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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1학년을 부탁해 - 입학 준비 ㅣ 랄랄라 학교생활 1
이서윤 지음, 윤유리 그림 / 풀빛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집 근처에 만화책방이 없어서 요즘에는 신작을 읽기보다는 꾸준히 읽어왔던 시리즈를 읽는 정도. 그러다가 [도서관의 주인]이라는 만화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만화책은 어린이 도서관 이야기인데 동화책들이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세상을 다시 한 번 따뜻하고 포근하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나는 만화책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이후로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만화책을 놓아본 적은 없다. 그런데도 동화책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마자 왠지 내 나이에 안 맞다는 생각에 멀리했었다. 이제 [도서관의 주인]덕에 예전에 못 읽고 또 안 읽었던 동화책들 좀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보게 된 책이 도서출판 풀빛의 랄랄라 학교 생활 시리즈 중 하나 인 [두근두근 1학년을 부탁해]. 만화책을 보면서 나도 얻을 것이 있겠지 생각하면서도 ‘초등학교 1학년을 들어가는 이야기에서 뭘 얻는다는 거야?’하면서 스스로 어이없어 하면서 읽었다. 그런데 막상 읽으면서 꽤 많은 생각을 했다.
아현이는 곧 사촌 지수 언니처럼 초등학생이 된다는 생각에 어깨를 으쓱거렸어요.
“아현아, 초등학교는 유치원이랑 달라. 그러니까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
아현이는 엄마의 이야기에 초등학교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졌어요.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고요.
‘초등학교는 대체 어떤 곳일까? 무서운 곳일까?’ (...)
“앗, 깜짝이야. 넌 누군데 내 방에 들어온 거야?”
“나는 권호라고 해. ‘스쿨랜드’에서 왔어. 2학년이지.”
“2학년? 그러면 오빠네? 내 방에는 왜 온 거야?”
“너를 도와주러 왔어. 나도 너처럼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겁이 났었거든. 이제는 어엿한 2학년이 되었지만 말이야.” (....)
“뭐야, 지금 밤 12시야?” “학교 여행은 이 시간에만 떠날 수 있어. 서두르자. 10-13p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부분. 1학년을 들어갈 때, 처음으로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주인공인 아현이는 설렘과 함께 두려움을 느꼈다. 내가 처음으로 학교에 갈 때 뿐 아니라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새로운 직장을 갈 때도 여전히 두려움을 같이 느꼈다. 지금이야 그렇게 겁이 나는 것을 당연하게 또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어렸을 때는 그렇게 두려움을 느끼는 게 잘못된 일인 것처럼 많이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혼자서 끙끙 앓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바로 지금 2학년인 선배가 자기도 겁이 났었다고, 이제는 괜찮다고 이야기를 해준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는 이 부분을 인상깊게 본 이유는, 내가 과거에 경험했던 부분에 대한 위로가 되어서도 그렇지만 작년에 읽었던 [스트레스의 힘]과 연결되는 내용이라서.
혼자 고통스러워한다는 느낌은 스트레스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외따로 고립됐다고 느낀다면 뭔가 조치를 취하거나 자신의 상황에서 좋은 점을 발견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지 못하기 때문에 필요한 도움을 얻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을 도움으로써 혜택을 입지도 못한다. 역설적이게도 스트레스보다 더 보편적인 경험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세상에 신체적 고통, 질병, 실망, 분노, 상실 등을 경험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구체적인 정황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 근본적인 경험은 인간이면 누구나 겪는 것이다. 여기서 어려운 점은 자신이 고통스러운 시기에 이 사실을 기억해내는 것이다.
아래 두 쌍의 진술을 살펴보고 어느 쪽이 자신에게 더 사실처럼 느껴지는지 생각해보자.
- 기분이 울적할 때면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나보다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어떤 일로 정말로 고군분투할 때면 다른 사람들은 더 쉽게 해냈을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 기분이 울적할 때면 세상에는 나하고 비슷한 기분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될 때면 이런 어려움은 누구나 겪는 삶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 사고방식이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들은 우울증에 빠지고, 현실 부정, 목표 포기, 스트레스 경험 회피를 비롯한 회피성 대처 전략에 의존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스트레스와 고통에 대해 털어놓을 가능성이 적고 자신에게 필요한 도움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적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혼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층 더 확신하게 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고통이 모든 사람의 삶에 자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더 행복하고 회복력이 더 크며 삶에 더 만족할 줄 안다. 이들은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한층 솔직하게 터놓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잘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역경에서 의미를 발견할 가능성이 크며 직장에서 심신이 완전히 지칠 가능성이 적다. 그러나 공통된 인간성을 인정함으로써 얻는 혜택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도사린 스트레스를 과소평가하고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231-233 [스트레스의 힘]
1학년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으면서도 불안하고 무섭다고 느끼는 것을 이상하다고, 혹은 겁이 많아서 걱정이라고 주변에서 대하게 되면 더 불안해진다. 나만 이상한 것 같고, 나만 문제인 것 같으니까.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자기도 겪은 부분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차근차근 초등학교 생활을 이끌어준다. 이 것도 책 [스트레스의 힘]에 나온 실험 내용과 비슷했다.
