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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
아네스 자우이 감독, 알랭 샤바 외 출연 / 마루엔터테인먼트 / 2011년 4월
평점 :
네이버 캐스트에서 타인의 취향 이란 글을 읽었다. 영화도 같이 소개해 놓았는데, 관심이 가서 얼른 찾아보았다. 1999년에 만들어진 프랑스 영화. 대충 정리하자면 주인공 카스텔라는 한 회사의 사장. 예술에 전혀 문외한인 그는, 어느 날 그가 조카가 출연하는 연극을 보러 가서 감동을 받았는데 그 주연배우 클라라가 자신의 개인 과외 영어 선생님임을 알게 된다. 그는 클라라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녀를 통해 연극과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그는 지적인 클라라의 취향이 아니다. 그녀는 그를 무시한다. 자신의 취향과 너무 맞지 않기 때문에.
한편으로 카스텔라의 아내는 자신의 취향만을 고집하는 여자이다. 집을 온통 꽃무늬와 분홍색으로 꾸미며 자신의 애완견이 다른 사람을 물어도, 그건 그 사람이 멍청하거나 나쁜 마음을 품고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취향만 고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첩되고, 그러면서 각자의 시각이 잘못되었음을 알아가게 된다. 꽤 재밌고 괜찮은 영화다.
보는 내내 나도 카스텔라의 아내나 클라라처럼 내 취향만 고집하고, 남들을 은근히 무시한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생각해보았다. 카스텔라의 보디가드로 나오는 프랑크의 삶도 인상깊다. 그는 전직형사로 동료와 부패한 정치인을 잡으려 했으나 위의 압력으로 조사를 못하게 되자 경찰서를 떠난다. 그러나 그의 동료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경찰서에 남는다. 프랑크는 사회가 더럽고 부조리하다고 하지만(옛 애인의 배신도 있었기에), 그의 애인이자 레스토랑의 종업원인 마니는 프랑크가 뒤에서 비판만 할 뿐이라고 예리하게 지적한다. 카스텔라 운전기사인 브루노는 프랑크의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하나 실패할 뿐이다. 브루노도 미국으로 유학 간 애인이 미국에 남겠다고 편지를 보내자 고통스러워하나 그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 중간중간에 그의 끔찍하고 서툰 플룻 연습이 나오고, 마지막에 그가 아마추어 단원들과 화음을 맞춰 플룻을 부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 내내 바보같고 답답했던 그가 다시 보였다.
타인의 취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란 어렵다. 내 멋대로 그들의 취향을 평가하고 깎아내릴 때가 많다. 특히 나와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마음 속으론 다른 이의 옷 스타일을 보고,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취미가 있는지에 따라 그를 내 맘대로 정의내린다. 아, 멋진 사람이구나. 혹은 너무 재미없다.
마음이 뜨끔하다. 내 취향은 사람들이 보기엔 고상하지만 따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고상한 것은 따분하다는 공식이 은연중 있는 것 같다. 클래식 음악, 고전 소설이나 영화, 홍차 등등.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 후 그것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사실 호기심이 많아 남들의 취향에 관심을 갖고 잘 듣는 편이다. 헤어지고 나면 무시할지라도. 나에게도 고정관념이 있다. 오락, 트로트, TV, 이런 것들을 하찮게 보는. 편견없이 사고한다는 것이 얼만 어려운지.
나는 깔끔한 것이 좋다. 모든 것이 가지런히 정돈된 공간에서 있는 것이 좋다. 시끄러운 음악보다는 조용하고 악기만 연주하는 음악이 좋고, 족발, 닭발, 곱창, 육회같은 걸쭉한? 음식보다는 과일, 빵, 면 등이 좋다. 화려한 장식은 되도록 피하고, 단색으로 된 옷이나 소품이 좋다. 나의 취향 또한 누군가를 만족시켜주거나 실망시킬 것이다. 전혀 다른 취향의 사람과 친구가 되기는 어렵다. 친구가 되고 싶어도 내가 있는 활동범위 안에서 그런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다들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나보다. 어떤 취향을 가졌듯 그 사람을 이해하고, 함께 어울리도록 더 애써야겠다. 취향으로 그 사람의 마음까지 판단하는 실수를 버리자. 역시 겸손은 어디에서나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