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단 8기 #서평단]『체공녀 강주룡』과 『더 셜리 클럽』, 『마르타의 일』을 읽었다. 세 장편소설의 작가가 같은 사람이라는 걸 인지하고 깜짝 놀랐다. 문체도 내용도 분위기도 몹시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박서련 작가의 에세이는 세 책 중 어느 쪽에 가까울지 종종 궁금하더라. 그의 일기를 읽은 지금, 내 느낌으로는 『마르타의 일』과 분위기가 가장 비슷한 것 같다.『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는 박서련 작가 일기 모음집이다. 작가가 "지난 몇 년간 쓴 일기 중 생판 남에게 보여도 되겠다 싶은 원고들을 추려"(5p)낸 것으로, 2015년부터 2020년까지의 일상이다. 그 덕에 코로나 3기로 접어든 지금 굉장히 소중하게 다가오는 여행기도 담겼다. 여행 에세이라기보단 확실한 일기지만 그렇기에 상하이를 거니는 작가의 감정이랄지 장소의 느낌이랄지가 독자에게 더 잘 전달되는 듯했다.나도 일기를 쓰던 때가 있었다. 스무 살 무렵이었고 매일 썼다. 만취한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다 굉장히 우울했던 어느 날 일기 쓰는 걸 포기했다. 기록을 위해 그날의 감정을 복기하는 게 너무 버거웠다. 그 후로 몇 년째 일기 안 쓰고 있는데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읽으면서 다시 일기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남에게 보일만한 일기를 추린 것이기에 내가 읽은 원고에 작가의 내밀한 속마음이나 고통 같은 건 깊게 담겨있지 않겠지만 뭐랄까... 비우면서 일기 쓰는 법을 배운 느낌.타인의 일기를 엿보는 건 쾌감과 묘한 죄책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 같다. 책으로 번듯하게 출간된 일기도 마찬가지다. 박서련 작가의 소설을 접한 독자는 그 소설의 단초를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에서 찾는 재미가 쏠쏠할 거다. 일기로 박서련 작가를 처음 접하는 독자는 후에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 반가움을 느낄 테고.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