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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TSETTER’S 여행영어 - EXPLORE THE WORLD
이춘화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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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여행영어여야 했던 건 아니다. 그저 영어에 대한 건 뭐든지 해보려고 하는 중이다. 회사에서 기회가 돼서 리얼클래스 강의를 듣고 있는 중인데 완전 기초부터 닦아가고 있는 중이다. 여행영어도 기초영어 중 하나다. 어려운 단어나 문장을 구사하는 일이 거의 없다.


좋았던 건 자주 쓰이는 문장 형태를 반복해서 연습할 수 있었다는 것. 몹시 한국인스러운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재밌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막상 해외여행을 할 때 이런 표현들을 쓸 일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길을 찾고, 대부분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는 굳이 버스정류장이 어디인지 물어볼 일이 없다. 구글 지도를 보며 관광지 부근을 걷고 있을 때 친절한 청년이 길을 알려주고 갈길을 간 적은 있다.


관광지와 가까운 곳에서 일하면서 오히려 길을 묻는 외국인들에게 길을 알려줘야 하는 일이 많았다. 혼자일 때는 더듬더듬 도움을 줬지만, 누군가 함께일 때는 대부분 그 누군가가 나서서 길을 알려줬다. 내가 길치이기도 하고, 내 영어 실력이 너무 형편없었다.


"내 영어 실력이 너무 형편없지?"

신기한 건 나서서 길을 알려준 사람들도 자신의 영어를 부끄러워 했다. 한국인들의 영어 기준은 왜 이리도 높단 말인가? 말할 수 있는 용기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들의 영어에서 어떤 흠을 발견한 적은 없다. 말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외국인에게 지하철에서 빠르게 환승할 수 있는 위치를 알려줬던 적이 있다. 그들은 칸마다 내릴 수 있는 역이 달라지냐고 되물었다. 그건 아니고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아마도 그들이 이해하기에는 특정칸만 "특급열차"가 되는 황당한 소리로 들렸던 것 같다. 몇 분 더 일찍 가는 게 중요한 건 한국인뿐일지도.


확실한 건, 내가 써봤던 문장들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건물이나 역 안에서 특정 장소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을 때, 학생 할인이 된다고 알고 있는데 기계에서는 불가할 때, 그때서야 사람을 찾았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서툰 내 영어도 이해해줬다. 시간이 지나 나쁜 기억은 지워지고, 좋은 기억만 남아 다행이다.

초콜릿 가게에서 마지막 남은 잔돈까지 탈탈 털고, 남은 금액만 카드 결제했었다. 나는 점원에게 그렇게 계산해도 괜찮을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점원들은 웃으며 그곳 화폐에 서툰 나를 위해 직접 동전을 세고 내가 추가로 결제해야 하는 금액을 적어서 보여줬다. 책을 덮으며 이런 문장이 더해졌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살짝 했더랬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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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영어 문법 여행 - English Quotes for the Soul: A Grammatical Journey
홍민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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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는 영어와 공학이다. 관심이 있다는 거지 잘한다는 건 아니다. 힐링이란 단어에 혹했지만, 영어를 공부하면서 힐링을 하는 게 가능할까? 그런 의심을 갖고 <힐링 영어 문법 여행>을 펼쳤다. 내게 영어란 늘 실패의 영역에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 책을 통해 단번에 내 영어가 성공의 영역에 들어서지는 못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영어가 편안해졌고, 제목 그대로 힐링됐다. 영어가 늘든 말든 곁에 두고 반복해서 읽고 싶어졌다. 공부와 치유의 비율을 굳이 따지자면 공부가 20%, 치유가 80%인 느낌?

책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눠져 있다. 제1장은 명언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제2장은 명언을 문법적으로 접근하는 한편 명언과 관련된 저자의 생각을 담고 있다. 제3장은 문법 성분에 대한 설명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사람에 따라 읽는 순서를 달리 가는 걸 권하고 있는데, 영어모지리인 나는 제2장부터 읽었다.

