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쉬다 - 꼭 한 번 다시 걸어보고 싶은 우리 길
김산환 지음 / 꿈의지도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자 도보여행을 계획하고 검색하던 중 발견한 신간도서였다. 주저 없이 읽기로 마음먹은 책이기도 했다.

가끔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사실 그동안 많지 않았다는 말이 되는 거겠지. 집에서나 밖에서나 주로 듣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들뿐이었다. 다른 사람의 스토리를 듣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에서든.


마지막 퇴사를 하고 벌써 6개월이 흘렀다. 많은 일이 생겼고 많은 변화가 생겼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삶의 태도'였다. 소심했던 내가 이제는 누군가와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찾게 되는 일들까지.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모를 '작은' 슬럼프가 찾아왔다. 매일 하던 미라클모닝으로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해도 왠지 모를 헛헛한 마음이 들었고, 의욕이 예전 같지 않을 때였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셀프 보상'이었다. 스스로에게 하는 칭찬에 영 서툴렀던 지난날이었다. 삶의 활기를 다시 찾기 위해서는 나를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이만큼 잘 살아주었으니 '잘했다'라는 의미로 나에게 어떤 선물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혼자 사색 여행을 가보자.



며칠 전 혼자 떠난 짧은 사색 여행이 꽤 만족스러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구체적으로 일정을 정하게 된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요새 부쩍 느끼는 게 한가지 있었다.

'잘 쉰다는 게 어떤 것일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자'라고 결정했음에도 다음엔 무엇을 할까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몸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데, 생각은 쉬질 않고 있었다. 아침에 잠깐 하는 명상으로는 한참 부족한가 보다.

그래서 결국엔 '아무것도 한 것 없는데 왜 이렇게 피로하지..?'라는 생각에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 책은 내 마음을 안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걷는 것은 쉬는 것입니다.

걸으며 자연과 호흡하고,

길에 얽힌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마음속 나와 마주하면서 사색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걷는 것은 휴식입니다.



마치 여행 에세이처럼 우리길에 대한 글과 사진이 적절히 어우러져있고, 설명이 다 끝난 부분에는 그 길에 대한 정보가 친절하게 나와있다.

위치, 소요시간, 문의처 등뿐만 아니라 맛집, 숙박, 주변 볼거리까지 놓치지 않고 아낌없이 알려주었다.

특히 길에 대한 난이도를 별표(★)로 표시해 둔 것도 인상 깊었다. 별점이 높을수록 힘든 코스라고 일러두고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솔직한 마음으로는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그 길이 갖는 느낌, 소리나 의미, 스토리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은 채 단순히 걷기 좋다, 힘들다로 판단했던 것에 그치기만 했었기 때문이었다.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순천 조계산, 장성 축령산은 얼핏 걸어봤었는데 사실 특별히 뭔가를 느꼈다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한마디로 사색하지 않은 여행이었다.

'가보니 막상 별것 없었어'라고 말하는 나의 한마디 속에는 그 길에서 놓쳐버린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깨달았다. 나와는 확연히 다른 작가가 길 위에서 느낀 많은 순간들을.


그 순간이 쌓이고 쌓여 '삶'이 되는 거겠지.



길 위에서 쉬며 온몸으로 여행하는 작가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울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간다.

나도 자연과 함께 걷고 숨 쉬며 사색하는 시간을 통해 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다.


'꼭 한 번 다시 걷고 싶은 우리길' 여러 곳 중에서 스무 곳을 선별하여 책에 담아져 있었다.

전라도 해남, 강진, 순천, 장성에 이어 강원도 평창, 경상도 영양, 청송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의 도보여행지가 적혀있다.

트래킹 여행을 좋아하고 캠핑 달인이라고 불리는 작가가 추천한 '최고의 도보여행지'라고 하니, 더 신뢰가 갔다.

문득 '내가 여길 가봤었나?' 하는 곳이 더러 있었지만, '아! 나 여긴 확실히 가봤어!'라는 데가 단 한 군데도 없었다는 사실은 '내가 그동안 우리길에 무심했구나'를 절실히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가 가져온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대에 갈 만한 여행은 '걷기' 여행이 제격이다.

