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쿠의 시학 서정시학 신서 4
이어령 지음 / 서정시학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이어령 작가가 쓴 것이라 관심이 갔다. 하이쿠에 관한 책도 썼구나. 하이쿠가 무엇인지, 현재 하이쿠에 관해 사람들에게 잘못 알려져 있는 것은 무엇인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또한 시조와 하이쿠가 어떻게 다른지도 알 수 있다. 이 한 권에 책에 하이쿠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작가의 예리한 분석과 설명이 마음을 즐겁게 한다. 책 머리에 작가는 이렇게 썼다. ‘저 오랜 것으로부터 영원한 새로움의 시에 눈뜰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책을 읽고 나니 하이쿠의 매력에 눈이 번쩍 떠지는 기분이다.

 

# 말 한마디 없이 손님과 주인과 하얀 국화와 -료타

료타는 이렇게 읊고 있다. 손님과 주인 사이 하얀 국화처럼 시의 언어는 작자와 독자 사이에 놓인다. 이것은 작자에게도 독자에게도 속하지 않는다. 흰 국화가 흰 국화로 있게 될 때 말은 없어도 손님과 주인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하이쿠는 하이쿠 그 자체의 구조로 읽을 때 전 가을 공간에 향기를 내뿜는 흰 국화처럼 널리 이해될 것이다. 시로서의 하이쿠야말로 공시적 구조를 지닌 하나의 사물로서 그리고 세계의 한가운데에 존재하는 하나의 현상 그 자체로서 독해되어야 한다.

 

# 소나무에게 관한 것은 소나무에게 배워라. 대나무에 관한 것은 대나무에게 배워라 라고 말한 것이 바쇼의 시학이다. 사물을 대하는 바쇼의 눈은 플라톤의 ‘이데아’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메시스’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 하이쿠는 시간의 문학이며 장소의 문학이며 또한 마음의 색깔을 형태로써 사물로써 나타내는 사물의 문학이다. 귀로 하이쿠를 듣지 말라. 눈을 하이쿠를 보라 고 바쇼는 말했다.

 

# 롤랑 바르트는 그의 일본문화론인 <기호의 제국>에서 하이쿠의 운명에 대해 말한다. ‘하이쿠는 의미의 완전한 배제를 완성하는 것이며 그것만이 하이쿠가 하는 일이다. 하이쿠는 우리들에게 저항을 하고 바로 직전에 주어진 형용사를 끝내는 소실시키는 의미의 무중력 상태 속에 빠져든다. 이 의미의 무중력 상태만이 우리들의 언어에서 가장 널리 행해지고 있는 조작 다시 말하면 주석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옳거니 무사타 어제는 지나갔네 복어찌개여 -바쇼

 

새벽 노을이여 보리의 잎새 끝에 봄날의 서리 -오니쓰라

 

이봐 잠깐 멈추게. 꽃을 보며 종치는 것은 -마쓰에 시게요리

 

종소리 사라져 꽃향기 울려오는 저녁일런가 -바쇼

 

고요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의 소리 -바쇼

 

뛰는 솜씨 서툰 벼룩 귀엽기가 더해라 -잇사

 

사람이 오면 개구리가 되거라 물에 채운 참외야 -잇사

 

돋는 달님 저무는 해 그 사이의 고추잠자리 -니큐

 

새빨간 열매 하나 떨어져 구르네 서리내린 마당 -시키

 

장맛비로다 큰 강을 앞에 두고 집이 두 채 -부손

 

만들던 그때부터 낡아 있는 허수아비여 -노후

 

대합조개가 입을 악물고 있는 더위이련가 -바쇼

 

겨울날이여 말 위에 얼어붙은 그림자 있어 -바쇼

 

선득선득한 벽을 밟으면서 낮잠을 자고 -바쇼

 

산길을 지나다 보면 어쩐지 좋아라 오랑캐꽃 -바쇼

 

길가에 핀 무궁화여 말에게 먹혀 버렸네 -바쇼

 

꾀꼬리 울어 그 작고 작은 주둥이 벌려 -부손

 

기어라 웃어라 두 살이 되었단다 오늘 아침에 -잇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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