이 책의 핵심은 제2장에 있다. 명언을 소개한 후 품사 구분, 문장 성분, 문장 구조, 의미 단위를 순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명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보며 문장 감상으로 마무리된다. 총 61개의 명언이 단문, 중문, 복문 순으로 나오며 문법 난이도를 서서히 높인다.


사실 명언으로 영어를 공부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짧은 문장이니 부담이 없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고, 이왕이면 좋은 문장을 알아두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길게 가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기대보다 감흥이 크지 않았고,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힐링 영어 문법 여행>의 첫 번째 장점은 각 문장을 단계별로 설명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반복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장점은 '문장 감상'에서 저자의 생각을 읽으며 명언의 여운을 길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 부분 덕분에 다음 페이지로 편안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리뷰를 쓰다보니 과거에 명언으로 영어를 공부하려 했던 수많은 시도들이 떠오른다. 명언만 적혀 있는 경우도 있었고, 생각해보니 그에 대한 해석이 간단하게 적혀 있는 경우도 있었다. 도대체 뭐가 달랐던 걸까? 명언만 보면 사실 새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내 상황이 저자의 감상에 공감할 만한 상태인 걸지도?

명언과 문법 해설과 감상의 삼각구조(?)가 은근 환상의 조합인 것 같기도 하다. '좋은 문장을 읽는다 + 문법을 공부한다 + 공감가는 감상을 읽는다'라는 것이 명언으로 영어를 공부하려는 독자의 만족감을 높여주는 것 같다. 영어 학습 도서인데 정말 보기드물게 반복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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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영어 하루 1단계 파닉스왕 1 : 알파벳 모든 소릿값 + 문장 속 단어 읽기 - Step별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3단계 파닉스 학습법 [파닉스 익히기]-[워크북 체화하기]-[실력 확인하기]
박은욱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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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다. 정규과정에 영어가 등장한 건 중학교 1학년이 되고서였다. 이렇게 말하면 고릿적 시절 이야기 같지만 라떼는 그랬다. 돌이켜보면 첫단추부터 잘못됐다. 발음기호 같은 걸 알려주기엔 학원 진도가 너무 바빴다. 그냥 닥치고 외워야 했다. 그래서 내 영어가 아직도 이꼴인가 보다.

파닉스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회사동료들이 아이의 성장에 맞춰 영어를 다시 배우기 시작할 때였다. 요즘 애들이 문법은 몰라도 회화는 잘한다, 발음은 좋다라는 말이 나온 건 파닉스의 유행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머리 속 발음과 입으로 나오는 발음이 달랐다는 것에 조금 충격 받았다. 어쩐지 AI가 인식을 못하더라.


부서를 옮기고(?) 자기개발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한 끝에 '영어'를 택했다. 평생 내 발목을 잡고 있는 영어. 그렇다고 발음부터 시작하는 건 너무 내려 간 게 아닌가 싶지만, 막상 책을 보다보면 그런 생각이 사라진다. 무엇보다 발음을 제대로 알아야 단어 암기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중학생 조카도 아는 파닉스를 나만(?) 모를 수는 없지. <초등 영어 하루 1단계 파닉스왕 1>에서는 알파벳 26자의 소릿값을 배울 수 있다. 읽다보면 이중자음과 이중모음을 다루는 2권이 궁금해진다. 알파벳 대문자와 소문자를 연습할 수 있는 페이지를 제공하고 있어 영어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도 유용하다.


Aa의 발음을 배우기 시작해 Zz에 도달해서는 지금까지 배운 발음들을 반복해서 복습할 수 있다. 알파벳당 분량이 많지 않아서 이 과정이 부담스럽지 않다. 다만 앞서 말했듯 기본 단어임에도 내가 머리 속으로 떠올렸던 발음과 실제 발음이 달라서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었다.


