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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피드백의 기술 - 밀어붙이는 피드백에서 끌어당기는 피드백으로
더글러스 스톤 & 쉴라 힌 지음, 김현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피드백이라고 하면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실제로 우리는 매일매일 피드백에 파묻혀 살고 있다. 오늘 입고 온 옷이 이쁘다, 화장이 잘 받았다, 음식 맛이 좋다도 전부 피드백이고, 어떤 상황에 대해서 나오는 기사들도 그 사건에 대한 피드백이고 그에 달린 댓글들도 피드백이다.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는 것도 피드백이지. 물론 이 작가의 귀에 까지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나는 일단 내 직업부터 피드백과 연관이 있다. 건강검진 상담의사니까. 본인도 본인에게 안 좋은 것을 잘 알고 있는 나쁜 건강 습관을 바꾸라고 피드백을 주는 역할이다.
그렇지만 내가 이 하버드 피드백의 기술을 읽은 것은 피드백을 잘 주기 위해서보다는 잘 받기 위해서 읽기 시작했다. 나는 자의식으로 가득하고 똥고집인 사람이라 사람들의 조언을 잘 안 듣는 편이다. 잘 안 듣는 것까지는 안 듣는 건데 가끔은 그런 조언이 나에 대한 공격으로 느껴지거든. 내가 여전히 부족하고 못났으니까 바꾸지 않으면 큰일난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려서.
과연 이 ‘하버드 피드백의 기술’에 대해서 적은 이 책이 얼마나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고 싶은 나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심을 안고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 하버드랄까? 피드백을 주는 것보다도 받아들이는 것에 더 집중을 했음.
밀어붙이는 피드백보다는 끌어당기는 피드백
관리자들에게 피드백을 ‘주는’ 방법(좀 더 효과적으로 밀어붙이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피드백을 받는 사람에게 피드백을 수용할 의향이나 능력이 없으면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제아무리 끈기를 갖고 덤벼들고, 제아무리 노련하게 전달하더라도 그뿐이다. 피드백을 제공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권한이나 권력을 갖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것은 받아들이되 어떤 것은 받아들이지 않을지, 상대가 하는 말을 어떤 식으로 이해할지, 변화하는 쪽을 택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피드백을 받는 사람이다.
좀 더 세게 밀어붙이는 피드백은 진정한 학습에 좀처럼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드백을 주는 사람에게 효과적인 방법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둬서는 안 된다. 피드백의 효과를 높이려면 직장에서건 가정에서건 피드백을 ‘받는 사람’에게 초점을 둬야 한다. 즉 우리 모두가 좀 더 노련하게 학습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진정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끌어당기는 피드백이다.’ 14-15p
피드백을 잘 주기 위해서는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게 만드는 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려면 왜 피드백을 받아들이기가 힘든지에 대한 파악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피드백이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
피드백이 한편으로는 선물과 같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결장경 검사와 같다. 꿋꿋하게 버티며 피드백을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등을 돌리고 재빨리 달아나야 할까? 학습을 위해 고통을 감내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갈등에 빠진다.
우리가 이런 갈등을 느끼는데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근본적인 무언가를 원한다. 즉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고 받아들여지고 존경받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다. 사람들이 피드백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피드백에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발끈한다. 왜 있는 그래도의 내 모습과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는 겁니까? 왜 항상 무언가를 조정하고, 좀 더 개선해야 하는 걸까요? 왜 나를 이해하는 게 ‘그토록 어려운’가요? 이것봐요, 상사 양만! 이것 봐요, 우리 팀 사람들! 이것봐, 마누라! 이것봐, 아빠! ‘여기 내가 있잖아요. 이게 나라고요.’
피드백 수용은 정확히 두 욕구가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첫 번째는 학습의 욕구고 두 번째는 받아들여지고 싶다는 갈망이다. 이런 욕구는 강렬하다. 상반되는 두 욕구 간의 긴장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긴장을 관리하기 위해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중략)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는 능력이 타고난 특성이 아니라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물론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능력을 얼마든지 익힐 수 있다. 18-19p
모든 조언에는 어느 정도 평가가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개선에 도움이 될 거야’라는 조언의 메시지에는 ‘지금까지 네가 해낼 수 있는 최대치만큼 잘해내지 못했어’라는 평가의 메시지가 들어 있는 것이다. 65p
수많은 피드백 대화의 핵심에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 사람이 제공한 피드백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라는 역설이 자리 잡고 있다.
