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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보기전에는 덕혜옹주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어느 시대때 사람이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역사 소설에 관심은 있었지만 그녀에 대해서는 드라마로도 책으로도 본 적이 없기에 이번에 출판된 <덕혜옹주>를 꼭 보고 싶었다. 책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삶이 너무도 비참하기에... 책을 다 보고 인터넷으로 그녀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고는 그 마음이 더 했다. 그렇게 그리워 하고 오고 싶었던 조선에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오게 되었을때 그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 옛날 자신이 태어난 조국조차도 외면했을때 그녀가 살아갈 수 있었던 방법은 마음에 문을 닫는 것이었으리라. 책에는 그녀가 몇년도에 생을 마감했는지 적혀 있지 않았기에 인터넷 자료를 보고야 알았는데 그녀가 생을 마감했을때 내 나이가 그녀가 일본의 볼모로 잡혀 간 나이쯤이었다. 그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잡혀 갔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책의 겉장을 펼치면 일본으로 떠나기 전 덕혜옹주의 사진과 함께 그녀의 이력이 짤막하게 적혀있다. 단 몇줄의 글에서도 그녀의 삶이 순탄하지 않았음을 그리고 얼마나 힘들었을지 느낄수 있었다.
1912년 5월 25일_고종의 막내딸로 덕수궁에서 출생
1925년 3월_일본 학습원으로 강제 연행
1931년 5월_대마도백작과 강제 정략결혼
1956년 8월_외동딸의 자살. 계속되는 정신병동 감금생활과 조국의 외면
1962년 1월_37년 동안의 유랑생활 끝에 드디어 대한민국 귀환
그녀는 조선의 마지막 황녀로 태어난 고종의 막내딸이었다. 지금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 덕혜옹주. 조선의 마지막 황녀로 태어났지만 누구보다 비참한 삶을 살았던 그녀. 미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었던 그녀를 보면서 황녀의 삶이 이러할진데 일반인들은 어떠한 삶을 살았을지 눈으로 보지 않고서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덕혜옹주의 삶은 태어날때부터 비극을 예고했다. 망국의 황녀로 태어났는데 어찌 삶이 평탄할 수 있겠는가. 고종은 사랑하는 막내딸의 앞날이 걱정되어 시종 김황진의 조카 김장한과 약혼을 추진했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시종 김황진은 파직 당하고 고종은 그와 연락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고종의 의문의 죽음. 옹주는 황적에 올라 '덕혜' 라는 이름을 얻고 일본 학습원으로 강제 연행된다. 그때 옹주의 나이 14살이었다. 일본에는 앞서 볼모로 잡혀온 오빠 영친왕과 의친왕이 있었지만 14살 어린 나이의 옹주에게는 고통이었다. 그런 옹주에게 더 엄청난 일이 연이어 일어났다. 아버지 같은 오라버니 순종의 죽음, 어머니 양귀인의 죽음까지 어린 옹주가 감당하기에는벅찼다. 어머니가 죽었을때 일본이 그 나라법을 들먹이며 상복을 입지 못하게 했을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달리는 말을 멈출 수 있는 힘이 내게는 없구나" 일본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녀에게 어머니의 죽음은 그녀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닫지 않고는 살 수 없게 되었다. 조발성치매증. 그녀의 병명이다. 조선에서 함께 온 나인 복순과 그녀를 구하러 온 박무영(박무영은 김장한의 새 이름이다)과 임시정부 구국청년단원들이 있었지만 세상 사람들로부터 그녀는 점점 잊혀지게 되었다.
책을 보면서 그녀의 삶이 너무도 비참했기에 가슴이 아팠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 자신이 낳은 딸, 자신과 살을 섞은 남편마저 자신을 외면했을때 그녀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정신병원에 갇혀 철창이 처진 창문으로 바깥을 바라본 그녀의 마음이 어땠을까. 아마 정신이 온전했다면 그녀는 살 수 없었으리라. 지금까지는 사람들에게 잊혀졌지만 우리는 덕혜옹주를 잊지 말아야 한다. 아니 이제는 우리가 그녀를 기억해줘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잊고 싶은 과거. 일제강점기를 잊지 말아야 한다. 잊고 싶은 치욕스런 과거이지만 잊지 말고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우리가 지킬수 있도록...
<리뷰 속 인용문구는 책 속의 글을 인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