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원
존 마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연이은 연애를 끝내고 그것에 대한 세포의 수가 점점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낄 때쯤 발견한 책 한 권.

국내에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월스트리트 저널 선정 '최고의 SF 스릴러'로 인정받았고, 조만간 넷플릭스에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넷플에 등장하면 또 한 번 흥행할 만한 스토리인 것은 후에 읽은 뒤로 인정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요새 주로 읽는 도서 분야가 자기계발과 경제경영 분야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존 마스 장편소설은 더욱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유전자로 완벽히 연결된 '단 한 사람'?


그런 게 실제로 존재하긴 하는 걸까? 하기야 인공지능이 발달되고 있으니 그런 어플이 실제로 등장할 날도 머지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런 게 있다면, 애먼 사람을 만나느라 시간 낭비, 감정 낭비를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피곤하게 밀당할 필요도 없을 테고.


막장도 이런 막장이 있을까. 막장의 묘미는 믿을 수 없다며 욕하다가도 저절로 눈이 가게 되는 그런 것인데, 나에겐 마치 이 소설책이 그것과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인물의 성향, 관계 등을 파악하다가 중간쯤 돼서야 급 빠져드는 전개로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반전에 반전을 더해서 마지막엔 해피엔딩도 뭣도 아닌 그저 생각만 많아지게 하는 마무리였다.

긍정적으로 이야기해보자면 인간을 이해하는 폭을 조금 넓혀주는 소설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가 원하는 '영혼의 짝'은 사실 '플라시보 효과'였던 게 아닐까. DNA 매치를 통해 평생의 반려자라고 믿게 해버리는 것. 상대방을 보자마자 불꽃이 튀어야만 진정한 짝은 아닐 텐데 말이다.

그간 누군가와의 만남 속에서 초반에 너무 급격한 관심을 갖고 앞서나가는 듯한 사람들은 쉽게 그 열정의 불꽃이 사그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조금 시간을 두고 천천히 알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이 소설에 나오는 유전자적인 미래형 사랑은 내가 생각하는 사랑과는 조금 달랐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들 캐릭터가 강렬하다. 아이를 낳고 싶은 이혼녀 맨디의 짝은 알고 보니 냉동 정자만 남아있는 죽은 사람이었고, 사이코패스이자 연쇄살인범 크리스토퍼의 짝은 놀랍게도 그의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었다. 또한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둔 닉은 어떤 잘생긴 남자와 매치가 이루어졌으며, 매치를 찾아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간 제이드의 연인은 앙상한 몸의 시한부 환자였다.

가벼운 연애 소설이 아닌 SF 스릴러가 될 수 없는 이유다. 평범하지 않은 등장인물은 이어질 소설 속 내용이 굉장히 스펙터클하다는 것을 암시해 주고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서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한, 답이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육성으로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아....



함부로 날 판단하지 마. 난 인생을 걸고 하는 일이야. 감히 이래라저래라 가르치려 들지 마. 너희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p.266]



사람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진리는 이 소설을 읽어보면 다시금 절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죽은 사람과 매치가 되어 그의 가족에 '현혹'된 맨디는 냉동된 정자를 가지고 그의 아기를 가지려는 마음에까지 이른다. 그 때문에 그녀의 동생들은 반대하며 난리가 난 것이고.근데 맨디의 그런 생각이 정상적인 상태에서 가능하긴 한 것일까..?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 그 점이 소설이라는 장르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정상이 아닌 사람들과 정상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 같았다. 아니, 사실 정상의 기준도 애매하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지을만한 객관적인 근거가 정말로 존재하긴 하는 것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평범함은 남과 다르지 않음이라는 편협한 시각에 불과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경주마처럼 긴박한 전개 속에서도 유독 와닿는 문장 두 가지가 있었다.


- 어쩌면 그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할지도 모른다. 사실 사랑이란 태양이 뜨고 질 때 누군가와 함께 있어주는 것일지도.

[p.195]


- 케빈의 죽음이 가르쳐준 게 한 가지 있다면, 인생이란 살아내는 것이지 멀찍이서 구경하는 점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p.366]


사랑과 인생의 정의를 가볍게 단순하게 내린 듯하지만, 왠지 다시 한번 읽어보게 되는 문장이었다. 세상에 수많은 단어가 있지만, 그중에 유독 본인만의 기준이 명확히 있어야 하는 게 '사랑과 인생' 인 것 같다. 다양한 인간관계를 거치면서 기준이 바뀔 수 있지만, 그러면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게 사람만이 가진 유일한 일이지 않을까.


미친 듯한? 상상력을 무한대로 펼쳐놓는 작가의 글을 통해 잠깐이나마 새로운 세계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아서 신선한 느낌이었다. 그 느낌을 겪어보고 싶은 분들은 한 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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