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아이
정승구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단 시작이 나의 관심을 제대로 잡았다머리에 총을 맞아서 돌팔이라는 외다리에 의사면허가 취소된 의사(어쩌면 수의사)에게 수술을 받게 되는 주인공책을 보통 제일 첫 문장으로 판단한다고 하는데 제일 첫 문장은 그냥 그랬고 나는 그보다도 제일 첫 챕터의 마지막 문장에 마음이 움직였다

나는 아직 살고 싶다’ 

 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아마 범법자(?)인 주인공읽을만 하겠네라는 느낌으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지챕터들이 시간이 살짝 엇갈려서 진행이 되어서 헷갈리기도 했지만그런 구성 덕에 책을 읽는 동안 긴장감을 더 끌고 갈 수 있었다.

 

 아, 그런데 이 책에서는 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구석구석 보였다.

 

 이 세상에 돈만 믿고 의존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돈을 무시하는 사람은 없다세상은 돌고 돌아서 돈이라고 부르지만사람들을 돌게 하는 것 역시 돈이었다가진 것들이 돈 앞에서 더 무섭게 굴었고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돈에 집착했다가진 거라고는 돈밖에 없는 인간들에게는 인생의 이유도 돈밖에 없으니까. 146p

 

 

 앞부분의 내용에는 동의했지만가진 자들에 대해서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옛날에는 나도 이렇게 생각했다부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면서도 부자가 되고 싶어했지그러다가 [보도 섀퍼의 돈][지금 시작하는 부자 공부]를 읽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물론 쓰레기 같은 부자들도 있겠지특히 위에 적힌 것처럼 가진 게 돈 밖에 없는’ 경우에는 쓰레기 같은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을 거다가진 게 외모 밖에 없으면 외모에 집착하고학력 밖에 없으면 학력에 집착하듯 말이지그렇다고 부자들을 다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몰아가면 안 될 것 같다. (그리고 뉴스에는 보통 이슈거리가 될 만한 내용들만 나오니까돈이 있는 사람 중에도 돈이 없는 사람 중에도 이상한 사람들은 쏙쏙 끼어 들어가 있으니까.

 

 

 

 그리고 또 하나.

 

 예전에 한참 내가 주색에 빠져 지낼 때클럽에서 만난 여자들에게 이런 농담을 자주 던졌다특히 본인이 많이 배워 도도하고 잘났다고 생각하는 젊은 여성들에게어떤 남자와 얼마를 주면 결혼하겠나분위기에 따라 결혼이 잠자리로 바뀌기도 했다그러면 액수를 바로 말하는 여자들도 있었지만내가 무슨 창녀인 줄 아느냐며 팔짝 뛰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그러나 100억짜리 부자와 결혼하는 게 그렇게 싫으냐고 다시 물으면단호하게 싫다고 답하는 여자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그런 나의 질문에 그냥 실실 쪼개며 100억이라면 생각해볼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략나는 그럴 때마다 아주 예의 바르게 되묻고 싶었다.이래도 창녀가 아니세요? 이미 가격 흥정을 하고 있는데. 결국 다 가격의 문제다마음이든 몸이든 팔겠다고 맘먹은 것들에게는별별 것들을 서슴없이 사고파는 세상이라진짜 나쁜 놈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됐는지도 모른다. 133-134p

 

 

 이 부분을 읽으면서 최근에 인터넷에서 본 글이 떠올랐다. ‘일본 여자들의 현실적인 결혼 조건이라고 하면서 올라왔지.



연수입 100만엔(천만원)의 키무라다쿠야와 연수입 1000만엔(1억원)의 
누쿠미즈 요이치(탈랜트) 중 누구를 택하겠는가의 결혼 적령기의 여성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압도적(75%)으로 누쿠미즈 요이치를 선택한다.

 

 

 이걸 보면서 일본 여자들을 돈만 본다고 욕하고또 한국 여자들도 똑같을 거다 욕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사랑과 돈의 문제인 걸까어떻게 외모가 사랑이지다른 조건이 좋은데도 외모가 그럴듯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선택하는 게 사랑일 리가 없잖아돈보는 거나 얼굴 보는 거나 똑같지 뭐외모를 뜯어먹고 살 것도 아닌데 그냥 조건으로만 비교하자면 당연히 오른쪽이 더 좋은 상대 아닐까

 

 또 가지고 있는 돈이라는게(물려받은 것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결국 스펙이나 학력처럼 어느 정도 개인의 능력과 성실함을 보여주는 잣대라고 생각한다꼭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만일 인성이나 다른 조건들이 없는 상태에서라면 그 사람의 재정적인 능력을 가지고 판단하는 게 문제가 될까? 그리고 어느 정도의 재정적 여유가 있으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도 하고내 주변에도 돈 많은 집에서 자란 사람들이 참 착하고 베풀기도 많이 하는 걸 많이 봤거든아무래도 돈 많으면 인성이 안 좋을 것이라는 작가의 생각이 조금 들어가서 돈 많은 사람과 결혼하려는 사람은 돈만 보고 결혼하는 창녀라고 생각한 것 같다.

 

 물론 위에 나오는 것처럼 아무것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을 때 돈만 가지고 결혼을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뭐 각자의 행복의 기준이 있는 거지 뭐성격이 드러워도 외모만 좋으면 좋다거나 돈만 많으면 좋다거나결국에는 그에 따르는 부차적인 문제들은 남들이 뭐라고 하기보다는 자기가 감당해야할 몫이겠지 뭐어떤 것으로 행복을 느껴야할지를 남들이 정해줄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작가의 가치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조금씩 있었지만 책 자체는 참 재미있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야기 순서를 섞어놓은 것도 스토리의 재미를 더해주었고스토리 자체도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어서 좋았지그렇다고 대체 이게 뭐 소리야라는 느낌은 아니었고뭔 일이 터지겠구나 하는 분위기를 처음부터 쭉 깔고 가서 어떤 일이 어느 구석에서 터질 것인지 생각하면서 읽어 볼 수 있었지.

 

그리고 작가의 표현 방법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동훈은 어려서부터 그 어떤 면에서도 뚜렷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채 항상 평균 이하를 맴도는 이류였다무능하면 심성이라도 착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했다그는 쌍기역의 기질 중 끈기보다는 오로지 에 의존해 잔머리를 굴리며 인생을 편하게 사는 법에 익숙한 전형적인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41p

 

 

 쌍기역의 기질이라니!! 다시 읽어봐도 감탄이 나오는 구절이다. 이렇게 '우와~~'를 외칠만한 구절들이 잔뜩 있었다!

 

 이렇게 자잘한 말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스토리 전개도 좋아서 후다닥 읽어치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