이 책 한 권 들고 김산환 작가가 추천한 몇 가지 도보여행지를 골라 사색 여행을 하러 갈 생각이다.

길에서 쉬는 여행자의 태도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얻고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괜찮아, 잘했어! 기차여행
정정심 지음 / 글로벌마인드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날, 퇴사를 앞두고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가려고 한창 예약을 하던 중 코로나가 터졌다. 가기로 했던 '백두산' 은 급기야 입산이 통제되어 갈 수조차 없었고, 여행사에 치렀던 예약금을 고스란히 환불받았을 때의 허탈함은 아직 마음속 깊숙한 곳에 남아 있다.

그 이후로 정말 재난 영화에서 본 것처럼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거짓말처럼 전국적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약 7개월이 지난 지금도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새삼 깨닫게 된다. 일상에 치여 정작 여행을 미루다 보니 어느새 내 의지와는 별개로 떠나지 못할 때가 있다는 것을.


어렸을 때, 대학과 직장생활 모두 서울에서 다녔던 언니와 오빠를 보러 가끔 KTX를 타긴 했지만 혼자 기차여행을 해 본 적은 없었다.


마음만으로는 '내일로' 기차 티켓을 끊어 며칠이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은 늘 가지고 있었다. '혼자' 가야 한다는 두려움을 계속 떠안고 있었던 20대의 나는, 그렇게 별 진전 없이 세월만 흐르고 어느덧 30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는 버킷리스트가 되어버린 '혼자 기차여행하기'는 수년간 나의 생각 속 바람에만 머물 뿐이었고, 우물 속에 고인 물처럼 계속 묵혀두고 있었다.



작가의 소개란에 적혀 있는 글을 보니, 잊고 있었던 '혼자 기차여행하기'라는 나의 소망에 용기라는 불씨를 지펴주는 것만 같았다.

이 책의 저자 정정심 작가는 평범한 주부이자 직장인이면서, 20대부터 품고 있던 국내 기차여행에 대한 작은 꿈을 40대 후반이 되어서야 이루었고, 그것을 이번에 책으로 펴낸 분이기도 하다.

20대부터 가지고 있던 꿈을 잃지 않고 켜켜이 쌓아올려 에세이로까지 출간했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으로 보였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느꼈고, 다짐한 게 한 가지 있다.


나도 이런 인생 에세이를 꼭 써야지.


웬만한 자기 계발서보다 와닿는 문구가 많아 일주일도 넘게 가방에 들고 다니면서 읽고 또 읽었던 책이다. 우연히 발견한 네이버 카페에서 생각지도 못한 보물 하나를 얻은 느낌이기도 했다.

주말에 돗자리와 치맥을 들고 가까운 공원으로 갈 때도 챙겨가서 읽어도 좋을 책이다. 작가의 글을 보면서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신선하지만 너무나 공감 가는 표현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문장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작가는 정말 확실히 다르구나. 이렇게나 공감을 확 끌어당기는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서문에 담긴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는 마치 내 얘기와 같았다.



'다음에' 꼭 기차여행을 할 기회가 있으리라 여기며 생활했으나 정작 그 '다음에'라는 때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동안 떠나지 못했던 것은 가족들이 나를 붙잡아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용기가 없어서였다는 것도 깊이 깨닫게 되었다.

p.2~4



부족한 용기와 더불어, 바쁜 일상에 치여 살다 보니 어느새 여행은 우선순위에서 저만큼 밀려나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20대의 나는 돈을 얼른 모아야 한다는 조급함에 여행은 나에게 있어 사치라는 생각도 있었다.



무엇이 나를 내려놓지 못하고 조급하고 불안하게 만들었을까. 선선한 바람, 맑은 공기, 푸른 하늘, 이런 소소한 행복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자연을 보고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던 것만 같다.