나는 월튼에게 가장 좋아하는 사고방식 중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어느 아이비리그 대학의 신입생 집단에게 실시한 중재를 제시했다. 이 연구에서 월튼은 한 가지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 기분은 달라질 것이다. (...) 그러나 그 감정을 공공연하게 표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혼자서만 집단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것처럼 생각한다. (...)
내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상영할 정보 광고를 제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 동영상은 곧 입학할 학생들의 대학생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되는 것이었다. 실험 진행자는 동영상을 제작해 정보 광고에 삽입할 수 있도록 학생들이 비디오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논술을 읽어줄 수 있겠는지 물었다. 그러고는 이렇게 설명했다.
“다들 잘 알겠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이와 똑같은 과정을 막 겪어본 선배들로서 여러분은 신입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니 동영상에 참여할 수 있겠지요?”
그것이 중재의 전부였다. 학생들은 설문지에 답을 채웠고, 논술을 작성했으며, 내년도 신입생들에게 사회적 소속감에 대한 메시지를 띄웠다.
처음으로 이 중재를 시도한 뒤 월튼은 이 실험이 미국의 흑인학생들에게 미친 영향을 추적해봤다. 일반적으로 그 학생들은 아이비리그 학교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해 그 누구보다 고심해왔던 터였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무작위로 선택돼 중재를 받지 않았던 학생들과 비교하면, 이들은 단 한 번의 중재로 향후 3년 동안 학업 성적이 향상됐고 몸이 건강해졌으며 행복 지수가 올라갔다. 졸업할 무렵 이들의 성적은 실험에 참가하지 않았던 흑인 학생들의 성적보다 뛰어났다.(...)
월튼은 무엇 때문에 이런 결과가 빚어졌는지 살펴본 끝에 이 중재가 두 가지 변화를 일으켰음을 알아차렸다. 첫째, 학생들이 학업 문제와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이것이 대학에서 겪는 경험의 일부이고 오래 가지 않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컸다. 둘째, 이 중재가 학생들의 사회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사고방식 중재를 받은 학생들은 멘토를 찾고 우정을 두텁게 쌓아갈 가능성이 컸다. 54-56p [스트레스의 힘]
물론 진짜 선배들의 인터뷰를 본 것과 동화책을 통해서 접한 것은 살짝 다를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이 책을 만일 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 읽었다면 조금은 덜 불안해 하면서 들어갔을 것 같다.
“이번 여행은 중요한 단계야.”
“뭔데?”
“학교에서는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어.”
“규칙?” “응. ‘복도에서 뛰지 말자’ ‘친구들과 싸우지 말자’와 같은 약속이야. 이런 규칙을 왜 지켜야 할까?”
“글쎄.”
“학교는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어서 사고가 나기 쉬워. 안전하게 생활하려면 서로 지켜야 할 규칙이 필요해. 아까 학교에 있는 여러 장소들을 함께 가 봤잖아. 각 장소에서 지켜야 할 규칙들을 살펴보자. 40p
시간표, 통학로, 여러 교실들, 준비물, 자기소개는 어떻게 하는지 등등 학교생활에 대한 모든 것을 차근차근 안내해준다.
그리고 아이를 위한 내용 뿐 아니라 부모님들을 위한 내용도.
- 부모님들께 드리는 말씀 (요약)
아이가 신학기 증후군(새 학기가 되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는 증세)을 보일 때에는 아이 말에 더 귀를 기울여 주세요.
새 학기를 맞이하는 게 얼마나 신나고 기대되는 일인지 이야기해 주세요.
학교와 교사에 대한 긍정적인 말이 아이의 학습 습관을 잡아줍니다.
아이와 함께 학교 생활을 할 때에 도움이 되는 습관을 체크해 보세요. 64-65p
진짜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도 이렇게 재미있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만화책 [도서관의 주인]은 옳았어! 사실 나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은 정의감, 노력의 중요성, 우정, 믿음 이런 것들은 거의 다 만화책을 통해 얻은 거긴 하지.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어린이들을 위한 책도 봐야겠다. 읽기도 편하고. 왠지 내 리뷰의 글이 이 책 전체 글의 양이랑 비슷할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예상 이상으로 즐겁게 읽었고,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는 아이가 있다면 꼭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 선물해주면서 ‘신나지? 그리고 조금 무서울 수 있는데 괜찮아~. 나도 무서웠거든. 조금씩 조금씩 즐거움이 더 커질거야.’ 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