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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의 글쓰기 - 아시아계 미국문학의 지형도 ㅣ 미국학 총서 9
윤성호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언더독 - 사회, 정치적 부정의 희생자/생존경쟁의 패배자/시합, 선거 등에서 승산이 적은 사람
처음 제목만 보았을 때는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쓰는 것에 관심이 많았기에 기대를 잔뜩 품고 책을 펼쳤는데(아시아계 미국문학의 지형도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지만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으로) 아뿔싸, 이 책의 목적은 아시아계 미국문학의 지형도를 그리는 것이라고? 왠지 속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글을 읽어가며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아시아계 미국 문학에 관해 아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까지 읽은 아시아계 미국 문학 작가들의 작품이 이창래의『영원한 이방인』과 킹스턴의『여전사』단 두 권밖에 없었다는 놀라운 사실까지 깨닫게 되었다.
책은 크게 보면 총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언더독에게 과연 ‘미국’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답을 차근차근 찾아보고 있다. 이때 신화와상징학파, 수정주의적 시각과 신미국학 등장, 트랜스내셔널 등의 담론들이 정신없이 등장하는데, 아시아계 미국문학의 기본 지식이 하나도 없었기에 읽을수록 머리가 점점 복잡해지는 느낌이었다. 2장은 언더독과 재현의 문제에 관해 다루고 있는데 오카다 작가의『노노보이』와 ‘프랭크 친 일병 구하기’라는 글들을 통해 이해하기가 좀 더 쉬웠다. 1장의 난감함을 2장이 누그러뜨려 줬다면 3장에서 저자는 이창래 문학 작품을 꼼꼼히 분석하며 읽는 이에게 엄청난 재미를 안겨주었다.
책을 통해 수많은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점은 1942년 미국정부가 일본계 미국인을 감금하기 위해 ‘재정착센터’를 세웠다는 점과, 1830년경부터 미국이 인종적 타자 만들기 작업을 위하여 골상학적 증거 수집을 하였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으면서 아시아계 미국 문학 작품과 더불어 ‘낯선 땅 이방인’(하인라인의 소설 제목처럼)으로 살아야 했던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저자는 아시아계 미국 문학 작가인 ‘Chang-Rae Lee’를 ‘이창래’로 부르는 관행의 이면에 그의 작품 속에 표현된 ‘한국적’인 요소를 찾아 그것을 ‘우리 것’으로 환원하려는 욕망이 숨어 있는 건 아닌지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그렇구나. 내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러고 보면 어느 경우에건 ‘우리’라는 범주를 벗어나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사실 인간은 서로에게 모두 이방인이 아닌가? 모두가 서로에게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그 경계를 인식하고 ‘서로 다른 기호의 (불협)화음에 진정으로 귀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 책을 읽으며 정확한 뜻을 알지 못했던 용어들 정리
전경화 - 언어를 비일상적으로 사용하여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하는 일
명예백인 -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자에게 백인과 동등한 법적권리를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부여한 호칭
다원주의 - 개인이나 여러 집단이 기본으로 삼는 원칙이나 목적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
쇼비니즘 -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는 광신적인 애국주의나 국수적인 이기주의
속어주의 - ??
* 궁금한 점
앤드루 잭슨식의 전원 주의적 민주주의 전통이란 무엇인가
수정주의적 시각이란 무엇인가
용광로 담론, 샐러드볼 이론이란
해석공동체는 무엇인가
* 맞춤법에 실수가 있는 듯한 문장
단선전인 → 단선적인 (109쪽)
정치한 → 정치적 (113쪽)
노농자들의 → 노동자들의 (119)
정치해진 → 정교해진 (137)
사전을 찾아보니 ‘정치하다’가 정교하고 치밀하다 라는 뜻이 있다고 나온다. 그러나 네이버에서 정치해진/정치한이란 단어를 사용하여 문장을 만든 경우는 찾을 수가 없어서 편집자의 실수가 아닐 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단어가 있다면 죄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