그렇게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아왔는데도 내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언제나 크게만 느껴졌다. 이제는 그저 하루하루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만족하면서, 가끔은 사색하고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좀 부려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중요한 것을 그동안 많이 잊고 살아온 것은 아니었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직장을 다니면서 3년간 틈틈이 전국의 기차역을 방문하며 겪은 일화, 그리고 약간의 과거 고백, 생각, 감정을 담은 인생 에세이이다.

글 중간중간에 사진도 같이 담겨있어 시각적으로도 훌륭한 책이다. 실제로 가고 싶은 곳을 체크하고 인터넷으로 써치하게 되는 곳도 있었다.


읽었을 때너무도 공감 가는 표현이 있어 몇 개만 적어본다.


1. 나이를 먹는다는 건 편하고 익숙한 것들에 길들어진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여름의 뙤약볕 같은 열정적인 삶을 꿈꾸었건만 쉰 고개를 바라보는 현재의 내 삶은 어느 무더운 날, 가방 안에 처박혀 있던 생수처럼 그저 미적지근할 뿐이다.


2. 퇴근 후, 식탁 위에 널브러진 음식물 찌꺼기에 나도 모를 짜증이 밀려와 왈칵하고 눈물이 쏟아지던 날, 나는 그 '지금'을 선택하고 무조건 여행을 시작하기로 작정했다.


3. 성당 계단을 내려오는데 또 가슴이 울컥한다.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는데 내가 늙어가는 건가, 아니면 그동안 꾹 눌러 참아왔던 눈물을 이제야 쏟아내고 있는 건가.


4. 좋았던 기억도 많을 텐데 유독 아프고 상처받은 기억을 더 선명하게, 그리고 더 오랫동안 기억의 창고에 저장해두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5. 혼자서 가는 길에 만나는 모든 사람이 스승이 되고, 친구가 되고, 은인이 된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타인과 내 삶을 보다 객관적이고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외로 공감 가는 표현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필사하고 싶어지는 부분도 넘쳐나서 다이어리에 깨알 글씨로 적어놓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사색하기 좋은 책이다. 가끔은 이런 책도 읽어줘야 또 힘을 내고 열심히 살아나갈 수 있겠다는 희망적인 기운도 얻게 되는 것 같다.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속의 꿈들을 펼쳐나가는 게 더욱 어렵다고 말하는 작가의 글이 유난히 와닿았다.

멋지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는 욕심과는 달리, 어느 순간엔가 그저 그런 중년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면 나 역시도 정신이 번뜩 차려질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것을 미루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내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일깨워준 고마운 책이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글을 쓰는 '정정심 작가님'처럼 진솔하고, 마음속 따뜻한 위로를 누군가에게 건네주는 글이 담긴 책을 꼭 써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생산성, 창의성, 혁신성을 높이는 6단계 생각법
팀 허슨 지음, 강유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을 보고는 굉장히 솔깃했다. 좋은 생각도 아니고, 괜찮은 생각도 아닌 '탁월한' 생각이라니.

심지어 그 탁월한 생각이 소수에게만 존재하고 있는 재능이 아니라 일종의 '기술'로써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쓰여져 있는 책 커버 자체만으로 끌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약간의 기대감을 갖고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이 책에서 어떤 영감과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나도 이 방법만 알면 '탁월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거잖아?


카페에 자리 잡고 앉아 다소 생소하기도 한 '생산적 사고'를 읽기 시작했다. 그동안 생각이라고 하면 주로 걱정과 불안, 조바심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에서 새어 나오는 생각들이 그동안 몸과 마음을 지배해 왔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나 다 그렇게 산다며, 위안 아닌 위안을 받고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살아왔었다.

생각을 고쳐먹어야겠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던 일이지만, 정작 '어떻게' 고쳐먹어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렇게 불만을 안고 살아가던 때가 있긴 있었다. 긍정적인 의미로 보면, 불만을 갖는다는 것은 내 삶을 변화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책 커버에 있는 그림마저도 참 인상적이다. 수면 위로 보이는 건 왠지 상어일 것 같은데, 알고 보니 상어 탈을 쓴 붕어같이 생긴 귀여운 물고기일 뿐이었다.

우리가 사는 삶도 사실은 별것 아닌 일들이 많은데, 잔뜩 겁을 집어먹고 사는 것 아닐까.

