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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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를 읽던 순간이 아직 생생하다. “아버지 생각이 틀렸어요.”가 주던 전율과 뜻밖의 결말은 새로운 길을 보여주었다. 『키르케』 이후로 고전이나 신화 재해석에 관심이 생겨서 틈틈이 찾아보던 참이었다. 설명 위주인 책은 완독하기 쉽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딱 적합한 책을 만났다. 『언니네 미술관』은 여성 철학자가 들려주는 미술 작품의 이면과 인생 이야기다. 그림과 동상, 조각품까지 다양한 작품이 등장해서 실제 미술관을 방문한 것처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도슨트 역할을 매끈하게 해내는 저자의 역량 덕분이다.

“여자인 저는 고유명사고 여성은 일반명사이기에, 사실 여성인 저도 여성의 이야기를 쓴다는 게 벅찼습니다.”(8p)라는 작가의 말에서 많은 고심이 느껴졌다. 저자가 고민을 많이 한 만큼 따뜻한 책이었다. 촘촘하게 나뉜 목차만 보면 딱딱한 보고서 형식을 떠올리기 쉽지만ㅋㅋㅋ 그보단 저자가 여성으로 살아오며 겪은 인생사를 미술 작품으로 풀어내는 형식. 덕분에 한 권의 에세이처럼 완독할 수 있었다. 정말 많은 미술품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키르케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 저자가 짚는 키르케의 표정 변화가 몹시 인상 깊었음. 잠깐이나마 그림 보는 눈이 생긴 기분👀 문체가 따뜻한 책이라 연말에 읽기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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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 기자·PD·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글쓰기의 모든 것
김창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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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저자가 진행한 아카데미 강좌를 기반으로 한 책이다. 김창석은 한겨레신문사 취재기자, 취재보도론 교수, 아카데미 강좌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수많은 언론인을 배출했다. 책에는 소재 찾는 법, 논술 평가 기준, 언론인에게 요구되는 자질 등 예비 언론인을 위한 팁이 가득하다. 강의 대상이 정해진 책이라 독자가 한정적이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렇진 않았다. 논리적인 글을 쓰기 위해 인풋이 압도적으로 많아야 하고 시의적절한 주제를 세심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팁은 직업 상관없이 유용하다. 보편적인 조언은 물론 기사에 도움 되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되어 필요할 때마다 참고하기 좋을 것 같다. 예문이 많아서 좋은 예와 안 좋은 예를 직관적으로 익힐 수 있어 좋았다.


최근 글쓰기 관련 고민이 생겼다. 학교 다닐 땐 과제 때문이라도 꾸준히 책 읽고 글 썼는데 졸업하니까 완전 늘어졌다. 약간의 강제성이 사라지니까 읽을 생각도... 리뷰 쓸 생각도 안 하고... 끝도 없이 미루기만 해서 위기감을 느끼던 차였다. 서평 꼬박꼬박 쓰던 시기엔 30분이면 인스타에 올릴 서평 하나 썼는데 이젠 같은 분량을 몇 시간 동안 쓴다. 집중력도 많이 짧아졌고 자주 안 쓰다 보니 글이 손에 잘 안 붙는다고 해야 하나... 여러모로 고민하던 중에 이 책을 만나 큰 도움이 됐다. 그동안 실용서의 필요를 못 느꼈는데 이번 기회에 새로운 장르의 책을 접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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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 도시로 숨 쉬던 모던걸이 '스위트 홈'으로 돌아가기까지
김명임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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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시절 한국 대중문화 관련 수업을 들었다. <사의 찬미>를 축음기로 들으며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은 교과서로 배운 일제강점기와는 사뭇 달랐다. 짧은 치마에 단발머리, 옆구리에 책을 낀 모던걸 사진 자료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좀 의문이었던 게 사진 자료가 제법 남아있는 걸 보면 모던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단 건데, 왜 내 머릿속엔 짧은 저고리와 긴 치마가 박혀있는 걸까? 유관순 열사의 사진을 자주 본 탓일까. 답을 알 수 없어 잊고 지낸 의문이 한 권의 책 덕분에 풀렸다.


