역은 귀로 한다. 특히 대화체의 번역을 할 때는 자연스러워야 한다.
9. or 의 용법은 ‘즉’ 이라는 뜻이며 앞에 나온 문장을 추가 설명하는 것이다.
10. then - 그런 다음에, 그러면, 뒤이어서 등 같은 말을 달리해라.
11. feel - 만지다 라는 뜻이다. 명사로는 손 끝에 느끼지는 촉감이다. 모두 ‘느끼다’라는 가짜 용법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에 ‘느끼다’ 외에는 다른 뜻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12. with 를 have의 뜻으로 풀어놓은 ‘가진’도 걸핏하면 우리말로 사용된다. 나쁜 공기를 가진 서울 > 공기가 나쁜 서울, 큰 입을 가진 하마 > 입이 큰 하마로 고쳐야 한다.
13. : ; 부호는 한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콜론( : ) 은 쉼표나 마침표, 혹은 - (dash)로 표기하고, 세미콜론 ( ; )은 쉼표로 바꾸도록 권장한다.
14. 번역은 창작이 아니다.
15. 어휘력이 부족한 사람은 글쓰기가 서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