막상 해보니 또 해볼 만한 일들이 생각보다 꽤 많았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사실 그리 겁내며 살 건 없는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엔 쉽지 않아 보이는 일들도 사실 내면을 파악하고 나면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 내용과는 큰 관련이 없긴 하지만) 작가라는 업이 새삼 대단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살기 팍팍하다는 이유로, 그저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단순한 논리로 살기엔 이 세상은 참 배울 거리, 즐길 거리가 많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도구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을 작가가 쓴 하나의 '책'으로나마 간접적으로 읽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힘을 기르게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세상을 산다는 건, 잘 먹고 잘 사는 것 이상으로 가치 있고 의미가 있는 일임에 분명한 것 같다.

이 책의 내용은 생산성, 창의성, 혁신성을 높이는 6단계 생각법에 대해서 주로 다뤄지고 있다. 그중 생산성에 기반한 생산적 사고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세 가지 요소


첫 번째는 태도다.

더 나아지고 싶다면 변화를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다. 그리고 자발성, 용기, 지구력도 필요하다.

두 번째는 원칙을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어느 기술이나 완전히 내 것이 되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배울 수는 있다. 이는 연습을 통해 뇌를 단련시킬 수 있다.

세 번째는 도구 상자다.

생각과 관련해서는 10개 정도의 핵심 도구가 있고, 대부분은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다.

정작 어려운 부분은 그렇게 배운 원칙과 도구를 사용하는 '습관'을 기르는 일이라고 콕 짚어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그거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나지 않아서, 더 나은 방법을 찾지 못해서, 낡고 제한된(게다가 자유를 억압하는) 패턴에 따라 행동하고 반응하느라, 우리 역시 얼마나 많은 불행을 키우고 견디면서 힘들어하는가?더 나은 방법을 찾기만 한다면, 선택의 폭을 늘릴 수만 있다면, 우리 세상은 얼마나 더 좋아지겠는가?

불만이 켜켜이 쌓여만 갔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더 나은 방법을 찾지 못해 그저 하던 대로만 계속했던 행동 패턴들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만 생각해 왔던 건지도 모른다.


헨리 포드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생각은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생각에 몰두하는 사람이 적은지도 모른다.

이 말에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거라 짐작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는 항상 생각을 하고 있어. 한시도 멈추는 일이 없는걸.'

과연 그럴까? 우리의 몸이 그렇듯이 뇌 역시도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뇌가 에너지를 보존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아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 주의 산만, 자극 반응, 익숙한 패턴 따르기, 이 셋 중 하나일 거라고.

주의가 산만한, 즉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하는 것은 집중된 생각이 아니다. 이것은 당신이 마음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당신을 통제하는 상태이다.

자연스러운 습관에 의해 생성된 생각은 쉽게 고쳐지기 힘들 거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놓을 만큼의 어려운 일도 아님을 깨닫게 된다.


공감 가는 문구가 참 많이도 나와 있었다.

아이디어를 내는 창의적 사고와 아이디어를 판단하는 비판적 사고를 '동시'에 하려고 하면 결국 성공 가능성은 떨어진다.개인적으로 이러한 경우 비판적 사고가 항상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와닿는 문구가 있었는데,

인간은 삶에서 모호함을 걷어내는 답을 끊임없이 모색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직장도 잃고 여자친구와 헤어졌는데 차도 박살 났다며?"라는 질문에 "나쁜 일은 항상 겹쳐서 온다잖아"라고 답하기도 하고, "왜 내 인생은 고작 이것밖에 안 될까?"라는 의문에 "유대인의 음모 때문이지"라는 답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모든 답은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런 단순한 답이 생각을 멈추게 한다는 데 있다.

단순한 답이자 위험한 답이었다. 그 답으로 인해 나 또한 부정적인 생각에 잠식당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 다들 그렇게 살아, 그냥 그러려니 해, 원래 다 그래.

이런 생각으로까지 이어지면 그 후에는 생산적인 사고를 멈추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았다.

