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 책수집가 8기 #서평단]『팍스 2 : 집으로 가는 길』은 인간 소년 피터와 여우 팍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둘은 전작 『팍스』에서 이별한 상태다. 피터는 아빠를 잃은 후 볼라 아주머니와 함께 지내지만 왠지 마음이 불편하다. 팍스는 브리스틀과 새끼를 낳아 가정을 꾸렸다. 그러던 중 피터와 팍스에게 집(보금자리)를 떠나야 할 이유가 생기고 둘은 길을 나선다.부제처럼 피터와 팍스는 현재 지내는 곳을 떠나 새로운 집을 찾아 나서는데 그 과정에서 독자는 전쟁의 결과를 목격하게 된다. 전쟁 때문에 물이 오염됐고 동물과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이는 자연스레 환경 문제와 전쟁의 대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따라서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본문 중간중간에 삽화도 있고 챕터가 잘게 쪼개져 있어서 하루에 몇 챕터씩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누면 좋을 듯.+) 1권을 안 읽어서 걱정됐는데 큰 문제 없었다. 전작 사건에 대한 부가 설명을 곁들여가며 진행되니 바로 2권 읽어도 괜찮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작정단 8기 #서평단]『시를 읽는다』는 띠지 문구("박완서의 문장, 시가 되다. 그림책이 되다.")처럼 박완서 작가의 산문(『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을 때」)에서 발췌한 문장으로 구성된 그림책이다. 색연필로 채색한 듯한 부드러운 일러스트와 함께 담긴 박완서의 문장은 왠지 쓸쓸했다. 차분하고 담담한 일러스트 분위기 때문일 수도.동화책처럼 큼지막한 책을 양손으로 들고 한 장 한 장 공들여 넘기면서 읽는데 문득 이 행동 자체가 낯설었다. 너무 오랫동안 아이패드 절반만 한 책을 한 손으로 들고 읽어서 그런가 보다. 시집보다 여백이 많은 책도 오랜만이고. 무엇보다 교과서에서 처음 접한 작가의 글을 그림책으로 읽는다는 게 가장 생경했다. 본문의 여백만큼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어른 혼자 읽어도 좋은 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책수집가 8기 #서평단]『하오팅캘리의 슬기로운 기록생활』은 제목 그대로 기록을 습관화하는 생활에 관한 책이다. 책 뒤표지에 적힌 "세상의 모든 게으른 완벽주의자와 부지런한 무계획자를 위한 일상기록법!"이라는 카피 완전 나 저격하는 게 아닌지... 어쩌다 보니 일기(『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에 이어 기록생활을 읽게 돼서ㅋㅋㅋㅋㅋ 이제 진짜로 일기 써야 할 것 같은 기분...이랄까...^^저자는 책에서 반복적으로 말한다. 꾸준한 기록은 '나'를 탐구하는 시간이자 일의 능률을 높이는 방법이고 하루를 잘 마무리하는 의식이라고. 당연한 말이지만 이걸 실천하는 건 당연하지 않다. 예쁘고 완벽하게 기록하고 싶은 마음과 타협해가며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그리하여 기록 자체를 일상으로 만드는 건 꾸준히 망하고 실패해야 가능하다.학창 시절 노트 필기에 목숨 걸던 습관이 남아서인지 >>보기 좋은<< 기록에 대한 욕구가 큰 편이다. 그래서 쉽사리 기록을 시작하지 못했고(한번 시작하면 끝장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시작하더라도 꾸준하질 못했다. 필기 속도가 생각 속도를 못 따라가기 때문이기도 하고, 앞서 말했듯 게으른 완벽주의자라서ㅎㅎ... 지금은 그런 마음 다 버리고 블로그에 그때그때 쓰고 싶은 걸 쓴다. 저자처럼 손으로 쓰는 아날로그만의 느낌도 좋지만 내겐 타자가 더 적합한 것 같음. 확실히 기록하는 습관은 완벽 추구를 포기하면서부터 시작인 것 같다.요즘의 나는 영화 아카이빙북을 어떻게 작성할지 고민 중이다. 극장에 자주 가는 편이라 티켓이라든지 이것저것 모으고 싶은데 정리가 쉽지 않을 것 같음. 어쨌든 『하오팅캘리의 슬기로운 기록생활』을 읽으며 결정한 건 일단 시작해보자는 것. 포스터 싹쓸이하러 갑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작정단 8기 #서평단]『체공녀 강주룡』과 『더 셜리 클럽』, 『마르타의 일』을 읽었다. 세 장편소설의 작가가 같은 사람이라는 걸 인지하고 깜짝 놀랐다. 