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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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지나가다』는 엄마의 죽음 이후 겨울 같은 시간을 살아내는 정연의 이야기다. 편집기사로 일하는 정연은 세상을 영화 장면처럼 바라본다. 정연의 눈에 비친 엄마의 삶은 인서트만큼 짧은 순간들로 재현된다. 암 투병과 치료, 치료를 중단하고 고향인 J읍에서 차린 칼국수 가게, 자매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물려받은 대형견 정미, 정연이 애인과 헤어지고 힘들어하자 들려준 엄마의 식모살이 시절. 정연의 기억 속에서 엄마는 자매를 깜짝 놀라게하는 장난꾸러기였다가, 식모살이가 서러운 열아홉 소녀였다가, 뒷모습이 추워 보이는 환자가 된다.
모든 게 얼어붙어 움직임이 정지한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엄마가 떠나고 일상이 무너졌던 정연도 정미 덕분에 다시 일어난다. 꼬박꼬박 정미의 산책을 나가고, 끼니를 챙겨먹고, J읍 사람들과 왕래하는 동안 정연은 자연스레 겨울을 지난다. 힘든 시기가 겨울로 자주 비유되는 건 필시 춥고 고독하기 때문일테다. 그 시기를 조금 더 따뜻하고 빠르게 넘기려면 때로는 타인이 필요하다. 바로 영준이 정연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준다. 엄마가 주문한 정미의 집 때문에 알게 된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함께 겨울을 지나간다.

굉장히 감정적일 수 있는 소재와 주제임에도 담담하고 건조한 문체 덕분에 몰입이 수월하다. 힘들수록 일상 루틴을 지키라는 말과 함께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떠오르는 소설이었음. 그래서인지 정연이 J읍에서 사계절을 보내는 게 보고싶어진다. 130p 남짓한 짧은 분량이라 아쉬운 마음. 점점 삭막하고 추워지는 세상에 온기를 보태는 책.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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