'안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안 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안다고 여기는 상태(knowingness)가 곧 지식(knowledge)은 아니었다.말 잘하는 사람이 다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은 아니듯이.


같은 상황이라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했다. 이 내용은 다른 자기 계발서에도 많이 나와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는 꽤나 체계적으로 풀어놓았다.

보통 우리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자연스러운 문제 해결 프로세스는 단 세 가지로 구분 지을 수 있다.

1. 문제를 인지한다.

2. 해결책을 택한다.

3. 뭐라도 해본다.


이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하되, 더 나은 답을 생각해내기 위한 틀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종합적이고 반복 가능한 6단계 틀이며, 이를 통해 생각적 사고를 하면 생각을 더 잘할 수 있다고.

다양한 예시를 통해 생산적 사고의 단계들을 나타내고 있었다. 책의 초반부에 나와있던 하나의 문장이 더 이해가 되는 내용이었다.

무엇을 아는가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일이 뒤죽박죽이거나 엉망진창이 아니라면 불만도 없고, 따라서 애초에 생산적 사고도 필요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그렇게 문제는 보통 엉망진창 속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불만에 대해 그저 단순히 참아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이끄는 자극 요인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탁월한 생각을 위해 생산적 사고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잘 나와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책이라고 여겼는데, 팀워크나 조직문화에 필요한 내용, 즉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도출해 낼 수 있는 방법도 담겨있었다.

한마디로 생각도 훈련이 필요한 것임을 알게 해준 책이었다. 생각이란 것에 좋은 자극을 얻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원
존 마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연이은 연애를 끝내고 그것에 대한 세포의 수가 점점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낄 때쯤 발견한 책 한 권.

국내에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월스트리트 저널 선정 '최고의 SF 스릴러'로 인정받았고, 조만간 넷플릭스에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넷플에 등장하면 또 한 번 흥행할 만한 스토리인 것은 후에 읽은 뒤로 인정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요새 주로 읽는 도서 분야가 자기계발과 경제경영 분야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존 마스 장편소설은 더욱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유전자로 완벽히 연결된 '단 한 사람'?


그런 게 실제로 존재하긴 하는 걸까? 하기야 인공지능이 발달되고 있으니 그런 어플이 실제로 등장할 날도 머지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런 게 있다면, 애먼 사람을 만나느라 시간 낭비, 감정 낭비를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피곤하게 밀당할 필요도 없을 테고.


막장도 이런 막장이 있을까. 막장의 묘미는 믿을 수 없다며 욕하다가도 저절로 눈이 가게 되는 그런 것인데, 나에겐 마치 이 소설책이 그것과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인물의 성향, 관계 등을 파악하다가 중간쯤 돼서야 급 빠져드는 전개로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반전에 반전을 더해서 마지막엔 해피엔딩도 뭣도 아닌 그저 생각만 많아지게 하는 마무리였다.

긍정적으로 이야기해보자면 인간을 이해하는 폭을 조금 넓혀주는 소설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가 원하는 '영혼의 짝'은 사실 '플라시보 효과'였던 게 아닐까. DNA 매치를 통해 평생의 반려자라고 믿게 해버리는 것. 상대방을 보자마자 불꽃이 튀어야만 진정한 짝은 아닐 텐데 말이다.

그간 누군가와의 만남 속에서 초반에 너무 급격한 관심을 갖고 앞서나가는 듯한 사람들은 쉽게 그 열정의 불꽃이 사그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조금 시간을 두고 천천히 알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이 소설에 나오는 유전자적인 미래형 사랑은 내가 생각하는 사랑과는 조금 달랐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들 캐릭터가 강렬하다. 아이를 낳고 싶은 이혼녀 맨디의 짝은 알고 보니 냉동 정자만 남아있는 죽은 사람이었고, 사이코패스이자 연쇄살인범 크리스토퍼의 짝은 놀랍게도 그의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었다. 또한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둔 닉은 어떤 잘생긴 남자와 매치가 이루어졌으며, 매치를 찾아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간 제이드의 연인은 앙상한 몸의 시한부 환자였다.

