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지대
쑤퉁 지음, 송하진 옮김 / 비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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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퉁 작가는 <홍분> <나,제왕의 생애>를 통해 알게된 작가였다. 중국문학을 처음 접하면서 위화, 그리고 쑤퉁 작가를

알게 되었고 중국문학의 매력을 한층 느낄 수 있었다.

<성북지대>는 아마 내가 접한 중국문학 중에서 샨샤 이후로 가장 충격을 받은 작품이 아닐 까 한다. 작품 속 모든 것들이,

그리고 등장인물들과 사건, 서사가 놀라움으로 연속되고 감추는 것 없이 다 드러나며 표현들도 매우 거칠다.

대다수 중요한 인물들이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하며, 혹은 불운으로 인해 죽음을 맞게되는 것 또한 그렇다. 위화의 소설 <인생>

에서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이 죽는 비극이 연출되었듯 이 작품 속에서도 삶의 비극과 애환이란 쉽게 일어난다.

물론 그것이 당시의 중국시대 상황과 맞물려 서민들의 무거운 삶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를 비웃기라도 하듯, 강한 애증 

을 작가는 나타내고 있다.

주요인물들은 부모세대이기 보다는 중국빈민지역에서 살았던 청소년들이 주 사건을 이끌고 나간다. 다성, 홍치, 쉬더, 그리고

메이치와 쩔룩이. 각각 성격과 특색이 다른 이 인물들은 모두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살고있고 결말을 보자면 그래도 가장 행복

이라면 행복이랄까, 좋은 생활로의 발전이 느껴지는 것은 쉬더와 쩔룩이가 아닐까 한다.

<성북지대>는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들어있다고 소개되고 있었는데 정말 그렇다면 받아들이기 힘들만큼 참 어려운 것 같 

다.

작가는 중국의 어떤 모습을 보며 성장하고 자랐던 것일까.

처음 도입부를 읽으며 마치 80년대 서울을 생각하게 되었고 가난과 처절함 속에서 살아야했던 우리의 슬픈 과거가 떠올랐으며

김소진 작가의 <장석조네 사람들>을 생각하기도 했다. 김소진 작가의 소설보다는 훨씬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말은

아주 과격하지만.

 

이 지역의 이름은 북대옥으로 죄수들이 수감되었던 곳이다. 주인공들이 다니는 동펑중학교는 다 퇴학당하지만, 살인과 방화의

상징으로 유명하다. 성북지대의 유일한 화초는 야반화라고 한다. 황혼무렵 꽃망울을 터뜨렸다가 다음날 아침 분주히 거둬들인 

다고 하며 여름에만, 그리고 저녁에만 피는 꽃이라고 한다. 어두움과 짙은 그늘에서 살아가는 참죽나무길의 사람들을 나타내고 있다.

 

다성은 13살때 아버지를 잃는다. 시멘트운반트럭에 치어 죽게되었고 그는 북문대교 비탈에서 다 망가진 아버지의 밀짚모자와

시멘트 바닥에 흥건한 핏자국을 발견한다. 아빠의 죽음에 대한 애정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맞았던 기억을 강렬히 그는 가지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 텅펑은 뱀꾼의 딸이었고 그녀의 아버지가 돈을 받고 다성의 아버지에게 팔아넘겨 결혼을 하게 되었다.

쉬더는 다성의 친구인데 병세척공장의 화냥인 진란, 유부녀와 애정을 나누나 쉬더의 아버지와도 관계가 엮여 살인미수까지

갔다가 결국 자신의 아이를 주장하는 진란과 기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도망을 간다.

홍치의 강간으로 자살을 하는 메이치. 감옥에서 9년형을 받은 홍치. 쩔룩이의 누나 진홍은 밤길에서 건달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들중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메이치와 진홍의 죽음이었다. 결국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이기지못해 메이치는 자살을 선택하지 

만 진홍은 건달들에게 강하게 맞서 싸우는 바람에 화를 불러 죽임을 당한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적응을 못하고 부모님이나  

학교선생님들 모두 혀를 두르며 전혀 교육을 할 수 없었던 이들, 위태하다못해 늘 선을 벗어나 막장드라마를 연출하며 극단적 

인 방법으로 자신을 자해하는 이들, 일말의 자책감이나 반성의 모습조차 보이지않는 이들.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하는 것 

일까.

