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지지 마 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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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살이 넘으니 시간이 빨리 흐른다. 지난 토요일엔 영어모임에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자신있게 31살이라고 얘기했다. 집에 와서 자다 생각하니, 어머 나 32살이잖아 깜짝 놀랐다. 이젠 나이가 나를 추월하고 있다. 어른들이 내가 지금 몇살인지 생각해봐야 된다고 하셨던 말씀이 절실히 다가온다. 어느 소설에선가, 누군가는 더 이상 자신의 나이를 세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언가 성취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내 나이가 몇인지 생각하면 놀라울 뿐이다. 30대가 되면 인생이 참 짧다 라는 말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도 나이를 먹어간다. 부모님은 어느새 늙어버리셨다.

  사무엘 울만은 ‘청춘’이란 시에서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양상을 말한다고 외쳤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이며 신념과 더불어 젋어지고 의혹과 함께 늙어간다. 그리하여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파도 위에 올라 있는 한 팔십세라 할지라도 그대는 청춘으로 끝날 수 있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이냐. 80대에도 청춘으로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1876-1973)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6시간씩 첼로를 연습했다고 한다. 특히 96세의 나이로 죽는 날까지 매일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연습했다고 전해진다. 그가 죽기 몇 년 전 한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당신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인데, 왜 아직도 그렇게 연습하십니까?” 그러자 카잘스는 대답했다. “왜냐하면 내 자신의 연주 실력이 아직도 조금씩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라네” 위대한 사람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의 성실한 태도가 그를 정상의 위치로 만든 것이다.

  가끔 고령의 나이에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여 화제가 되는 분들이 있다. 시바타 도요라는 일본 여성의 예가 좋겠다. 그녀는 1911년 도쿄 출신으로 올해 102살이다. 도요는 2010년 99세에 첫 시집 『약해지지마』를 출간하였다. 이 시집은 지금까지 150만부가 넘게 팔렸다. 100세의 나의 모습이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때까지 살아 있기도 힘든데. 도요는 아들이 취미로 권해 90세가 넘어서야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시는 바쇼의 ‘하이쿠’처럼, 이해인 수녀의 시처럼 단순하고 쉽다. 그래서 한 단어 한 단어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다. 몇 개 소개하자면,

 

 *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도요의 시를 읽다보니 다시 힘이 난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에겐 멋진 꿈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꿈이 현실이 되면, 다시 새로운 꿈을 꾸고, 그러다보면 우린 영원히 청춘인 것이다. 봄이 멀지 않았구나. 3월이 오면 새 싹이 솟고, 햇볕은 부드러워지고, 바람은 살랑거리겠지. 인생은 즐거운 것. 마음을 비우면 인생은 가볍다. 햇빛 속으로, 햇빛을 바라보며 살아야지. 차근차근, 성실하게 삶을 걸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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