가벼운 연애 소설이 아닌 SF 스릴러가 될 수 없는 이유다. 평범하지 않은 등장인물은 이어질 소설 속 내용이 굉장히 스펙터클하다는 것을 암시해 주고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서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한, 답이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육성으로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아....



함부로 날 판단하지 마. 난 인생을 걸고 하는 일이야. 감히 이래라저래라 가르치려 들지 마. 너희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p.266]



사람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진리는 이 소설을 읽어보면 다시금 절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죽은 사람과 매치가 되어 그의 가족에 '현혹'된 맨디는 냉동된 정자를 가지고 그의 아기를 가지려는 마음에까지 이른다. 그 때문에 그녀의 동생들은 반대하며 난리가 난 것이고.근데 맨디의 그런 생각이 정상적인 상태에서 가능하긴 한 것일까..?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 그 점이 소설이라는 장르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정상이 아닌 사람들과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 같았다. 아니, 사실 정상의 기준도 애매하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지을만한 객관적인 근거가 정말로 존재하긴 하는 것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평범함은 남과 다르지 않음이라는 편협한 시각에 불과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경주마처럼 긴박한 전개 속에서도 유독 와닿는 문장 두 가지가 있었다.


- 어쩌면 그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할지도 모른다. 사실 사랑이란 태양이 뜨고 질 때 누군가와 함께 있어주는 것일지도.

[p.195]


- 케빈의 죽음이 가르쳐준 게 한 가지 있다면, 인생이란 살아내는 것이지 멀찍이서 구경하는 점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p.366]


사랑과 인생의 정의를 가볍게 단순하게 내린 듯하지만, 왠지 다시 한번 읽어보게 되는 문장이었다. 세상에 수많은 단어가 있지만, 그중에 유독 본인만의 기준이 명확히 있어야 하는 게 '사랑과 인생' 인 것 같다. 다양한 인간관계를 거치면서 기준이 바뀔 수 있지만, 그러면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게 사람만이 가진 유일한 일이지 않을까.


미친 듯한? 상상력을 무한대로 펼쳐놓는 작가의 글을 통해 잠깐이나마 새로운 세계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아서 신선한 느낌이었다. 그 느낌을 겪어보고 싶은 분들은 한 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는 건축가다 -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건축 이야기
차이진원 지음,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축가?

건축을 설계하고, 공사를 지도하고 감독하는 사람.

왠지 건축가라고 하면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주변에 그런 사람도 없었거니와, 겪어보지 않아서 더욱 관심조차 가지 않았던 분야여서 왠지 딱딱하고 재미없게만 느껴졌다.


제목부터 신선했다.

그런 재미없는 분야라고 알고 있었는데 흔히 알고 있는 '새'가 건축가라고?...


궁금했다.


책 표지에 나와있는 그림의 정체는 뭐지..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가볍게 넘겨보다 따뜻한 그림들이 자주 등장했다.

공룡부터 시작해서 귀여운 아기자기한 새들부터 그들의 각기 다른 둥우리까지.


그림책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쯤 되니 저자가 궁금했다.

저자 - 차이진원(蔡錦文)


역시 구글!

한자로 치니까 저자 차이진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한 인상의 소유자... :)


이분인가 긴가민가 하다가 옷에 붙인 이름표 한자가 똑같아서 확인이 가능했다;



출처

https://news.ltn.com.tw/news/local/paper/733856



이 분은 타이완 출신으로 토목공학을 전공한 분이다. 새와 자연을 사랑한 그는 졸업 후 국립 타이완 대학교 삼림 연구소에 들어가서 야생동물에 관련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새들을 관찰하고 그림과 글로 기록을 남김으로써 새들의 지혜, 생명과 자연의 경이로움 등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으며, 그가 쓴 책 '기러기'는 타이완에서 최고로 권위 있는 도서상인 금정상 후보에 들기도 했다고 한다.



공룡이 조류가 되었다는 설.

조문주는 공룡이 하늘로 날아오르게 만들겠다고 결심한 뒤 서서히 깃털이 자라게 했다. 그리고 길고 긴 세월을 '걸어온' 공룡은 마침내 나무 꼭대기로 날아올라 조류가 되었다.