문체도 내용도 분위기도 몹시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박서련 작가의 에세이는 세 책 중 어느 쪽에 가까울지 종종 궁금하더라. 그의 일기를 읽은 지금, 내 느낌으로는 『마르타의 일』과 분위기가 가장 비슷한 것 같다.『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는 박서련 작가 일기 모음집이다. 작가가 "지난 몇 년간 쓴 일기 중 생판 남에게 보여도 되겠다 싶은 원고들을 추려"(5p)낸 것으로, 2015년부터 2020년까지의 일상이다. 그 덕에 코로나 3기로 접어든 지금 굉장히 소중하게 다가오는 여행기도 담겼다. 여행 에세이라기보단 확실한 일기지만 그렇기에 상하이를 거니는 작가의 감정이랄지 장소의 느낌이랄지가 독자에게 더 잘 전달되는 듯했다.나도 일기를 쓰던 때가 있었다. 스무 살 무렵이었고 매일 썼다. 만취한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다 굉장히 우울했던 어느 날 일기 쓰는 걸 포기했다. 기록을 위해 그날의 감정을 복기하는 게 너무 버거웠다. 그 후로 몇 년째 일기 안 쓰고 있는데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읽으면서 다시 일기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남에게 보일만한 일기를 추린 것이기에 내가 읽은 원고에 작가의 내밀한 속마음이나 고통 같은 건 깊게 담겨있지 않겠지만 뭐랄까... 비우면서 일기 쓰는 법을 배운 느낌.타인의 일기를 엿보는 건 쾌감과 묘한 죄책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 같다. 책으로 번듯하게 출간된 일기도 마찬가지다. 박서련 작가의 소설을 접한 독자는 그 소설의 단초를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에서 찾는 재미가 쏠쏠할 거다. 일기로 박서련 작가를 처음 접하는 독자는 후에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 반가움을 느낄 테고.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엘리 #서포터즈 #서평단 1기]『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는 변해가는 세상과 이에 휩쓸린 사람들에 대한 조젯의 회고록이다. 조젯은 본인의 어릴 적부터 몇 번의 결혼과 자식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를 뒤죽박죽으로 서술하는데 그 중심엔 앤이 있다. 앤은 조젯이 바너드에 입학해 만난 기숙사 룸메이트로, 본인이 부유한 백인 집안 출신인 걸 몹시 수치스러워한다. 백인이 저지른 잘못에 집중하다 못해 흑인을 동경하는 것 같아 보이는 앤은 조젯에게 복잡한 감정을 안겨준다.앤과 조젯이 바너드에 입학한 1968년을 포함해 한동안은 히피와 혁명과 시위의 시대였다. 하지만 시간이 더 흐르자 그 열기는 시들고 사람들은 변했다. 물론 조젯도 변했다. 시간순서와 상관없이 필요에 따라 꺼내놓는 조젯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 시대 분위기가 사람을 만든다는.앤은 어릴 때부터 타인의 고통에 민감했다. 이와 관련해 앤이 부모에게 갖가지 요구를 하고, 학생 운동을 하고, 싸우고, 맞설 수 있었던 건 시대 분위기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앤이 문제의식을 느낀다 해도 가시화할 수 없는 분위기거나 이미 시들해진 후라면 지금 같은 결과는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똑같을 수도 있겠지만.책의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1968년 바너드 입학생이었던 작가는 "너무도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시대였던 그때 이야기를 외부자의 목소리로 들려주고 싶"(607p)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작가의 말처럼 이리저리 세상에 휩쓸리기만 하던 조젯은 확실히 이야기의 외부자고, 그렇기에 낭만적인 시선을 잃지 않는다. 자신의 과거를 풀어놓으며 추억에 젖은 조젯은 무거운 이야기를 방어적인 문체로 서술한다. 따라서 독자들도 자신의 경험과 거리를 두고 읽을 수 있기에 과몰입으로 힘들 걱정은 없는 책. 술술 읽혀서 벽돌책임에도 그다지 부담 없었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