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엘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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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 #서포터즈 #서평단 1기]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는 변해가는 세상과 이에 휩쓸린 사람들에 대한 조젯의 회고록이다. 조젯은 본인의 어릴 적부터 몇 번의 결혼과 자식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를 뒤죽박죽으로 서술하는데 그 중심엔 앤이 있다. 앤은 조젯이 바너드에 입학해 만난 기숙사 룸메이트로, 본인이 부유한 백인 집안 출신인 걸 몹시 수치스러워한다. 백인이 저지른 잘못에 집중하다 못해 흑인을 동경하는 것 같아 보이는 앤은 조젯에게 복잡한 감정을 안겨준다.

앤과 조젯이 바너드에 입학한 1968년을 포함해 한동안은 히피와 혁명과 시위의 시대였다. 하지만 시간이 더 흐르자 그 열기는 시들고 사람들은 변했다. 물론 조젯도 변했다. 시간순서와 상관없이 필요에 따라 꺼내놓는 조젯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 시대 분위기가 사람을 만든다는.
앤은 어릴 때부터 타인의 고통에 민감했다. 이와 관련해 앤이 부모에게 갖가지 요구를 하고, 학생 운동을 하고, 싸우고, 맞설 수 있었던 건 시대 분위기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앤이 문제의식을 느낀다 해도 가시화할 수 없는 분위기거나 이미 시들해진 후라면 지금 같은 결과는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똑같을 수도 있겠지만.

책의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1968년 바너드 입학생이었던 작가는 "너무도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시대였던 그때 이야기를 외부자의 목소리로 들려주고 싶"(607p)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작가의 말처럼 이리저리 세상에 휩쓸리기만 하던 조젯은 확실히 이야기의 외부자고, 그렇기에 낭만적인 시선을 잃지 않는다. 자신의 과거를 풀어놓으며 추억에 젖은 조젯은 무거운 이야기를 방어적인 문체로 서술한다. 따라서 독자들도 자신의 경험과 거리를 두고 읽을 수 있기에 과몰입으로 힘들 걱정은 없는 책. 술술 읽혀서 벽돌책임에도 그다지 부담 없었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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