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쉬다 - 꼭 한 번 다시 걸어보고 싶은 우리 길
김산환 지음 / 꿈의지도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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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도보여행을 계획하고 검색하던 중 발견한 신간도서였다. 주저 없이 읽기로 마음먹은 책이기도 했다.

가끔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사실 그동안 많지 않았다는 말이 되는 거겠지. 집에서나 밖에서나 주로 듣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들뿐이었다. 다른 사람의 스토리를 듣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에서든.


마지막 퇴사를 하고 벌써 6개월이 흘렀다. 많은 일이 생겼고 많은 변화가 생겼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삶의 태도'였다. 소심했던 내가 이제는 누군가와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찾게 되는 일들까지.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모를 '작은' 슬럼프가 찾아왔다. 매일 하던 미라클모닝으로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해도 왠지 모를 헛헛한 마음이 들었고, 의욕이 예전 같지 않을 때였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셀프 보상'이었다. 스스로에게 하는 칭찬에 영 서툴렀던 지난날이었다. 삶의 활기를 다시 찾기 위해서는 나를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이만큼 잘 살아주었으니 '잘했다'라는 의미로 나에게 어떤 선물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혼자 사색 여행을 가보자.



며칠 전 혼자 떠난 짧은 사색 여행이 꽤 만족스러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구체적으로 일정을 정하게 된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요새 부쩍 느끼는 게 한가지 있었다.

'잘 쉰다는 게 어떤 것일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자'라고 결정했음에도 다음엔 무엇을 할까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몸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데, 생각은 쉬질 않고 있었다. 아침에 잠깐 하는 명상으로는 한참 부족한가 보다.

그래서 결국엔 '아무것도 한 것 없는데 왜 이렇게 피로하지..?'라는 생각에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 책은 내 마음을 안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걷는 것은 쉬는 것입니다.

걸으며 자연과 호흡하고,

길에 얽힌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마음속 나와 마주하면서 사색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걷는 것은 휴식입니다.



마치 여행 에세이처럼 우리길에 대한 글과 사진이 적절히 어우러져있고, 설명이 다 끝난 부분에는 그 길에 대한 정보가 친절하게 나와있다.

위치, 소요시간, 문의처 등뿐만 아니라 맛집, 숙박, 주변 볼거리까지 놓치지 않고 아낌없이 알려주었다.

특히 길에 대한 난이도를 별표(★)로 표시해 둔 것도 인상 깊었다. 별점이 높을수록 힘든 코스라고 일러두고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솔직한 마음으로는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그 길이 갖는 느낌, 소리나 의미, 스토리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은 채 단순히 걷기 좋다, 힘들다로 판단했던 것에 그치기만 했었기 때문이었다.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순천 조계산, 장성 축령산은 얼핏 걸어봤었는데 사실 특별히 뭔가를 느꼈다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한마디로 사색하지 않은 여행이었다.

'가보니 막상 별것 없었어'라고 말하는 나의 한마디 속에는 그 길에서 놓쳐버린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깨달았다. 나와는 확연히 다른 작가가 길 위에서 느낀 많은 순간들을.


그 순간이 쌓이고 쌓여 '삶'이 되는 거겠지.



길 위에서 쉬며 온몸으로 여행하는 작가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울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간다.

나도 자연과 함께 걷고 숨 쉬며 사색하는 시간을 통해 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다.


'꼭 한 번 다시 걷고 싶은 우리길' 여러 곳 중에서 스무 곳을 선별하여 책에 담아져 있었다.

전라도 해남, 강진, 순천, 장성에 이어 강원도 평창, 경상도 영양, 청송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의 도보여행지가 적혀있다.

트래킹 여행을 좋아하고 캠핑 달인이라고 불리는 작가가 추천한 '최고의 도보여행지'라고 하니, 더 신뢰가 갔다.

문득 '내가 여길 가봤었나?' 하는 곳이 더러 있었지만, '아! 나 여긴 확실히 가봤어!'라는 데가 단 한 군데도 없었다는 사실은 '내가 그동안 우리길에 무심했구나'를 절실히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가 가져온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대에 갈 만한 여행은 '걷기' 여행이 제격이다.

이 책 한 권 들고 김산환 작가가 추천한 몇 가지 도보여행지를 골라 사색 여행을 하러 갈 생각이다.

길에서 쉬는 여행자의 태도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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