빈민지역의 가난과 불온한 청춘, 혹은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지못해서라고 치부할 수 있는 것일까. 어둡기만한 이들의 모습

속에 많은 의문이 남았다.

점점 경악케하는 사건들이 연속되어 책은 손에서 쉽게 놓이지않고 단순에 읽어버렸다. 문장도 매끄럽고 묘사도 실감있게 되어있었다.

주인공들의 분명한 색깔이 드러나고 주인공들을 제외하고서라도 참죽나무길의 모든 사람들도 생생하게 잘 표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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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기린의 말 - 「문학의문학」 대표 작가 작품집
김연수.박완서 외 지음 / 문학의문학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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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밤, 기린의 말> 한국의 거목작가인 10인의 단편소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기쁜 일이다. 누구나 다 아는 대표작가분들, 고인이 된 박완서, 이청준 작가님, 그리고 윤후명,

이승우, 권지예, 조경란, 김연수 작가 등 깊은 밤 이들이 들려주는 진지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단편들을 만나게 되었다.

작품들 하나하나가 각 작가의 특성과 개성을 나타내고 있었고 역시 연륜이 묻어나는 문장, 입담

은 한시도 눈을 떼지못하게 만들었다. 모든 작품들이 좋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이명랑 작가의

<제삿날>과 최일남 작가의 <국화 밑에서>였다. 죽음, 그리고 가족애를 바라보는 작가의 진지함이

좋았다.

 

박완서 작가님의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는 역시 국민 어머니 작가답게 매끄러운 문장과 부담없이

읽히는 스토리, 그녀만의 입담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세대와 입장이 다른 세여자를 통해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주인공과 여고 동창 시누이, 한 인물하는 시누이는 대학때 부잣집 아들과 결혼을 해 자식을 낳지만

이혼을 한다. 자녀 양육 문제와 위자료 문제로 돈을 원하는데로 다 받아냈다. 자식 뒷바라지도 잘해

좋은 외고도 보내고 명문대학도 보낸 시누이.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노인네 그래봤댔자 사라져 가는 세대아니냐. 너무 신경쓰지말고 대충대충 넘겨. 라고.

주인공의 시어머니와 주인공의 며느리였던 세미. 산만하게 굴면서 모기에 물렸다고 방방 뛰면서 난리

치던 며느리, 공주병도 중증에 초미니스커트에 높은 구두를 신고 또박또박 우아하게 걷던 며느리.

시누이의 이혼과 며느리의 이혼, 세대도 다르지만 생각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이혼의 사유를 통해

박완서 작가는 가족에 대해, 결혼에 대해 다소 풍자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솔직하면서도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단편을 만들어냈다.

윤후명 작가의 <소금창고>는 과거를 추억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지난 한 시절이 실려있는

합궤열차의 흔적을 찾아 주인공은 여행을 떠난다. 오이도에 도착한 주인공은 변해버린 그곳을

발견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시멘트투성이. 포근도 염전도 없어졌다. 젊음을 보냈던 그곳에서

기억을 더듬어 볼 만한 곳은 찾지못한다. 나도 오이도를 가본 적이 있었지만 작가의 흔적을 통해

과거 그곳이 어땠는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난 것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 회한이 느껴

지는 묵직한 소설이었다.

이명랑 작가의 <제삿날>은 두 여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자식들은 몰랐던 두 여인의 비밀

이야기이다. 마음을 아프게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와 함께 입원한

할머니의 병원비를 두고서 자식들은 엎치락뒤치락한다. 과부가 되어 보따리장사로 생계를 유지해온 어머니.

자식에게 버림받고 마을회관에 살고 있는 할머니와 그들은 같이 살게된다. 할머니는 그 집에서 자식들의

집안일을 모두 거들었다. 자식들은 그저 어머니를 모시는게 힘들었는데 할머니덕에 편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뒤에 나타난 비밀은 이 자식들이 모두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귀신들 제삿날에 만난 두 여자.