단순히 기본 발음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기본 단어를 암기할 수 있다. 또한 축약형과 복수형을 읽는 법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해 놓았다. 영어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책이다. 책 사이즈는 A4 사이즈로 보통의 문제집이나 워크북과 비슷한 사이즈다. 디자인도 귀엽게 잘 나온 것 같다.


마무리는 교과서 속 문장의 발음을 익혀보는 걸로 끝난다. 예전에는 영어 발음을 한글로 표기하는 것에 대해 막연히 잘못된 방식의 교육이란 생각을 했었다. 파닉스를 배우면서 이런 생각이 많이 바꼈다. 어떤 방식이든 본인에게 도움이 되면 그만 아닐까? 폼 재면서 공부하는 건 이제 그만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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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글쓰기는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딱 4주 만에 완성하는 브랜딩 블로그
정경미(로미)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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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는 중구난방이다. 책을 리뷰하기도 하고, 일상을 기록하기도 하고, 재테크 현황을 남기기도 한다. 특정 주제를 담고 있지 않아서 인플루언서도 될 수 없다. 포스팅도 중구난방이다. 어떤 날은 하루에 몇 개씩도 쓰고, 어떤 때는 몇 달 동안 아무 것도 등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굴러가고 있는 것에 늘 감사한다.


약 열흘 뒤면 나는 또(!) 퇴사한다. 처음 퇴사를 할 때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건강이 여의치 않았고, 그렇게 유야무야 시간이 흘렀다. 지역에 동화되기 위해 취업한 것이 어느새 습관적으로 이 회사, 저 회사를 옮겨다니며 다시 회사인간이 되는 삶을 만들었다.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너무 쉽게 퇴사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퇴사하면서도 나는 또 다음 직장을 알아보고 있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까, 다시 도서관에서 일할까, 같은 회사, 다른 부서에서 비슷한 일을 시작할 수 있을 때까지 백수생활을 즐겨볼까. 한 번쯤은 무언가에 몰입하는 삶을 살고 싶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하지만….

힘들게 공부해서 공무원이 된다고 해도 내가 다시 또 퇴사하면 어쩌지? 나는 정말 조직생활에 맞는 인간인가, 하는 근원적인 의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읽고 있던 이 책을 다시 펼쳤다. 그리고 블로그 계정을 새로 하나 만들고, 프로크리에이트에 슥슥 선을 그어 상단 이미지를 만들었다.


아직은 무얼 할지 모르겠다. 일단은 미루고 미루던 블로그 주제 분리의 물꼬를 트고 있는 중이다. <블로그 글쓰기는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정말 블로그가 내 삶의 무기가 되어 줄지는 사실 모르겠다. 다만 블로그를 좀더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싶고, 이것이 내 삶의 중심에 서길 바라는 마음이 이 책을 통해 부채질을 받았다.


블로그가 소중해진 건 이웃님들 덕분이다. 독서모임만큼 풍족하진 않지만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고, 좋은 책을 추천 받을 수 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위로 받을 수 있고, 좋은 일이 있을 때 축하를 받을 수 있다. 언젠가 이웃님이 산다는 동네 지하철을 지나며 그곳에서 내려 이웃님에게 연락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

마음을 주고 받는 이웃들이 있다. 이 블로그를 없애고 싶어졌을 때도 그러지 못했던 건 이웃들의 존재였다. 사실 나는 이웃들이 너무 궁금하다. 내가 누군가에 대해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열망을 이토록 강하게 느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스토커가 될까봐 열심히 참는 중이다.


눈에 보이는 수익을 얻으려면 블로그가 아닌 다른 걸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블로그에는 분명 그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나는 엉망진창이 된 블로그를 여전히 운영하고 있다. 책에서는뭐든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줘서 조금 위안을 얻었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초보자의 방식으로 두지는 않으려 한다.


