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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홍상수 감독, 김태우 외 출연 / 미디어마인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영화를 다운받았다. 오랜만에 한국 영화 좀 볼까 하는 마음에서. 홍성수 감독의 영화는 몇 편밖에 보지 못했다. <강원도의 힘>, <생활의 발견>,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해변의 여인>.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의 영화들은 영화 같지 않다.
일상의 삶을 너무나 사실적이고 노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불편함이 든다. 프레임 속 색채는 칙칙하고, 카메라가 들이대는 거리와 사람들은 평범하고 추하다. 가끔 내가 걸었던 길이나, 장소들도 등장하는데 저렇게 예쁘지 않은 곳이었나 싶을 정도이다. 배우들도 전혀 예쁘지 않다. 화사한 조명도 없고, 아름다운 의상도 없다. 본연의 얼굴과 목소리로 승부할 뿐이다. 지금까지 본 영화들에서는 남녀관계가 중요한 사건으로 등장하였다. 남녀간의 사랑도 낭만적이지 않다. 주인공들은 너무도 유치하고, 현실적인 사랑의 말들을 주고받고, 잠자리를 같이 하기 위해 사랑을 들먹인다. 영화는 사람들이 애써 외면하는 인간 마음속의 이기심과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그의 영화를 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한국에도 이런 감독이 있다니 좋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김태우(김헌준)와 유지태(이문호)가 학교의 선후배로 나온다. 김태우는 홍상수 영화에서 자주 보이고, 유지태는 처음이다. 잘생기고 멋진 유지태가 이 영화에선 40대의 후줄근한 아저씨로 변해버린다. 이것이 과연 의상만으로 가능한 건지 심히 의심스러울 정도로 유지태는 평범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 사람이 유지태이다 마음속으로 생각을 하고 봐야 했다.
헌준은 연극영화과이고 문호는 미대생이며 헌준의 애인 성현아(박선화) 역시 그림을 그린다. 헌준은 선화와 사랑을 하지만, 이것은 사랑이기보단 그녀의 몸을 원해서이다. 헌준은 선화를 남겨둔 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선화를 짝사랑하던 문호는 이 틈을 타서 선화와 연인이 된다. 시간은 흘러 문호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 대학 강사이며 헌준은 미국에서 잠시 돌아와 문호를 만난다. 술을 먹다 그들은 지금 선화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추억을 떠올리다 선화를 찾아가기로 한다. 부천에 있는 한 호텔에서 바를 경영하고 있는 선화. 그녀를 본 둘은 어떻게 하면 선화와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을까 궁리한다. 결국 두 명과 차례로 잠자리를 같이 한 선화. 아침이 되어 그 사실을 알게 된 헌준은 그녀가 깨끗하지 못하다며 화를 내고 떠나버리고 문호는 선화에게 아무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한다.
그들의 뻔뻔함. 조금만 괜찮은 여자가 있으면, 자신이 영화감독이라고, 그림을 그린다며 모델이 되어 줄 수 있냐고 작업을 걸고, 제자와 자고, 옛 애인을 버리면서 선화에겐 깨끗하지 못하다며 비난을 하는 그들의 이중성. 왜 많은 남자들은 사랑하지 않는 여성과도 자고 싶어할까? 남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남자가 더 적극적이라고는 말할 수 있다. 여성은 감정의 나눔을 통해 교감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남성은 몸을 통해 교감을 하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생각의 차이일수도 있겠지만, 육체적 관계가 사랑을 제외하고, 그보다 가벼운 즐거움을 위해 행해진다면 행위가 끝난 후 허전한 마음이 들지 않을까? 그 공허를 채우기 위해 다시 작업을 되풀이하는 것인가?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카메라로 옮겨놓아 작품을 만드는 홍상수 감독. 재주 참 좋다. 그의 영화가 불편하여 사람들은 외면하는 것일까? 재미가 없다고? 결코 그렇지 않다. 다만 인공적인 요소가 없어 예쁘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