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빌 - [초특가판]
라스 폰 트리에 감독, 니콜 키드먼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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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문고에서 석지영 교수님이 쓴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를 훑어보았다. 와우~ 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서울대를 졸업한 의사 아버지와 이대를 졸업하신 어머니. 6살 때 가족 전체가 이민을 갔고 발레, 피아노를 배우며 인내심과 훈련하는 방법을 알게 된 그녀. 예일대를 졸업하고 프랑스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다시 하버드 법대에 진학. 졸업 후 아시아 최초 하버드 법대 종신형 교수로 임명되었다. 책을 읽다보니 그녀의 노력도 있었지만 그녀의 말처럼 풍족한 집안 환경과 행운도 따랐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도 했었고 두 아이를 둔 엄마이자 교수인 석지영 교수의 삶 참 멋지구나. 더 깊게, 끈질기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덴마크 출신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도그빌>(Dogville) 보았다. 니콜 키드먼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라 더욱 관심이 갔다. 이 영화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 우선 세트를 연극무대처럼 꾸며놓았다. 록키 산맥에 위치한 작은 도그빌이라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것인데 집들은 바닥에 그려진 선으로 표시된다. 배우들은 가상의 문을 닫고 열며, ’모세‘라는 개 역시 멍멍거리는 소리와 바닥에 그려진 개 모양의 그림만 나올 뿐이다. 집들이 모두 선으로만 표시되었기 때문에 관객들은 도그빌 마을 전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줄거리는 네이버에서 퍼옴) 가난하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도그빌에 어느날 밤 그레이스(니콜 키드먼)가 나타난다. 그녀는 지금 마피아에서 쫒기고 있다. 밤늦에 혼자 산책을 하던 톰은 총소리를 듣고 그녀를 발견한다. 그녀가 지금 쫒기고 있다는 사실을 안 그는 그녀를 숨겨주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여 그녀를 그곳에서 살게 한다. 그레이스는 친절하고 마을 사람들의 잡일을 도와주어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좋아한다. 그레이스 또한 순박한 마을 사람들을 좋아하며 자신을 돌봐주는 톰에게 애정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경찰관이 그레이스의 사진을 벽에 붙이고, 마을 사람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레이스에게 현상금까지 붙자 사람들의 태도는 점점 변한다. 그녀를 숨겨주는 댓가로 그녀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키고, 마을 남자들은 그녀를 밤마다 성폭행한다. 견디다 못한 그레이스는 도망가려 하나 실패하고 사람들은 그녀에게 개 목걸이를 씌우는 비정상적인 행동까지 한다. 그레이스에게 자신의 나약함을 들킨 톰은 그레이스를 마피아에게 신고하고, 마을 사람들은 마피아를 기다린다. 현상금을 받을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는 그들 앞에 마피아가 나타난다. 여기서 반전. 그레이스는 사실 마피아 두목의 딸이었는데 사업을 물려받기 싫어 도망친 것이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로 돌아가기로 결심을 하고 마을을 한바퀴 둘러본다. 더러운 세상을 피해 시골로 숨었지만, 결국 모든 인간은 악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마을 사람들 모두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마을이 모두 불타고, 오직 개 모세만 살아남는다. 그녀는 모세를 죽이지 말라고 하며 영화는 끝난다.

   리뷰들을 읽어보니 그레이스는 신을 상징하고, 인간의 악을 벌하기 위해 왔다는 글들을 보았다. 굳이 그렇게 보지 않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 인간의 나약함, 이기심, 악함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씁쓸한 영화이다. 마음 깊숙이 숨겨져 있는 비열함. 나는 너보다 도덕적이라는 우월감. 욕망을 참지 못하는 이기심을 마을 사람들의 행동과 말을 통하여 잘 보여주었다. 영화지만 연극적 요소를 너무나 잘 살린 영화이다. 카메라는 쉼없이 흔들리며 공포에 질린 그레이스의 얼굴을 자주 클로즈업한다. 마을 사람들의 옷과 얼굴은 더럽다. 마을 사람들 중 단 한명이라도 그레이스의 편일 수 없었을까? 감독은 모든 사람은 변하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까? 이익을 다투는 인간보다 차라리 동물이 더 나은 존재인가? 도그빌을 보며 나는 절대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자신이 없다. 나 또한 오만하고, 욕심으로 가득한 사람이니까.

  좋은 영화를 보았다. 인간 내면을 보여주는 면에서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홍상수 감독은 그중에서도 주로 남자들을 더 비꼰다. 남자들의 직업은 교수, 감독, 작가 등이 많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일반인보다 자신이 더 우월하고,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또 일반인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디를 가나 자신을 숭배하는 팬이나 여제자가 등장하고, 이들은 그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여자와 자기 위해서 으스대고, 허풍을 치고, 철학적이고 유식한 말들로 현혹한다. 여자들은 당연히 넘어간다. 왜? 그럴 듯해 보이니까. 이 세상에 이런 부류들이 얼마나 많단 말인가. 인간의 내면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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