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를 읽던 순간이 아직 생생하다. “아버지 생각이 틀렸어요.”가 주던 전율과 뜻밖의 결말은 새로운 길을 보여주었다. 『키르케』 이후로 고전이나 신화 재해석에 관심이 생겨서 틈틈이 찾아보던 참이었다. 설명 위주인 책은 완독하기 쉽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딱 적합한 책을 만났다. 『언니네 미술관』은 여성 철학자가 들려주는 미술 작품의 이면과 인생 이야기다. 그림과 동상, 조각품까지 다양한 작품이 등장해서 실제 미술관을 방문한 것처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도슨트 역할을 매끈하게 해내는 저자의 역량 덕분이다.“여자인 저는 고유명사고 여성은 일반명사이기에, 사실 여성인 저도 여성의 이야기를 쓴다는 게 벅찼습니다.”(8p)라는 작가의 말에서 많은 고심이 느껴졌다. 저자가 고민을 많이 한 만큼 따뜻한 책이었다. 촘촘하게 나뉜 목차만 보면 딱딱한 보고서 형식을 떠올리기 쉽지만ㅋㅋㅋ 그보단 저자가 여성으로 살아오며 겪은 인생사를 미술 작품으로 풀어내는 형식. 덕분에 한 권의 에세이처럼 완독할 수 있었다. 정말 많은 미술품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키르케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 저자가 짚는 키르케의 표정 변화가 몹시 인상 깊었음. 잠깐이나마 그림 보는 눈이 생긴 기분👀 문체가 따뜻한 책이라 연말에 읽기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