남편이 서울에서 딴 살림을 차려서 데리고 온 애 둘을 키웠던 어머니. 그리고 영감 처가 임신중이라는 걸 알면

서도 몸을 맡겼던 할머니. 천벌을 받는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영감 처가 죽고 그 자식을 넘겨받아 키웠던

할머니. 여인의 질퍽한 삶과 삶의 애환, 변해버린 가족애가 마음을 아프게했던 소설이었다.

최일남의 <국화 옆에서>는 조금 다른 형식을 가지고 있었다. 국화 즉 장례식에서 쓰이는 이 꽃은 제목에서

죽음이라는 상징성을 내포한다. 장례식장을 찾은 이들의 대화를 통해 죽음에 대한 통찰을 엿볼 수 있다. 

대화속에서 등장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나 시도 좋았다. 인생의 마지막을, 윤재철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마음이 비로소 환해진다고. 갈때는 살짝 가면 돼. 죽을 때도 그러자, 화장실 가서 안오는 것처럼 슬그머니.


천상병 작가의 시 귀천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이 얼마나 순수하면서 어린이다운 표현인지.

역시 문학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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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의 분홍 원피스 청어람주니어 고학년 문고 2
임다솔 지음, 정은민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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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사진 속 살며시 웃고있는 엄마와 딸의 사진. 사진을 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해보았다.

[외할머니의 분홍원피스]는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가족의 이야기와 역시 피해자로

자신을 자책하며 살았던 군인출신의 밀짚모자 아저씨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작가는 당시의 사건 속에서 죽었던 이들도 그들을 향해 총을 겨루었던 이들도 모두 희생자였다는

메시지를 따듯하게 전해주고 있었다.

단순히 등장인물들을 등장시켜 서술해나갔다면 작품의 감동이나 흥미가 떨어졌을 것이다.

작가는 손녀 나빛이 할머니의 과거 기억 속으로 들어가 그 현장을 목격함으로서 당시의 처절했던

상황을 생동감있게 전하였고 나빛의 시선을 통해 독자도 간접적으로나마 그때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에게 과거, 우리의 아픈 역사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고 소중한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보살피기 위해 시골로 내려간 손녀 나빛과 엄마. 나빛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진

곳간에서 초록색 여행가방에 담긴 빛바랜 사진과 분홍색 원피스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밤에

곳간으로 들어가는 할머니를 따라 1980년 5월 23일 31년전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던 곳으로 떠나게 된다.

생일날 선물로 산 분홍원피스를 가방에 담고서 딸을 찾기 위해 버스를 타고 광주로 향했던 할머니.

하지만 무참한 총격 속에서 딸의 죽음을 맞게 되고 이 비극은 외할아버지의 죽음으로도 이어진다.

그 딸은 나빛의 엄마의 언니, 쌍둥이였다. 엄마 또한 악몽에 시달리며 살았고 가정을 등지고 명예회복을

위해 싸웠던 할머니를 원망하며 살았다. 그리고 당시 공수부대 출신이었던 밀짚모자 아저씨는 우연히 할머니의

가방을 발견하였고 그 주인을 찾기위해 25년간 떠돌아 다녔던 과거를 지니고 있었다.

아저씨는 드디어 할머니에게 그 가방을 전해주게 되고 할머니는 소원하였던 물건을 찾은 뒤 숨을 거두게 된다.

 

광주민주화운동을 경험한 이들은 모두 이같은 아픔과 비극을 겪었다. 그들을 위로할 이는 과연 누구이고,

가해자는 누구일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무고한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념의 대립, 인간의 욕심,

우리는 많은 것을 반성해야하고 그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 지나간 과거를 우리는 반드시 잊지말아야할

것이고 그들의 죽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작품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순차적으로 진행된 사건에 있었다. 다음 이야기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게

진행된 과정과 밀짚모자 아저씨의 첫 등장부터 그가 누구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감추고

과거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더라도 좋았을 것 같다.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앞으로도 이 같은 작품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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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한쪽 눈을 뜨다 문학동네 청소년 7
은이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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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은 자신의 과거를 추억하며 읽을 수 있고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어

특별히 가리지않고 읽는 편이다.

