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베르의 앵무새 열린책들 세계문학 56
줄리안 반즈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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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베르의 앵무새』는 외형상 플로베르의 전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구성을 들여다보면 픽션, 문학비평, 평론, 어록, 연보 등이 뒤섞여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를 허문다는 점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소설과 많이 다르다. 줄리언 반즈(Julian Burns)가 이 소설로 메디시스 에세이 상(Medicis Essay Prize)을 받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소설의 화자인 브레이스웨이트(Braithwaite)는 개인적인 고통을 가지고 있는 내면이 복잡한 화자이다. 동시에 그는 줄리언 반즈를 대신하여 목소리를 내는 화자이기도 하다. 주인공 브레이스웨이트는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전의 소설들에서 나타난 전통적 화자처럼 자신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화자가 아니다.

   예를 들면 4장 「동물열전」에서 그는 플로베르를 동물에 비유하여 열심히 설명한 다음 “진상이 무엇이었는지는 기록된 바 없다”(81)며 사실을 확인하려는 독자를 실망시킨다. 그의 이러한 모습은 독자들이 전적으로 화자를 믿고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든다. 또한 14장 「시험지」에서 플로베르에 관한 최종적인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자신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몇 번이나 주저하며 독자의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이렇듯 전기 작가로서 독자들에게 신뢰를 줘야 하는 화자가 중간 중간 자신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독자들은 그가 쓰고 있는 플로베르의 삶이 진짜인지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된다.

  『플로베르의 앵무새』에서 주인공 브레이스웨이트는『보바리 부인』을 출판함으로써 당대 최고의 명성을 얻은 19세기 프랑스 작가 구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의 삶의 여정을 따라간다. 브레이스웨이트는 은퇴한 영국 의사이자 플로베르를 사랑하는 아마추어 연구자로서 아내와 사별한 후 평소 관심을 가졌던 플로베르에 대한 자료 조사를 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그는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에 있는 플로베르의 고향 루앙(Rouen)시를 5일간에 걸쳐 방문한다. 그는 루앙의 박물관에서 플로베르가 『소박한 마음』을 집필할 때 작품의 모델로 사용했다는 박제 앵무새를 보고 마치 존경하는 플로베르를 만난 듯 감동한다. 그러나 크루아세(Croisset)에 있는 플로베르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도 또 하나의 박제 앵무새를 보게 되자 어느 것이 진짜 플로베르의 유품인가? 라는 심각한 의문에 사로잡힌다. 집에 돌아와서도 두 마리의 앵무새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자 그는 무엇이 진짜인지 알기 위해 플로베르의 삶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브레이스웨이트가 진실로 알기 원했던 것은 플로베르라기보다는 그의 아내 엘렌(Ellen)의 삶이었다.

   『플로베르의 앵무새』는 전체적 구도에서 볼 때 두개의 주요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플로베르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엘렌이라는 브레이스웨이트 부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브레이스웨이트가 첫 장에서 플로베르의 동상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나의 아내는…죽었다”(16)라고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독자들은 플로베르가 아닌 화자의 삶에 흥미를 느낀다. 브레이스웨이트가 주저하며, 자신의 아내의 죽음을 밝히는 순간 독자들은 말줄임표가 들어간 짧은 문장에서 엘렌의 죽음에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브레이스웨이트는 자신의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은 채 다시 플로베르의 흔적을 찾는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버린다. 그는 새로운 시각으로 플로베르의 연보를 여러 각도에서 써보기도 하고, 플로베르를 동물로 비교하여 플로베르의 성격을 분석해보기도 한다. 그런 괴정에서 그가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은 어떻게 과거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가? 한 사람의 과거를 온전히 알 수 있는가?이다. 표면적으로 브레이스웨이트는 100년 전에 프랑스에서 태어났던 플로베르에 대해 현재를 살고 있는 자신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지 의심하고 회의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가 질문하고 고민하는 것은 죽은 아내 엘렌의 삶에서 자신이 놓쳤거나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이다. 한편으로는 자살 시도를 한 엘렌의 삶을 직접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반즈는 평소 플로베르라는 작가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그에 관해서 무언가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반즈의 플로베르에 관한 관심과 열정이 『플로베르의 앵무새』라는 소설을 쓰게 만들었다. 소설 속 화자 브레이스웨이트는 어떤 것이 진짜 플로베르의 앵무새인지 증명하기 위하여 플로베르의 삶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이 질문은 플로베르의 작품과 작가에 대한 질문이면서 동시에 브레이스웨이트의 실제 삶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브레이스웨이트는 플로베르를 통하여 아내 엘렌과 자신의 관계를 되돌아보았고 소설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현실을 상상이 아닌 진실과 사실로 아리우진,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불완전한 세계이다. 박재 앵무새가 아무리 그럴 듯하게 만들어져 관객/독자를 유혹한다고 하여도 그것이 가짜이듯 소설 또한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에 현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브레이스웨이트는 알게 되는 것이다.

   반즈는 “소설은 삶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 한다”라고 언급하였다. 반즈의 이 말은 독자들이 소설 속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새로운 인식을 얻을 수 있어 현실에서 개개인이 당면한 문제나 의문점에 대해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은 소설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브레이스웨이트를 통하여 역설적으로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반즈가 “예술은 당신이 마침내 이해하는 것이지만 삶은 아마도, 당신이 마침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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