아빠는 언제나 충고를 한다. 아빠가 한 번이라도 “그래, 네가 옳았다”라고 이야기해준다면 아빠 충고에 귀를 기울일지도 모르겠다.
상사는 내가 하는 그 어떤 일에도 만족하지 않는다. 내가 팀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불안한 것 같다.하지만 상사도 팀이 굴러가려면 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전 남편은 결국 내가 다른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복잡한 문제다. 피드백 제공자는 어떻게 해서든 우리를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는 굳이 변하지 않아도 괜찮기를 바란다. 당신은 나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그런 점들 ‘때문에’ 나를 사랑했으면 한다.
피드백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수용의 의미를 다르게 정의하는 것 또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다. 피드백 제공자는 사소한 행동 변화를 추천했을 뿐인데도 피드백을 받는 사람은 자신의 존재 자체가 거부당하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170p
내가 조언, 충고, 잔소리를 들을 때 느끼는 기분이 딱 이렇다. 사소한 행동 변화를 추천했을 뿐인데도 피드백을 받는 사람은 자신의 존재 자체가 거부당하는 기분을 느껴버리는 것.
이 책에서는 피드백을 주는 사람에게는 피드백을 줄 때 상대가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도와주고, 피드백을 받는 사람에게는 그런 기분에서 벗어나 그 사람이 전달하고자하는 피드백 자체에 대해서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블로그에 달리는 댓글들에 대해서도 떠올랐다.
제3자와 관련된 일에 직면했을 때는 재미를 위한 말과 진짜 피드백을 구분하기가 쉽다. 하지만 루크처럼 상황의 중심에 놓인 사람의 입장에서는 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재미를 위한 말과 진짜 피드백을 구분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온라인에 등록된 의견, 메시지 게시판, 블로그, 전화 토론 프로그램,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 ‘피드백’의 탈을 쓰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독설로 가득한 공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런 공간들은 가차 없는 비난과 악의적인 공격, 익명성이라는 방패 뒤에서 마구 쏟아져 나온 거침없는 말로 가득하다. 독자들은 이런 말에 환호나 야유를 보낸다.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들은 기발하거나 통렬하거나 사람들의 주목을 끌 만하다고 생각하는 말을 쏟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뿐만 아니라 독설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샌드백으로 사용하는 자신들의 글이 실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54-55p
가끔 진짜 왜 이런 댓글을 나에게 남길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댓글들도 있거든. 로그인 사용자들만 댓글을 달게 설정을 해놨음에도 여전히 가끔 그런 당황스럽고 아픈 댓글들이 있다.
특히 그런 댓글이 달리고 나면 머릿속이 우르르 무너지는데 그럴 때는 이 다음 구절을 떠올려야지.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우리는 사실상 ‘내가 잘못한 것’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한 후 검색 버튼을 누르는 셈이다. 그러면 840만 개의 사이트가 검색되고 갑자기 자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옛 연인이나 옛 배우자, 아버지, 상사 등이 제공하는 ‘광고’도 볼 수 있다. 검색 결과를 훑다보면 그동안 뭔가 하나라도 잘한 일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이런 식의 왜곡을 경험한다. 마크가 경험한 구글 편향을 살펴보자.
피드백 자체는 사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상처 입기 쉬운 상황일 때는 커다란 충격을 받고, 그동안 후회해온 순간들이 모여 있는 지하실로 떨어지는 듯한 기분에 빠져듭니다. 그동안 후회해온 모든 일들이 지금 이 순간 한꺼번에 벌어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동안 내가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죄책감이 들고, 그동안 내가 저질러왔던 이기적인 행동이 부끄럽게 여겨집니다. 그 지하실에 있지 않을 때는 그런 일들에 대해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하실에 들어서면 후회스러운 순간들이 나를 에워쌉니다. 그것만이 유일한 진실이 됩니다. 내가 행복한 적이 있긴 했는지 의문이 들지요.