나는 회사인간이 아니라 그냥 내가 되고 싶다. 블로그가 돈을 벌어다 주진 않더라도 작은 기회의 씨앗이 될 수 있게 노력해보려 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아 마음이 힘들 때마다 이 책을 꺼내볼 것이다. 아마 오늘 그러했듯이 책은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을 가리켜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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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인더스 오브 힘
콜린 후버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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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고 작가가 남긴 「감사의 글」을 보며 내가 작가의 의도대로 글을 읽은 독자라는 사실이 묘하게 뿌듯했다. 사고 현장에 죽어가는 연인을 두고 떠나 과실치사로 살인자가 된 한 여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 속에서 '재미'를 발견한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작가의 의도라면 섬세한 독자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리마인더스 오브 힘>에는 두 화자가 등장한다. 앞서 언급한 사건으로 징역을 살고 얼마 전 퇴소한 케나, 그리고 그 사건으로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렛저가 그들이다. 둘은 서로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 첫만남에서 호감을 갖게 되고, 상대가 누군지 알게 되는 순간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불행의 고리에 오르게 된다.


콜린 후버의 스릴러 소설 <베러티>를 읽은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다는 것이 놀랍다. <베러티>는 뮤지컬 '레베카'를 떠올리게 했던 소설이다. 그리고 십 년 만에 '레베카'를 재관람하고 며칠이 지나 <리마인더스 오브 힘>을 읽었다. 어쩌면 이 소설도 '레베카'와 비슷한 것 같기도…. 주제의식이란 측면에서 말이다.


대부분의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은 사건의 진실을 마지막까지 숨긴다.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지만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사건이 있었던 날의 진실은 케나의 입을 통해 철저히 함구된다. 하지만 그 진실이란 건 너무 뻔해서 반전이라고 할 만큼의 충격을 주진 않았다. 진실은 매우 평범하다.

이 이야기를 쓰면서 작가는 많은 갈등을 겪지 않았을까? 미스터리 소설을 구상하기도 하고, 로맨틱 코미디를 생각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결국은 <리마인더스 오브 힘>이라는 형태의 로맨스 소설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인생인 것 같다. 뜻대로, 일관성을 가지고 흘러가지 않는 것. 불행도 행복도 너무 갑작스럽게 온다.


등장인물들의 선택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모든 타인을 이해할 수 없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모든 타인에게 이해 받을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아무리 가까운 관계라고 해도 내 주변의 행복이 타인의 불행보다 중요하다. 길게 등장하진 않지만 그런 점에서 렛저의 엄마가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았다.


작가는 모두에게 잘못을 하는 순간이 있고, 우리는 순간의 실수를 용서해줘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라면…. 나는 끝까지 케나를 용서하지 못했다. 케나가 그 순간에 겪었던 일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하지 못한 건 그게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엄청난 잘못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은 그 누군가를 감정적으로 용서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게 사람이다. 케나를 용서하지 못한 건 그 위로 무수한 사건의 범죄자들이 투영됐기 때문이다. 케나를 용서하면 그들을 용서해야 할 것 같았다. 아직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이와 별개로 잘 다듬어서 영화나 드라마로 나오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초반에 한없이 가라앉고 어둡기만 했던 케나가 전혀 다른 인물로 변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렛저와 케나의 로맨스를 조금 줄이고, 케나와 스코티 부모의 화해에 대한 분량을 좀 더 늘렸으면 케나에 대한 내 생각이 달라졌을까? 이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스코티는 내 아들이 아니야. 하지만 스코티와 관련된 모두가 정말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케나마저도. 만약 스코티에게 벌어진 일이 너에게 생겼다면 내가 패트릭이나 그레이스와 다른 선택을 했을 거라고 말하진 못 하겠어. 이렇게 큰 비극적 사건에는 각자가 옳은 선택도 하고 나쁜 선택도 하게 돼. 난 네 엄마야. 그리고 네가 그녀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면 분명 그녀에게는 특별한 뭔가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 나는 믿어. -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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