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 2012 제12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인숙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올세이프의 신입사원 조효석은 벙커의 내부 문제를 고치는 계약직 A/S맨이다. 그가 입사한 회사는 재난을 예비하는 벙커를 팔고 있다. ‘입사하기 전 조효석을 둘러싼 세계는 비교적 무사태평’했으나 입사 후 그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이동했다. ‘언제라도 핵이 사용될 정도로 정치 상황이 위태롭고, 환경적으로 극심한 위기에 처해 있었다.’ 조효석의 아내는 올세이프에서 전화로 세일즈하는 일을 한다. 그녀는 고객들에게 ‘두려움’을 판다. 벙커를 사려는 사람들은 잃을 것이 많은 사람들이므로 그녀는 고객들에게 그것을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조효석은 벙커를 수리하러 나갔다가 ‘한 떼의 전투기 편대’가 이루어 나는 것을 보고 두려움에 빠진다. 지하에 있는 벙커에 들어가자 그는 안정감을 느낀다. 그리고 벙커 내에 시스템을 초기화 하려고, 어떤 버튼인지는 알지 못하고, 붉은색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벙커 안은 블랙아웃(정전)이 된다.

 

『블랙아웃』에 관한 편혜영 작가 인터뷰

   “일상은 두 가지 속성이 있어요. 반복적으로 동일하게 영위되는 일상을 거리를 두고 보면 섬뜩하죠. 그런데 그 반복되는 일상을 잃을까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불안해요.”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이후 벙커 구매자가 늘었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벙커의 주요 목표가 재난 상황에도 일상 생활을 영위토록 해주는 거라고 하더군요. 안전하게 몸을 지키는 벙커가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전제 조건이 된 거죠.”

“자연재해 앞에서 평등하다고 생각하면 덜 불안할 텐데 자연재해에 대비할 수 없는 사람에게 불행이 닥친다는 걸 깨닫게 되며 두려워지는 거에요. 계급 차이 때문에 느끼는 불안이죠.”

“벙커는 일반적으로 갖기 힘든 물건이에요. 그런데 슈퍼마켓 직원도 방재광장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곤 불행함과 불안을 느껴요. 조효석의 두려움은 재난을 당하는 게 아니라 재난을 피할 방재광장이나 소개지, 벙커가 없어서예요. ”

“불확실성은 우연한 계기로 와요. 작은 사고가 결정적인 틈을 만들죠. 일상 도 마찬가지에요. 똑같은 생활이 반복되다 단 한 번 동일성이 깨지는 순간, 균열이 생겨요. 그 균열이 일상을 바꾸지는 않지만 방황하게 하니까요.”

 

   건조하고 간결한 문체로 써진 편혜영의 소설들은 모두 크고 작은 재난의 상황에 놓여 있다. 그녀의 초기 작품 『아오이 가든』에서는 시체들이 출몰하고, 사람이 개구리 알을 낳으며, 박제되거나 실험실의 해부대 위에 놓인 상황이 된다. 후기 작품으로 갈수록 이러한 그로테스크한 소재들은 사라지나 여전히 그녀의 소설에는 불안감이 내재되어 있다. 편혜영이 다루는 재난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읽는 독자는 불편하고 불쾌하다.

   『블랙아웃』에서 작가가 다루고 있는 재난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핵위협, 중국에서 일어났던 사스, 한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광우병과 조류독감, 지구 온난화와 산림 파괴, 쓰나미와 대지진 등) 그러나 평소 사람들은 ‘파국의 조짐이 주는 공포에 질리지 않도록 그것을 간단히 부인하거나 무시’하며 살아간다. 주인공 조효석은 평생을 일해도 벙커를 살 수 없는, 벙커 수리맨이다. ‘그의 두려움은 재난을 당할까 봐서가 아니라 방재광장이나 소개지, 벙커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직접적 접촉 없이 신호로만 이루어지는 ‘단말기’를 들고 벙커의 내부를 수리하러 다닌다. 주인공 조효석은 ‘위험’이나 ‘공포’에는 냉소할 수 있지만 ‘실직’에 대해서는 그럴 수 없고, 매일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한다고 볼 수 있다.

   생기지 않을 질병을 걱정하며 건강 보험에 드는 것과, 지진·홍수·번개·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할 확률이 극히 적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재난에 대비하여 벙커를 사는 것이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면, 이 두려움은 과연 누가 조장한 것인가?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고 위협하는 목소리 뒤편에 거대한 ‘자본주의’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진짜 재난은 사람과 사람간의 유대관계가 파편화 되고, ‘무관심’과 냉대‘가 심화되며, 돈의 유무에 따라 인간이 ‘불평등’하게 취급받는 현대의 모습이 아닐까?

   사실 나의 경우 ‘재난’이라는 단어는 피상적이며 결코 닥치지 않을 상황으로 여겨진다. 6.25와 같은 전쟁을 겪지도 않았고, 쓰나미와 지진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조류독감·신종플루·사스 등의 질병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죽은 경우도 없다. 그러나 만약 재난이 닥친다면 그것을 피할 방법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분명 죽거나 크게 다칠 것이다. 하지만 미리 걱정하거나 불안해 떨고 싶지는 않다. 다만 재난을 겪을 때, 의연히 맞서거나 버틸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다. 또한 재난을 겪은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