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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 Endgame : A Play in One Act
사무엘 베켓 지음, 최경룡.김용성 옮김 / 동인(이성모)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사무엘 베켓의 Endgame(막판)을 읽었다. 베켓은 <고도를 기다리며>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라는 두 남자가 하염없이 ‘고도’를 기다린다는 내용인데 그 고도가 무엇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관객들은 사실주의극에서 느끼지 못했던 참신함을 느꼈고, 베켓은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었다. 사람들이 '고도'가 누구이며 무엇을 의미하느냐라는 질문에 베켓은 "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의 작품은 난해하다고 여겨졌지만, 희곡들을 읽다보니 이제 조금은 익숙하게 다가온다. 베켓의 글은 헤롤드 핀터와 비슷한 것 같다. 둘 다 간결한 문체를 쓰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 수도 없다.
<막판> 또한 난해한 극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네명의 인물들은 무기력하고 나약하며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삷을 살고 있다. 장님인 햄이 등장하고, 햄의 아들이자 하인과 같은 존재인 클로브가 있다. 클로브는 햄의 학대를 견디지 못해 도망가려 하나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햄의 부모인 내그와 넬은 쓰레기통에 살며 햄에게 의지한다. 이들은 무의미한 행동과 말을 반복한다. 그들의 언어는 분절되었다. 베켓이 이 극을 통하여 우리하게 전달하고 싶은 바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어떤 시인은 시를 읽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 시는 잘못 쓰여진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렇담 이 극은 잘못 쓰여진 것인가? --
햄과 클로브의 반복된 대화는 현대인이 집과 직장에서 틀에 박힌 생활을 하는 것을 나타내고 있나? 햄에게 학대를 받으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클로브의 모습은 폭력을 행사하는 배우자와 부모를 증오하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는 걸까? 쓰레기통 안에서 먹을 것을 달라고 외치는 내그와 넬은 아무 쓸모없는 존재가 된 노인들을 묘사하는 것일까? 인간은 희망을 바라지만 결코 희망은 없다는 것을 베켓은 말하고 싶은 것일까?
# 햄 : 그건 그렇고 기분이 어때?
클로브 : 괜찮아요.
햄 : 기분이 정상이야?
클로브 : 괜찮다고 말하잖아요.
햄 : 난 좀 이상해. 클로브
클로브 : 예.
햄 : 충분히 갖지 않았어?
클로브 : 예! 근데 뭐 말입니까?
햄 : 이....이.....것 말이야.
클로브 : 전 항상 갖고 있었어요. 안가지고 계세요?
햄 : 그렇다면 그걸 바꿀 이유는 없네
클로브 : 끝날지도 몰라요. 평생동안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대답이야
햄 : 나 좀 준비시켜 줘. 가서 이블을 가져와. 클로브!
클로브 : 예
햄 : 더 이상 먹을 거 안 줄 테다
클로브 : 그러면 우린 죽어요
햄 : 죽지 않을 만큼만 주지. 넌 항상 배고플 거야
클로브 : 그러면 우리는 죽지는 않을 거에요. 제가 가서 이불을 가져올게요.
햄 : 안돼! 매일 너한테 비스킷 하나씩 줄거야. 한개하고 절반.
너는 왜 나와 함께 있는 거지?
클로브 : 갈 곳이 없으니까 그렇죠
햄 : 넌 항상 내 곁을 떠나려고 해
클로브 : 저도 노력중이에요.
햄 : 넌 나를 사랑하지 않아
클로브 : 아니에요
햄 : 한때는 나를 사랑했었지
클로브 : 한 때!
# 햄 : 내 자리로 돌아가!(클로브는 중앙으로 의자를 민다)
여기가 내 자리야?
클로브 : 예, 여기가 당신 자리에요.
햄 : 내가 정 중앙에 있어?
클로브 : 재 볼께요
햄 : 대충! 대충!
클로브 : (의자를 약간 움직이며) 여기요!
햄 : 나는 대략 중간에 있지?
클로브 : 그런 것 같아요
햄 : 그런 것 같아요! 나를 정 중앙에 놓으란 말이야!
클로브 : 가서 줄자를 가져올께요/
햄 : 대강! 대강! (클로브는 의자를 조금 움직인다)
바로 중앙에 갖다 놔!
클로브 : 됐어요!
햄 : 난 왼쪽으로 조금 더 멀리 간 것 같아(클로브는 의자를 약간 움직인다)
이젠 오른쪽으로 조금 더 멀리 간 것 같아 (클로브는 의자를 약간 움직인다)
앞쪽으로 조금 더 나온 것 같아 (클로브는 의자를 약간 움직인다)
이제 조금 더 뒤로 간 것 같아 (클로브는 의자를 약간 움직인다)
거기 서 있지마.(바꿔 말하면 의자 뒤에 말이야) 등골이 오싹하구만
(클로브는 의자 옆에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