이 충격적인 사실을 믿어도 되나 싶지만, 저자는 진지하다.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은 둥우리가 없다.

한마디로 무주택자다. 둥우리 없는 새를 '무주택자'라고 표현한 것도 흥미를 돋운다. 이런 재미있는 표현들이 이 책에는 수없이 많다 :)

황제펭귄은 알을 발 위에 놓고, 담요 같은 복부로 덮어 부화될 때까지 주야장천 알을 품는다..

황제펭귄은 번식철에 알을 하나만 낳아서 부모가 열과 성을 다해 돌본다고 한다.

고개를 숙인 채 벽에 기대고 있는 황제펭귄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

새들은 각기 다른 둥우리를 창조한다.

정말 똑똑한 건지, 영리한 건지, 천재인 건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참신한 아이디어로 그들만의 공간을 마련한다. 그림을 보면서 글로 이해를 높일수록 새들이 이렇게 똑똑했었나, 깨닫게 된다.

책 표지에 있던 둥우리의 정체를 발견했다.

스윈호오목눈이와 둥우리.

이 스윈호오목눈이는 뜨개질의 고수다. 몸집이 작고, 얼굴에 검은색으로 아이라인이 길게 나 있다.

너무 귀여워..ㅋㅋㅋㅋ

동물의 털을 모아 둥우리 재료로 쓰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 동물 털로 둥우리 겉면을 엮어서 둥우리 전체가 나무에 걸린 털양말처럼 보이게 만든다. 바람이 얼마나 불든 간에 전혀 춥지 않다고 한다.

시골집에 가면 항상 볼 수 있는 친숙한 제비집.

제비는 진흙으로 둥우리를 만든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제비가 옛정을 잊지 않는 조류라고 생각했다. 늘 있던 곳으로 돌아와서 둥우리를 짓기 때문이라고..

중국인들은 둥우리를 짓는 제비가 부를 가져다준다고 믿었고, 제비는 벌레를 먹어서 밉살스러운 모기와 파리를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금사연, 금빛제비의 다른 말이다.

이 제비는 번식철이면 침을 다량 분비해 둥우리를 짓는다고 한다.

세상에 침으로 둥우리를 짓는 것도 놀라운데,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새 둥우리라고...!

자양제로 여겨지는 제비집을 '연와'라고 한단다..

그걸 주재료 만든 값비싼 요리가 '관연'이라는 요리라고 한다.

이 제비집은 폐를 윤택하게 하고 정력을 왕성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진귀한 식품이 되었다고..

인류가 먹는 제비집.

세상에 이런 일이..

이 책을 보면서 제일 충격이었다;

제비집을 채취하는 과정이 참 잔인하다고 한다. 채취한 제비집에 이미 알이나 새끼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금사연이 보통 둥우리 하나를 짓는데 33~41일 정도가 걸린다는데, 하... 정말 다 먹는구나 다 먹어;

저자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고생해서 만든 것을 우리는 어찌 그리도 무자비하게 먹는지 참!


맛깔스럽게 표현한 글과, 감성적인 그림.

색채감이 돋보이는 책.


새들에게서 섬세함과 따뜻함을 느끼고, 그들이 사는 세상을 책으로나마 엿볼 수 있어서 독서하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었다.

단순히 사실만을 빗대어 설명하는 그런 백과사전 형식의 책이었다면, 오래 못 읽었을 것 같다..;

이 책은 저자의 솔직한 마음이 담겨있다.

그리고 새들이 그들의 번식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 변해가는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그 때문에 둥우리를 짓는 방법이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글을 읽고는 사람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느껴졌다.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


최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모두가 포함된다는 사실이었다..

'새는 건축가다'라는 책은, 새에 대해서 별로 관심 없었던 나 같은 사람도 읽다 보면 어느새 흥미를 느끼게 되고, 흥미진진한 비유와 다양한 그림으로 술술 읽히게 되는 것 같다.

가볍게 그들의 삶을 엿보면서, 그들의 삶에 대해서 배울 점이 분명히 있었다. 두고두고 새들의 그림을 감상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