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천 가족 2 - 2세의 귀환 유정천 가족 2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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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 1권에 이어 2권도 읽었다. 1권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마무리되고 새해를 맞이하며 끝나길래 2권 시작이 몹시 궁금했다. 너구리의 좌우명인 “좌우지간 재미있게 살고 볼 일이다.”처럼 이전 내용 정리해주며 능청스럽게 시작하길래 한바탕 웃었다. 한 권당 볼륨이 큰 장편 시리즈는 텀을 두고 읽으면 앞 내용 까먹기 일쑤인데 『유정천 가족』은 친절한 내용 정리가 기억을 돕는다. 과하게 친절한거 아닌가 싶다가도 매사에 헐렁한 너구리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웃음 짓게 된다.

『유정천 가족』은 ‘2세의 귀환’이라는 부제대로 아카다마 선생의 2세가 귀국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부자 지간은 한 여자를 둘러싼 싸움 후 크게 틀어졌고 이후 2세는 자취를 감추었다. 그랬던 그가 100년 만에 교토로 돌아온 것이다. 이는 너구리계와 덴구계 모두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끝난 줄 알았던 교토 너구리계 두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두 가문의 싸움이 다시 시작되고, 너구리전골을 먹는 금요클럽이 주인공 야사부로의 목숨을 위협한다. 끝없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시모가모가(家) 2세들과 2권에서 새로 등장한 2세들의 대격돌이 펼쳐진다.

너구리의 천하태평한 분위기가 중심인 소설이라 시리즈물로 이어갈 스토리가 더 남아있을까...? 싶었다. 이런 의심은 2권을 읽으면서 보기 좋게 깨졌다. 저자는 1권의 등장인물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인물 몇몇을 추가해 다시 사건을 발생시킨다. 등장인물이 이렇게 많은데도 일회용 캐릭터 없이 각자의 특징을 살렸다는게 대단함. 저자가 진짜 탁월한 이야기꾼임. 이야기가 꽤 얼렁뚱땅 흘러가는데도 와닿아서 의외로 도움이 됐다. 주인공의 큰형 야이치로처럼 잘하고 싶은 일 앞에서 과하게 애쓰다 오히려 일을 망치곤 했다. 너구리에게 흐르는 바보의 피를 구경한 덕분에 어깨의 힘이 풀렸으니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할지도ㅋㅋㅋ 마음이 복잡할 때 읽기 좋은 책이다. 얼른 3권 나왔으면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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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 1 유정천 가족 1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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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단 11기 #서평단』
모리미 토미히코의 장편소설 『유정천 가족』 1~2권이 출간됐다. 두꺼운 장편소설 두 권이 어떻게 나란히 출간됐나 했더니 2권 출간 기념으로 1권 개정판이 함께 나온 듯하다. 전래동화집 같은 표지 맘에 들어요♡ 모리미 토미히코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취향이라 이름 기억하게 된 작가인데 어쩌다 보니... 신간 나올 때마다 읽고 있음ㅋㅋㅋ 저자 특유의 능청스러운 판타지가 취향에 맞아서 이번 소설도 재밌게 읽었다. 전작들이 인간 사이의 기담이었다면 이번엔 스케일이 더욱 커졌달까.

『유정천 가족』 1권은 (구)교토 너구리계 두령 소이치로의 셋째 아들 야사부로가 주인공이다. 소설 속 교토는 하늘에선 해괴한 짓을 하는 일본 요괴 덴구가 날아다니고, 땅에선 둔갑이 특기인 너구리가 인간과 뒤섞여 사는 곳이다. 너구리계 두령 자리를 둘러싼 두 가문의 권력 다툼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사제지간도 꼬여가지만 야사부로는 천하태평이다. 왜냐하면 너구리에겐 바보의 피가 흐르니까!
소이치로가 죽고 난 후 사형제는 “그 유명한 시모가모 소이치로의 피를 제대로 잇지 못한 좀 덜떨어진 자식들”로 평가받는다. 야사부로는 위대한 아버지의 피가 사등분되면서 큰형은 책임감만, 작은형은 느긋한 성격만, 본인은 바보스러움만, 동생은 순진함만 물려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동생과 권력 다툼을 하던 소이치로와는 다르게 야사부로와 형제들은 각자의 장점을 한데 모아 위기를 헤쳐 나간다.

두 가문이 주축을 이루는 장편소설인 만큼 등장인물이 많지만 저마다 개성이 확실하고, 이름보단 호칭으로 인물을 부르기에 기억하기 쉬운 편이다. 호탕한 이야기와 가족 간의 단단한 유대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1권 끝에서 갈등은 마무리되고 덴구와 너구리, 인간은 다 함께 새해를 맞이한다. 언뜻 이야기가 마무리된 것처럼 보이는데 총 3부작이라고 하니 다음엔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기대된다.

새해니까 야사부로를 따라 빌어보자.
“우리 가족과 친구들에게 적당한 영광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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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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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지나가다』는 엄마의 죽음 이후 겨울 같은 시간을 살아내는 정연의 이야기다. 편집기사로 일하는 정연은 세상을 영화 장면처럼 바라본다. 정연의 눈에 비친 엄마의 삶은 인서트만큼 짧은 순간들로 재현된다. 암 투병과 치료, 치료를 중단하고 고향인 J읍에서 차린 칼국수 가게, 자매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물려받은 대형견 정미, 정연이 애인과 헤어지고 힘들어하자 들려준 엄마의 식모살이 시절. 정연의 기억 속에서 엄마는 자매를 깜짝 놀라게하는 장난꾸러기였다가, 식모살이가 서러운 열아홉 소녀였다가, 뒷모습이 추워 보이는 환자가 된다.
모든 게 얼어붙어 움직임이 정지한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엄마가 떠나고 일상이 무너졌던 정연도 정미 덕분에 다시 일어난다. 꼬박꼬박 정미의 산책을 나가고, 끼니를 챙겨먹고, J읍 사람들과 왕래하는 동안 정연은 자연스레 겨울을 지난다. 힘든 시기가 겨울로 자주 비유되는 건 필시 춥고 고독하기 때문일테다. 그 시기를 조금 더 따뜻하고 빠르게 넘기려면 때로는 타인이 필요하다. 바로 영준이 정연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준다. 엄마가 주문한 정미의 집 때문에 알게 된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함께 겨울을 지나간다.