『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는 1923년 창간된 잡지 ≪신여성≫을 파헤치는 책이다. ≪신여성≫이 “여성 ‘주체’의 잡지가 아니라, 여성 ‘대상’의 계몽 잡지”인 이유와 사회맥락을 함께 살핀다. 외제 물품이 유통되면서 변한 사회 분위기가 여성의 외양ㆍ태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중에서도 어떤 것을 ‘신여성’이라 부르는지, 신여성을 보는 시선이 어땠는지 등 단계적으로 설명한다. 그럼에도 ≪신여성≫에서 발췌한 인용문과 사진 자료가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영화ㆍ드라마 의상으로 자주 접한 탓인지 ‘신여성’, ‘모던걸’이라고 하면 자연스레 힙스터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러나 책으로 접한 실상은 달랐다. 집 밖으로 나선 여성은 동경의 시선을 받는 동시에 관음의 대상이었다. 여성을 겹겹으로 둘러싼 당시의 시선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고 지금 와선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주장인지ㅋㅋㅋ 놀라웠다. 허영심 많고 사치 부리는 신여성ㆍ기생과 구별하기 위해 여학생에게 교복을 입히자는 발상은... 가히 충격적이고... 여러모로 충격적이고 처음 보는 내용이 많아서 추천하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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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전쟁 - 세계화, 제국주의, 주식회사를 탄생시킨 향신료 탐욕사
최광용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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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하니포터 9기 #서평단]
『향신료 전쟁』은 향신료에서 시작된 세계사를 풀어낸 역사 교양서다. 향신료를 구하기 위해 시작된 항해와 모험이 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시간 흐름대로 서술한 책이다. 교과서에서 스쳐 지나가며 배운 동인도회사나 『하멜표류기』 같은 사건을 한 권의 책에서 볼 수 있어 색달랐다. 특정 키워드 중심으로 엮은 책이라 아카이빙 책일 거라 예상했는데 일관된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역사서였다. 제목인 ‘향신료 전쟁’에서 전쟁에 방점이 찍힌 느낌. 사건 위주의 서술임에도 서술자의 관점에 따라 이야기가 유동적이라는 점이 역사서의 매력인 것 같다.

한창 소설만 읽다가 요새 미시사 다룬 책이 재밌길래 선택한 책인데 사실 내가 기대한 내용은 아니었다. ‘향신료’를 중심으로 한 아카이빙 책을 기대했기 때문. 그래서 초반에 당황했지만 오히려 예상치 못한 내용이었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책 읽기 전의 기대는 「부록」이 충족시켜줬다. 처음엔 고작 후추, 시나몬 같은 향신료 때문에 무모한 항해를 나간다고? 심지어 전쟁까지? 싶었는데 결국엔 다 돈 때문인 걸 보니까... ‘향신료 탐욕사’라는 부제가 새삼 찰떡이다. 복잡한 세계사를 하나의 키워드로 연결한 저자의 능력이 놀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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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 4호 : 전쟁하는 인간 교차 4
김준서 외 지음 / 읻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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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는 매호 다양한 주제로 학술지에 준하는 밀도를 보여주는 서평지다. 4호는 ‘전쟁하는 인간’을 주제로 『일리아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등 전쟁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 서평이 담겨있다. 전쟁은 “뉴스에 얼마나 자주 비중 있게 언급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전쟁은 언제나 세계의 어느 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렇기에 항상 시의적인 주제”(7p)다. 하지만 필히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에 대화 주제로 삼기 꺼려진다. 이는 결국 전쟁을 터부시하고 남의 일처럼 여기는 결과에 이른다. 그렇기에 처음 4호의 주제를 접했을 때 나도 모르게 움찔했었다. 이런 이야기를 표지에 크게 내걸어도 되나?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이 끝난 후에 엄격하고 진중한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논의해야 하지 않나? 그러다 이런 생각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 편협하고 방어적인 사고가 그동안 피해자의 목소리를 막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러한 태도를 열어가는 데에 『교차 4호 : 전쟁하는 인간』이 좋은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다.

『교차 4호 : 전쟁하는 인간』은 전쟁과 관련된 주제 서평 6편과 비주제 서평 5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주제 서평이지만 넓게 봤을 때 ‘전쟁하는 인간’과 이어지는 면이 있기에 통일된 분위기를 헤치지 않아 좋았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책이 많아 독서 후의 독서가 기다리고 있어 마음이 가볍진 않지만...^^ 새로운 분야의 책을 엿보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 그렇지만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익숙한 책에 대한 서평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이 책을 분석한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 서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인간 조건의 비극성으로부터 구원을 찾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주제 도서의 저자가 전쟁과 전쟁하는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관찰한다. 책 읽고 서평 쓰면서 좀 더 깊고 전문적인 글을 쓰고 싶다고 아쉬워할 때가 많아서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도움이 됐다. 내용 까먹을 즈음 주제 도서 읽고 다시 서평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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