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목동
아내는 반 홉 소주에 취했다 남편은 내내 토하는 아내를 업고
대문을 나서다 뒤를 돌아보았다 일없이 얌전히 놓은 세간의 고요
아내가 왜 울었는지 남편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까 남편은 미끄러지는 아내를 추스르며 빈 병이 되었다
아내는 몰래 깨어 제 무게를 참고 있었다 이 온도가 남편의 것인지
밤의 것인지 모르겠어 이렇게 깜깜한 밤이 또 있을까 눈을 깜빡이다가 도로 잠들고
별이 떠 있었다 유월 바람이 불었다 지난 시간들, 구름이 되어 흘러갔다
가로등이 깜빡이고 누가 노래를 불렀다 그들을 뺀 나머지 것들이
조금 움직여 개가 짖었다
그때 그게 전부 나였다 거기에 내가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건
남편과 아내뿐이었다 마음에 피가 돌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