어릴 때의 순수함,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 혹은 자신의 대한 고민, 꿈을 향한 도전 등 성장기에 겪는

아픔들은 아름답게 느껴진다.

팀 보울러 작가의 소설처럼 순수함을 내비치는 소설도 있지만 은희경 작가의[새의 선물] 처럼

전위적인 책들도 있다. 최근 [손톱이 자라날 때] 소설을 읽고 파격적인 스토리와 공포감마저 자아내는

주인공들의 모습 속에서 성장소설의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었다. 누구나 자라나는 손톱의

날카로움은 타인을 위협하고 상처를 입히는 도구였다.

[괴물, 한 쪽 눈을 뜨다]는 제목에서 보여주듯 성장기 소년들의 내면에서 자라는 괴물의 모습을

세 명의 인물들 통해 그려냈다. 양쪽이 아닌 한쪽 눈이라는 것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다른 성장소설과의 차별성을 느낀 것은 집단따돌림의 대상인 영섭이 읽는 [사바나에 사는 동물들]

이란 책에서 였다. 마치 정글과도 같은 약육강식의 세계, 먹이피라미드의 관계를 책을 통해 말하고 있었다.

상대방을 물어뜯는 아이들 속에서 담임은 자신이 가장 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아이들을 대했다.

영섭은 껑충 큰 키, 꾸부정한 어깨,느리고 어눌한 행동으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영섭은 교실 속

아이들을 하이에나, 악어, 코끼리 등으로 비유하였고 자신이 숨고 싶을 때 변할 동물들을 생각하며

책에서 그 동물을 찾고 변신하기위해 동물들의 모습을 기억하려 했다. 황라사마귀가 되고 싶다고 하고,

자신을 기린이라 말하고, 고기는 먹지않고 풀과 과일만 먹는 평화를 좋아하는 사자라고 말한다.

세번째 인물, 이 반의 반장인 태준은 담임에게 영섭을 지켜달라는 말을 듣지만 영섭을 바라보며

오히려 속으로는 자신도 영섭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었다. 태준은 완벽히 이기적인 사람이 될 뻔뻔함도

정의로운 사람이 될 용기도 갖지 못했다. 하루하루 자신의 몸을 지키며 살아가기도 버거워했다. 

영섭을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당당히 말도 못하고 오히려 야한 동영상을 보는 자신의 약점을 노출시키는

바람에 놀림거리가 되고 감추었던 자신의 욕망을 영섭을 통해 표출하기도 한다.  

작가는 세 명의 인물들 외에도 반 아이들의 행동을 통해 다양한 태도를 보여주었고 각기 다른 아이들의

부모의 모습 속에서 잘못된 교육을 꼬집기도 하였다.

이 소설에서 주된 사건과 내용은 집단따돌림과 성적호기심에 있다. 영섭과 태준은 자신 안에 있는 괴물,

절대 밖으로 드러낼 수 없는 속마음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될 까 두려워한다.

영섭, 태준, 담임의 모습과 아이들의 모습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맞다. 이것보다 더한 경우도 발생하는

요즘이지만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부분이 많았다.

이 책에서 정의란 존재하지않았다. 태준, 영섭, 담임 모두 한쪽으로만 치우친 극한 인물, 가해자였다.

그들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 변하지않았다. 영섭을 향한 따돌림은 다른 양상으로 계속 발전했고

태준에게 짐승은 태준 곁에 계속 있었다. 그리고 영섭은 가시두더지가 된다. 가시가 되어 자신을 괴롭힌

정진에게 달려들고 자신보다 약한 아이의 물건을 뺏기까지 한다.

작가는 초원이라 숨을 곳이 없는 사바나의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안에 희망이란 존재하지않았고

한쪽 눈을 뜬 괴물은 아이들과 계속 공존하고 있었다.

영섭을 도와주려고 하지만 오히려 반 아이들에게 과한 폭력을 휘두르는 담임, 공부를 하면서도 야한 동영상을

보며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는 태준, 괴롭힘을 당하다 오히려 가시두더지가 되어버린 영섭.

