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시장에 참 많이 갔어요. 집에서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엄마가 조그마한 수퍼를 하고 있어서 물건을 사러 엄마랑 함께 자주 갔었지요. 어렸을때 제 기억으로 시장은 장사하는 사람들과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었어요. 생동감이 넘쳤다고 할까요 그랬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진것 같아요. 아마도 예전에 없는 큰 대형마트들이 많이 생겨서 사람들이 좀 불편한 시장보다는 대형마트를 찾게 되면서 그런거겠죠. 저 역시 편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마트를 찾으니까요. 제가 어렸을때 갔던 시장은 사람들간의 오고가는 정이 있고 구경할거리가 많은 곳이었는데 제가 태어나기도 훨씬전인 조선시대의 시장은 어땠을까요. 조선시대의 가장 큰 시장은 서울 복판 종루 근처인 운종가 지금의 종로에 있었대요. 이곳은 나라에서 건물을 지어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빌려 주었는데 이 시장을 시전이라 불렀대요. 나라에서 만든 시장을 시전이라 부른거죠. 이 책은 조선시대 가장 큰 시장이었던 서울 종로의 시전 풍경을 통해 옛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요. 현재의 옷차림과는 다른 한복을 입은 모습이며, 벼슬이 높은 사람이 가마를 타고 지나갈때는 머리를 조아리고 엎드리고 있거나 운종가 뒷골목으로 숨는 모습, 소가 달구지를 끌고 가는 모습까지 지금의 시장과는 많이 다른 모습에 우리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며 궁금증을 쏟아냈어요. 저 역시 실제로는 한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이기에 평소 아이들의 그림책을 볼때와는 달리 그림을 좀 더 세세히 살펴보게 되었어요. 그림이 만화풍인데다 사람들의 표정이 익살맞아서 보는 재미가 더 있었어요. 마흔 살이 되도록 벼슬 한 번 못해 본 명색만 양반인 허세랑은 과거 시험에 일곱 번이나 떨어지면서 먹고살 궁리를 해야겠기에 시전에 갔어요. 시전에 가면 먹고살 궁리가 설 것 같았거든요. 시전에서 아들 칠수를 만나 뭘 팔면 좋을지 함께 구경을 다녔는데 칠수가 그만 새우젓 장수와 부딪치고 말았어요. 허세랑은 새우젓 장수를 혼내려고 했는데 칠수가 소맷부리를 쪽쪽 빨면서 "삶은 돼지고기를 찍어 먹으면 맛 좋겠다." 하는거예요. 칠수의 말에 허세랑은 목이 메이고 다음 날 세우젓 장사를 해 보려고 새우젓 상점에서 새우젓을 사고 어제 만난 새우젓 장수를 따라가요. 하지만 새우젓 장수가 새우젓을 다 팔 동안 허세랑은 하나도 팔지 못했어요. 양반 체면에 '새우젓 사세요.' 라고 입이 떨어지지 않았거든요. 다음날 허세랑은 마음을 굳게 먹고 시전에 나가 '새우젓 사려오?' 한다는 게 그만 "새우젓 사려." 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그 이상한 말투에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금세 새우젓을 다 팔게 되었던거예요. 그 뒤로 시전이나 골목에선 허세랑을 따라 하는 장사꾼들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네요. "새우젓 사~려어!" 하면서요. 이야기 뒤에는 조선시대 시장 풍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글이 있는데 풍속화가 김학수가 그린 조선시대 장날의 모습과 약 백 년 전 시장 모습의 사진 등이 있어 아이들에게 좀 더 사실적으로 알려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리뷰 속 인용 문구는 책 속의 글을 인용했으며, 책 사진 이미지의 저작권은 웅진주니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