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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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 밀러(1915-2005)의 작품 <세일즈맨의 죽음>을 읽고, 영화로도 보았다. 1985년에 만들어진 영화에서 윌리는 더스틴 호프만이 맡았는데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다. 아서 밀러는 한때 마를린 먼로와 결혼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때 언론들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정신과 뛰어난 육체의 결합’이라며 난리를 피웠다. 밀러와 나이차이가 엄청 났던 먼로는 밀러를 연인이자 아버지로 여겼다. 그러나 그들의 결혼은 4년 만에 파탄이 났고, 그녀는 나중에 자살했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그의 유명한 작품이다. 대충 내용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읽고 나니, 마를린 먼로가 밀러에게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좋은 작품이라 더 부연 설명할 것도 없다. 책을 읽는 내내 아버지 윌리가 불쌍해 눈물이 났다. 내용은 간단하다. 극은 하루동안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데, 이때 윌리의 회상장면이 계속 등장해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주인공은 아버지 윌리, 어머니 린다, 큰아들 비프, 작은아들 해피이다. 윌리는 한평생 세일즈맨으로 여러 도시들을 다니며 물건을 팔았다. 그가 잘나갔던 젊은 시절에는 아무 걱정이 없었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큰아들 비프는 곧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풋볼 선수로 활약할 터였다. 윌리는 두 아들을 자랑스러워하고, 특히 비프를 끔찍히 사랑한다. 자식들을 대범하게 키운다며 비프가 럭비공이나 물건들을 훔쳐와도 괜찮다고 하고, 비프가 무면허로 운전을 해도 개성이 있다고 칭찬한다. 오히려 삼촌 벤이 방문하자 자식들을 자랑하려고 그들에게 목재와 모래를 훔쳐오라고 시키기도 한다. 그들을 훈계하지 않고 모든 행동들이 최고라고 마냥 치켜만세운다. 옆집에 사는 찰리의 아들 버나드는 윌리에게 비프가 수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낙제할 거라며 공부를 시키라고 설득하나 윌리는 비프가 낙제할 리가 없다며 오히려 모범생인 그를 놀린다. 비프는 결국 수학에 낙제하고 다급하게 출장을 간 윌리를 찾아 보스턴으로 온다. 그러나 보스톤 호텔방에서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 비프는 충격을 받는다. 윌리는 너무 외로워서 그랬다고, 저 여자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변명하지만 비프는 ‘아버지는 위선자’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비프는 어느 대학도 들어가지 못하고 집을 떠나 도둑질을 하여 감옥에 들어가기도 하며 목적없는 삶을 산다.

   미국 대공항이 터지고, 윌리는 더이상 예전처럼 돈을 벌어올 수가 없다. 그에겐 아직 갚아야 할 할부금이 조금 남아있다. 해피는 여자나 밝히는 바람둥이가 되었고 비프는 34살이 되었지만 아무 직장 없이 빈둥거리며 떠돌다 집에 잠깐 들린다. 작품은 비프가 집에 들렸을 때 하루 동안에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다. 윌리는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너는 좋은 아이란다. 너는 굉장한 사람이 될 거다. 아빠가 믿으니까” 윌리는 끊임없이 진실을 부정하며 비프에게 희망을 건다. 비프는 아빠의 잘못된 교육으로 누군가에게 명령 듣는 것도 싫어하고, 열심히 무언가를 하는 끈기도 없지만 윌리는 비프가 언젠간 성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찰리의 아들은 변호사가 되었는데 왜 비프는 그렇지 않은지 이해할 수 없다. 회사에서 쫒겨난 빌리는 찰리가 일자리를 주겠다는 것도 거절한다. 남에게 기죽기 싫어하여 으스대고, 자존심 강한 성격이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윌리는 자꾸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정신분열 속에서 성공한 자신의 형 벤을 본다. 아버지가 미쳤다고 말하는 두 아들들에게 어머니 린다는 화를 내며 이야기한다. “아버지가 훌륭한 분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윌리 로먼은 엄청나게 돈을 번 적도 없어. 신문에 이름이 실린 적도 없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인품을 가진 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그이는 한 인간이야. 그리고 무언가 무서운 일이 그에게 일어나고 있어. 그러니 관심을 기울여 주어야 해. 늙은 개처럼 무덤 속으로 굴러떨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돼. 이런 사람에게도 관심이, 관심이 필요하다고.”

   아들들의 성공만을 바랬던 윌리. 그리고 자신의 꿈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윌리. 그는 한밤중에 마당에 씨앗을 심으며 다시 한번 새로운 꿈을 재촉한다. 그리고 비프의 사업 자금을 대주기 위해, 차를 몰고 나가 자살한다. 보험금을 주기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이다. 윌리는 죽기까지 꿈을 버리지 못했다. 비프가 자신은 아버지가 생각하는 그런 아들이 아니라고, 제발 현실을 깨달으라고 울며 소리치지만 윌리는 너는 성공할 거라고 끝까지 주장한다. “제발 절 좀 놓아주세요. 예? 더 큰일이 나기 전에 그 거짓된 꿈을 태워 없애버릴수는 없나요? ”

   그가 자살한 날은 모든 할부금을 다 갚고 드디어 자신의 명의로 된 집을 가지게 되는 날이었다. 아들의 성공을 위해 한평생을 바쳤던 윌리. 그러나 그는 잘못 가르쳤다. 그는 자신은 최고의 세일즈맨이 될 것이고, 아들들에게 늘 큰 꿈을 심어주니 그들이 잘못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과거에 묻혀 살았다. 그들이 공부에 최선을 다하도록 인도하는 대신, 무조건 잘한다고 칭찬하고 치켜세웠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 가정들의 모습이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의 ‘성공’을 위한다. 이때의 성공을 측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자식들이 성공시키기 위해서 부모들은 거침이 없다. 맞벌이를 하고, 빚을 내어 유학을 보내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아낌없이 사준다. 누군가 교육을 그렇게 시키면 안된다고 충고하면, 당신이나 잘하라며 비웃는다. 그들은 자식들에게 모든 물질을 다 쏟으며 헌신하기 때문에 자식들이 기대에 부응해 ‘당연히 성공’할 것이고, 해야만 한다고 믿는다. 윌리처럼. 그리하여 조금 버릇이 없어도 눈감아 주고, 바른 길보다는 쉬운 길로 가게 하고, 착한 사람보다는 약은 사람이 되기를 가르친다.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와 정서적인 교류 대신 물질적인 교류로 맺어지고 있다. 이들이 자라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또 얼마나 많은 윌리가 생겨날 것인가. 윌리의 꿈은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은 잘못되었다. 평생을 세일즈맨으로 살아온 윌리.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고 무시를 당하지만 아들들에게는 자신이 최고의 세일즈맨이라고 허세를 부려야 했던 윌리. 아서 밀러의 날카로운 눈은 시대를 꿰뚫어 본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수많은 윌리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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