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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학 ㅣ 펭귄클래식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김한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시학>아리스토텔레스. 로즐린 뒤퐁록, 장랄로 서문 및 주해/김한식 역
670쪽까지 있는 엄청나게 두꺼운 책이다. 펭귄 클래식에서 만들었는데 아니 펭귄에서 이렇게 두꺼운 양장판 책도 출판하나 하고 뒷편을 봤더니 100권 출간 기념 특별판이란다. 참내.
아리스토텔레스가 시에 대해 뭘 그렇게 많이 썼나 하고 책을 펼쳤더니, 와우, 원문보다 주석이 더 많다. 시학은 총26장인데 각 장마다 그리스어 원문 프랑스어 번역, 주해, 개념 색인, 고유명사 색인, 서지 사항으로 이루어져 이토록 두꺼운 책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주해는 읽지 않았다. <시학>이 뭔지 맛만 보자는 심정으로.
<시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신이 세운 뤼케이온 학원에서 공부하는 제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기 위해 초록 형태로 작성한 것이다. 따라서 초고 형태의 텍스트이기 때문에 다소 혼란스럽고 체계를 찾기 어렵다.
<시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미메시스(mimesis)이다. 한국어로는 ‘모방’ 으로 해석되는데 이렇게 간단히 정의내리기엔 적절하지 않다. 이 개념이 단순이 예술 양식이나 기술의 문제를 넘어 ‘닮은’, ‘유사성’에 근거한 동일성의 철학적 전통과 얽혀 있기 때문이다. 뒤퐁록과 랄로는 미메시스를 ‘재현’으로 해석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시학>에서 미메시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창조적’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모방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시학>에서 논의의 중심은 비극에 대한 연구이며, 7장, 14장, 16장~18장에 걸쳐 있는 비극의 ‘줄거리’에 대한 연구이다. 책에서 희극은 다루지 않고 있는데(아리스토텔레스가 나중에 그에 관해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자들 사이에서 이것이 유실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고 한다.
책을 읽다보니 아리스토텔레스는 참 사소한 것에 다 신경을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문장은 누구나 아는 지식인 것 같은데 아리스토텔레스가 진지하게 글을 쓴 걸 읽다보면, 아니지, 유명하신 분의 글인데 뭔가 깊은 뜻이 있겠지 하며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나중에 내공이 좀 더 쌓이면 다시 읽어봐야겠다.
# 우리는 앞으로 시 창작 기술 그 자체, 그 여러 종류와 그 각각의 고유한 목적성, 시 창작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줄거리 구성방법, 시를 구성하는 부분들의 수와 성질, 기타 이 연구와 관련된 다른 모든 문제들을 다룰 것이다. -1장
# 사람은 어릴 때부터 재현하려는 성향과 재현된 것들에서 쾌감을 느끼는 성향을 동시에 타고난다. 그 증거를 실제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더할 나위 없이 추한 짐승이나 시체의 형태는 실물로는 보기만 해도 고통스럽지만 그것을 아주 잘 다듬어 그린 그림을 볼 때는 쾌감을 느낀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철학자들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4장
# 서사시와 비극은 고귀한 인물을 재현하고 장중한 운율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서로 일치하지만, 서사시는 오로지 장중한 운율만을 사용하고 단일한 운율로 이야기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비극과 다르다. -5장
# 연대기 작가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고 시인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이야기한다는 사실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바로 이 까닭에 시는 연대기보다 더 철학적이고 더 고귀하다. 시는 보편적인 것을 다루는 데 반해 연대기는 특수한 것을 다루기 때문이다. -9장
# 내가 이미 여러 차례 말한 것을 명심하여 비극에 서사시적 구조를 부여해서는 안된다. 나는 줄거리가 여러 개 있는 구조를 서사시적 구조라 부른다. -18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