물론 기분이 좋을 때는 구글 편향이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 그동안 우리에게 풍요로운 삶을 안겨준 성공, 현명한 선택, 관대한 선택에 고나한 검색 결과를 찾게 된다. 우리가 찾고자 하는 것을 갖게 되는 것이다. 어떤 쪽이건 무엇을 검색하느냐에 따라 스스로에 관한 이야기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239p
댓글 뿐 아니라 안 좋은 피드백이 들어왔을 때(정말 사소한 것이라도) 내가 지금까지 잘못했던 것들, 나의 단점들이 가득가득 나의 머리를 채워버린다. 꾸르르륵 늪에 빠지는 거지. 그때는 쉽지 않겠지만 그럴 때 나의 좋은 점들, 잘했던 점들을 검색할 수 있게 노력해야지. 실제로 검색을 해볼 수 있게 칭찬일기도 매일매일 적고 있으니까.
그 외에 피드백을 주고 받을 때 도움이 될 조언들.
피드백 제공자에게 당신의 감정 텃밭 한쪽을 빌려주고 당신이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직접 이야기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헌이의 경우라면 어머니에게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어머니한테 배울 점이 참 많아요. 다음에 방문하실 때 만두를 멋지게 빚는 법을 가르쳐주시겠어요?” 물론 이런 제안은 헌이에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어머니의 관심사와도 부합한다. 헌이의 어머니는 딸의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어한다. 어머니가 끊임없이 비난을 하는 것은 딸의 인생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정립하기 위한 그릇된 시도일 수도 있다. 헌이의 어머니는 쓸모있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 아니라 이제 성인이 된 유능한 딸로부터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319p
만일 피드백이라면, 평가와 조언과 인정 중 어떤 것일까? 항상 답을 알 수는 없다. 피드백을 제공하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금 나에게는 어떤 유형의 피드백이 가장 유용할까? 여든세 살의 나이에 당신이 쓴 단편 소설을 다른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보여주는 경우라면 어떨까?의욕을 잃지 않기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경우라면 어떨까? 의욕을 잃지 않기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것이 격려라면 “피드백을 좀 주게”라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세 가지만 이야기해줄 수 있겠나?”라고 요청해야 한다. 333p
이 책 구석구석 좋은 내용, 생각할 거리, 도움 받을 방법이 가득한 책이다. 피드백을 잘 주는 법 뿐만 아니라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그렇게 받아들이기 힘든 피드백을 받아들이기 수월하게 만드는 법까지. 피드백에 관해서 다룬 책 중에서 내용 면으로는 제일 마음에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다섯 개를 줄 수 없었던 이유. 일단 너무 넓은 범위의 이야기, 너무 많은 양의 예시를 다루고 있다. 게다가 그런 예시들도 한단락 한단락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여기서 잠깐 또 뒤에서 잠깐 또 조금 있다 잠깐 이런 식으로 언급되면서 나아간다.
또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활자를 좋아하는 나임에도 이 책을 펼치자마자 약간 답답함을 느꼈다. 한 페이지에 위아래 옆의 여백이 너무 적어서 읽는 내내 글자들이 나를 압도하는 느낌을 받았거든.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쉬운 거 하나 더. 왜 번역판 제목을 ‘하버드 피드백의 기술’이라고 했을까? 원제목인 ‘Thanks for the feedback.’ 이 훨씬 더 끌린다. 하버드 피드백의 기술하면 널리고 널린 그저그런 책들으로 보여서 그냥 넘어갈 것 같은데 그보다 원제를 번역해서 ‘비판해줘서 고맙습니다.’라면 더 혹해서 읽었을 것 같다. 비판이 피드백이랑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책의 의도를 충분히 전하면서 책의 내용이 궁금해지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비판을 해줘서 고맙다니 뭔 개소리야? 하면서 집어들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인내력과 내용 정리 능력이 조금 필요하기는 하지만, 매일매일 수도 없이 접하는 피드백으로 인한 감정싸움을 많이 덜어줄 수 있는 책이다. 피드백을 잘 주는 법, 잘 받는 법이 궁금하다면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