굉장히 감정적일 수 있는 소재와 주제임에도 담담하고 건조한 문체 덕분에 몰입이 수월하다. 힘들수록 일상 루틴을 지키라는 말과 함께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떠오르는 소설이었음. 그래서인지 정연이 J읍에서 사계절을 보내는 게 보고싶어진다. 130p 남짓한 짧은 분량이라 아쉬운 마음. 점점 삭막하고 추워지는 세상에 온기를 보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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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
노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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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이라고 하면 산속에 덩그러니 자리한 문 달린 오두막집이 떠오른다. 내 상상 속 오두막집은 늘 나무가 없는 허허벌판에 있어서 멀리서도 잘 보이는데, 이 책을 보고 떠올린 ‘산문집’은 나무가 빽빽한 곳에 있어 오두막집의 문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은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동네 종합병원 앞 집에서부터 블루베리 나무와 함께 살기까지. 그 과정과 우여곡절이 성글게 기록된 책이다.

여백이 많고 상냥한 글이지만 빨리 읽히진 않는다. 아무래도 저자의 투병 경험이 중심에 있는 책이기 때문인 것 같다. 중환자실을 오가며 사경을 헤맨 그는 대략 20일간의 기억이 없다고 한다. 상태가 호전된 후 가족들에게 들은 대로 재구성한 기억뿐이라고. 이 기억을 잃어버린 걸 몹시 아쉬워하던데 독자 입장에선 그 기억들이 느껴졌다. 저자의 머릿속에선 사라졌지만 여전히 몸에 남아 글에 묻어나는 듯했다. 180도 다른 사람이 되진 않았지만 예전이라면 거절했을 일을 조금씩 해보는 것. 실패와 완벽하지 못함을 덜 두려워하기 위해 애쓰는 것. 투병 후의 삶은 변했으나 크게 변하진 않았고, 응급실에 가기 전과 마찬가지로 하루가 꼬박꼬박 주어진다. 저자가 내딛는 정처 없는 걸음에 나무와 여름씨가 함께하는걸 보는 게 좋았다. 『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이 마지막 책이 되지 않도록 저자가 부디 힘내주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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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룸 소설, 잇다 3
이선희.천희란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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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단 11기 #서평단]
‘소설, 잇다’는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만남을 통해 한국 문학의 근원과 현재, 미래를 바라보는 시리즈다. 이번에 출시된 『백룸』은 이선희의 소설 두 편「계산서」, 「여인 명령」)과 천희란의 소설 한 편·에세이 한 편(「백룸」·「우리는 이다음의 지옥도 찾아내고 말 테니까」)이 담겼다. 세 편의 소설과 한 편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많은 궁금증이 생겼다. 두 작가와 네 편의 글이 ‘백룸’이란 제목으로 묶인 이유.
“백룸은 일종의 미궁이다. 현실의 이면이라고도 할 수 있고, 숨겨진 장소라고도 할 수 있다.”(429~430p) 사고로 다리를 절단한 후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다 집을 나온 「계산서」의 ‘나’. 연모하는 이와 뜻하지 않게 이별하고 서울과 시골과 섬을 떠도는 「여인 명령」의 숙채. 연인에게 이별을 고한 후 벌어진 사건에 잠식되는 게임 스트리머 ‘나’까지. “백룸에서는 그저 평범하고 일상적인 공간이 무한히 펼쳐진다. (…) 어두침침하고 축축한 복도를 따라가는 내내 자신의 위치나 시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430p)
두 명의 ‘나’와 숙채가 자꾸만 현실에서 미끄러지는 걸 보면서 그들이 발붙이고 있는 곳이 백룸이 아닐까 싶었다. 가정이나 연인 사이처럼 평범하고 일상적이기에 조금만 틀어져도 치명적인 공간. 자신의 위치를 놓치기 쉬운 공간. 백룸의 다른 이름은 지옥일 것이고, 그 이면인 현실도 마찬가지로 지옥이다. 그러니까 천희란의 에세이에서 말하듯이 지옥의 이면에 유토피아는 없고 또 다른 지옥이 있을 뿐. 그렇다고 해서 『백룸』이 염세적인 책인 건 아니다. 현실이 그랬을 뿐이다.

“「여인 명령」에 그려진 것처럼 1930년대 신여성들에게 화장은 전통적인 가치관에 비추어서는 ”죄“이면서 세 시대의 자유이기도 했음을 떠올리면 한결같은 여성 억압의 기제와 달리 해방의 이상이 항상 같았던 것은 아니다.”(466p) 천희란의 에세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이다. 숙채의 어머니에 비하면 숙채가 더 자유롭고, 숙채에 비하면 「백룸」의 ‘나’는 더더 자유롭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우린 늘 누구보다도 나은 삶을 사는 셈인데, 나는 도무지 그런 생각은 들지 않고… 그저 억압이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진화해서 교묘해졌다고 느낀다. 이걸 이선희의 소설 덕분에 명확하게 느꼈다. 역설적이지만 그렇다. 좋은 시리즈 덕분에 한 값진 경험.

+) ‘소설, 잇다’ 시리즈 오래오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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