괴물로 변해가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보통의 아이들처럼 보이기를 원하는 부모의 욕망.

따돌림을 당하는 영섭과 그런 아이들을 통제하는 담임,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찾지못하고 오히려 결론에

도달해서 태준에게서 자라난 짐승은 영섭에게 달려들어 물어뜯고 교실에 내동댕이친다.

다른 위치에 있는 세명의 인물을 통해 시각을 달리한 설정과 사바나의 동물들로 비유한 것은 독특한 발상이었지만

그 안에서 이상적인 방법이란 존재하지않았다. 누군가 변하거나 혹은 그들과 다른 성격을 가진 또다른 인물이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책을 다 읽은 후 괴물을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해야할 지,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씁슬한 감정은 계속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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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인이다 - 시인 김규동의 자전적 에세이
김규동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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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인이다. 자신이 시인임을 시인할 수 있는 그의 삶은 아름다웠다.

난 그의 삶을 통해 시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시인은 과연 무엇일까.

그의 책을 읽으며 과거 서정주, 박인환, 이상, 김수영 시인들이 몹시 그리워졌다.

시의 감성이 메말라가고 점점 시집을 보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요즘의 현실에서

그의 자선 에세이는 그 고귀함을 더욱  빛내고 있었다.

 

그는 말한다.

글을 썼다기보다 글이  걸어나왔다고.

1925년 함경북도 출생인 그는 분단의 슬픔과 비극을 몸소 겪은 시인이었다.

일제시대와 6.25전쟁부터 시작해서 분단의 과정, 그리고 쿠데타로 얼룩진

과거의 역사 속에서 그는 살았다. 그의 책을 통해 어두운 시대를 겪은 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정말 가치있는 시간이 되었다.

놀랍게도 김일성대학 출생인 그는 학교에서 마르크스나 레닌주의를 공부하다

진정 문학을 공부하고 싶고 시인으로서 살고 싶어 월남을 하였다. 자신의 가족을 두고온 채.

그는 미처 몰랐다. 영영 볼 수 없는 고향이 되고 이산가족이 될 것이라고..

서울에서 신문사 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돈을 더 받고 출판사에서 보다 여유로운 생활을 하게되지만

결국 그만두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시인은 가난과 궁핍을 훈장처럼 달고 다녀도 문제지만, 돈이 너무 많아도 문제라고.

그는 뼛 속 깊숙이 영혼까지도 시인인 사람이었다.

 

삶을 떠난 시는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처럼,

그의 삶은 시였다.

 

그의 기억은 유년시절부터 시작해서 월남해서 서울로 오기까지

서울에서 시인으로 살기까지 자신의 추억들을 마치 자식을 무릎에 앉혀놓고 이야기하듯

딱딱한 문체가 아니라 부드러운 목소리로 덤덤히 들려주고 있었다.

그의 자서전을 통해 잘 알지 못했던 시인들의 사적인 이야기,

시인 이상, 천상병, 이용악, 박인환, 김수영 그리고 영화감독 신상옥씨까지..그들의 이야기도

마치 눈에 그려지듯 추억으로 다가왔다.

너무나 쉽게 시를 썼던 아이같았던 천상병 시인,  어려운 시를 썼던 박인환 시인,

그리고 대한민국 대표시인 김수영. 고뇌하면 번뇌하였던 그, 그에게 시는 마치 숙명이었다고 한다.

모두 다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그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한국 시문학의 전성기를 살아온 김규동 시인, 계속 그가 들려주는 시를 듣고 싶고 보고 싶다.

오래도록 그가 우리곁에 머물러주기를 바라는 것도 욕심이 될까.

 

잊을 수 없던 그의 시를 읊어본다.

 

<아, 통일>

 

이 손

더러우면

그 아침

못 맞으리

 

내 넋

흐리우면

그 하늘

쳐다 못 보리

반백년 고행길 걸은

형제의 마디 굵은 손

잡지 못하리

이 손 더러우면

 

내 넋 흐리우면

아, 그것은

영원한 죽음.

 

별처럼 아름답던 윤동주 시인처럼 깨끗한 그의 감성이

느껴져 더욱 좋았던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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