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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0월
평점 :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재일교포 고 가쓰히로, 오승호
이번에는 어떤 기발한 소재로 서늘함을 던져줄지... 이번에 출간된 장편소설 <스완>을 읽어보기로 한다.
무차별 총격 사건에서 살아남은 소녀.
소녀는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골라. 다음으로 죽일 사람을, 나쁜 사람을 네가 고르는 거야.”
4월 8일 일요일 고나가와 시티가든 스완에 무차별 총격전이 일어났다. 두 명의 괴한은 특정 인물이 아닌 무작위로 보이는 대로 총으로 쏘며 죽일 뿐이다. 두 명의 괴한이.. 아니 세 명이 만나게 된건 인터넷 게시판과 SNS였다. 삶의 의욕도 없고 목표도 없던 그들은 서로의 본명도 모른 채 반, 구스, 산트라고고 불리며 거사를 준비해왔고 드디어 실행에 옮기기 위해 스완에 왔다. 시작부터 산트의 거슬리는 행동 때문에 구스는 산트를 죽이고 셋이 아닌 두 명이 총격전을 벌인 것이다.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죽이기 시작한 이 사건은 수많은 사상자와 부상자를 남기며 마지막엔 범인들의 자살로 사건이 마무리가 된다.
스완 사건에 미심쩍은 점을 이상하게 여긴 희생자의 가족 고나가와 물류의 대표 이사 요시무라 히데키,
무차별 사건으로 어머니 요시무라 가쿠노를 잃고 사건의 의혹을 품고 감춰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변호사 도쿠시타 소헤이르 고용한다.
총격전에서 살아남은 가타오카 이즈미, 반 년이 지난 후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던 그녀는 도쿠시타 쇼헤이의 초대에 응한다. 이즈미를 포함한 네 명이 모임에 선택되고 사건 현장에 관한 이야기들이 시작된다. 이즈미, 하타노, 이쿠타, 도산, 호사카에게 차례로 질문을 하면 요시무라 가쿠노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려는 도쿠시타, 무엇을 알아내기 위해 이런 조사까지 하는 걸까?
요시무라 히데키가 의뢰한 모임이라고 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묻는 듯한 도쿠시타의 행동동 이상하고 일행들도 뭔가를 숨기는 듯한 느낌이다.
범행이 시작되고 위험하니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방재실의 지시를 어기고 스카이라운지를 벗어나 1층으로 간 기쿠노가 왜 엘리베이터 앞에서 살해되었는지~
또한 이즈미를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은 스카이라운지의 생존자가 아니었는데 무슨 이유로 멤버로 구성이 되었는지~ 의문투성이다.
서로의 진실을 숨기며 거짓으로 증언만 하기 바쁜 일행들. 무엇을 숨기기 위해 다들 불안해하는 걸까?
첫 번째로 거짓 증언이 드러난 이즈미, 거짓말을 하게 된 이유와 스카이라운지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즈미와 만나기로 했던 고즈에를 중심으로 사건의 실루엣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조금씩 퍼즐이 맞혀지는 듯했으나 아직 부족하다.
정보를 수집해서 읽고, 듣고, 고민하고, 깨닫고, 돌아보면 그 당시에는 없었던 선택지가 마치 있었던 것처럼 느껴져요. 왜 그런 선택지를, 정답을 나는 고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확고한 이유가 있을 텐데. 어쩔 줄 몰랐다거나, 깨달을 새가 없었다거나, 착각이나 잘못된 믿음 같은 다양한 원인이 있었고 그러니 정답을 고를 수가 없었던 건데. 그건 오직 그 순간의 저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이라 지금은 저조차 제대로 설명할 수 없어요. 그래서 그걸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게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속이 타는 거예요.
p.319
도망쳤을 뿐인데. 그저 오타케로부터,
총격전으로부터 도망쳤을 뿐인데
p326
알고 있다. 그러나 통하지 않는다. 이쪽은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사건은 객석에서 바라보는 '이야기'고, 야마지는 '등장인물'이며,
기자회견은 '장면'이었다. 표정과 말투는 '연기'였고,
카메라 플래시는 '연출'이 되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관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된다.
p.328
그저 무력했을 뿐이다. 죽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가능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
다른 방법이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
p.409
비극을 예측할 방법, 뛰어넘기 위한 절차를요. 간단하지 않다는 건 압니다. 법률로는 판가름하지 못할 죄, 그러므로 고통도 치유할 수 없는 죄라는 것이 이 세상에는 엄연히 존재하니까요.
p.431
오직 그것을 위한 모임이었다. 누군가를 단죄하거나 규탄하는 것이 아닌, 세상을 뜬 어머니의 명예 회복
p.493
내가 즐기려고 사람들을 죽인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아. 하지만, 그래. 꼭 너만 그런 건 아니야. 모두 자신만 생각하며 기회와 능력, 필요만 있으면 남을 죽이지. 타인 따위 벌레처럼 짓밟지. 그래. 그게 바로 이 세상의 진정한 모습이야.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네가 옳아. 1밀리미터도 의심할 것 없이 옳아.
p.503
살아남았지만 사건 이후에 고통받는 남은 자들의 삶, 누군가는 구할 수 있었고, 누군가는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고, 누군가는 살아남은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에 씁쓸해한다.
과연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그 현장에서 어떠한 선택을 해야만 옳았던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며 자신의 양심을 뒤돌아보며 고통을 받는다.
모든 일은 순간적으로 일어났고 충동적으로 선택을 했다.
누구를 구하려고도 했지만 살려고도 했던 그들의 행동과 실수가 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스완>에서는 비겁한 선택을 한 피해자들에게만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당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지를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차라리 죽어야만 했던 것인가요?
선과 악, 백조와 흑조
설명할 수 없는 망설임의 선택, 무의식적인 행동을 욕하는 당신은?
<스완>은 읽는 내내 무엇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양심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무거운 감정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던 도서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