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건축가다 -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건축 이야기
차이진원 지음,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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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건축을 설계하고, 공사를 지도하고 감독하는 사람.

왠지 건축가라고 하면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주변에 그런 사람도 없었거니와, 겪어보지 않아서 더욱 관심조차 가지 않았던 분야여서 왠지 딱딱하고 재미없게만 느껴졌다.


제목부터 신선했다.

그런 재미없는 분야라고 알고 있었는데 흔히 알고 있는 '새'가 건축가라고?...


궁금했다.


책 표지에 나와있는 그림의 정체는 뭐지..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가볍게 넘겨보다 따뜻한 그림들이 자주 등장했다.

공룡부터 시작해서 귀여운 아기자기한 새들부터 그들의 각기 다른 둥우리까지.


그림책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쯤 되니 저자가 궁금했다.

저자 - 차이진원(蔡錦文)


역시 구글!

한자로 치니까 저자 차이진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한 인상의 소유자... :)


이분인가 긴가민가 하다가 옷에 붙인 이름표 한자가 똑같아서 확인이 가능했다;



출처

https://news.ltn.com.tw/news/local/paper/733856



이 분은 타이완 출신으로 토목공학을 전공한 분이다. 새와 자연을 사랑한 그는 졸업 후 국립 타이완 대학교 삼림 연구소에 들어가서 야생동물에 관련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새들을 관찰하고 그림과 글로 기록을 남김으로써 새들의 지혜, 생명과 자연의 경이로움 등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으며, 그가 쓴 책 '기러기'는 타이완에서 최고로 권위 있는 도서상인 금정상 후보에 들기도 했다고 한다.



공룡이 조류가 되었다는 설.

조문주는 공룡이 하늘로 날아오르게 만들겠다고 결심한 뒤 서서히 깃털이 자라게 했다. 그리고 길고 긴 세월을 '걸어온' 공룡은 마침내 나무 꼭대기로 날아올라 조류가 되었다.

이 충격적인 사실을 믿어도 되나 싶지만, 저자는 진지하다.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은 둥우리가 없다.

한마디로 무주택자다. 둥우리 없는 새를 '무주택자'라고 표현한 것도 흥미를 돋운다. 이런 재미있는 표현들이 이 책에는 수없이 많다 :)

황제펭귄은 알을 발 위에 놓고, 담요 같은 복부로 덮어 부화될 때까지 주야장천 알을 품는다..

황제펭귄은 번식철에 알을 하나만 낳아서 부모가 열과 성을 다해 돌본다고 한다.

고개를 숙인 채 벽에 기대고 있는 황제펭귄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

새들은 각기 다른 둥우리를 창조한다.

정말 똑똑한 건지, 영리한 건지, 천재인 건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참신한 아이디어로 그들만의 공간을 마련한다. 그림을 보면서 글로 이해를 높일수록 새들이 이렇게 똑똑했었나, 깨닫게 된다.

책 표지에 있던 둥우리의 정체를 발견했다.

스윈호오목눈이와 둥우리.

이 스윈호오목눈이는 뜨개질의 고수다. 몸집이 작고, 얼굴에 검은색으로 아이라인이 길게 나 있다.

너무 귀여워..ㅋㅋㅋㅋ

동물의 털을 모아 둥우리 재료로 쓰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 동물 털로 둥우리 겉면을 엮어서 둥우리 전체가 나무에 걸린 털양말처럼 보이게 만든다. 바람이 얼마나 불든 간에 전혀 춥지 않다고 한다.

시골집에 가면 항상 볼 수 있는 친숙한 제비집.

제비는 진흙으로 둥우리를 만든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제비가 옛정을 잊지 않는 조류라고 생각했다. 늘 있던 곳으로 돌아와서 둥우리를 짓기 때문이라고..

중국인들은 둥우리를 짓는 제비가 부를 가져다준다고 믿었고, 제비는 벌레를 먹어서 밉살스러운 모기와 파리를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금사연, 금빛제비의 다른 말이다.

이 제비는 번식철이면 침을 다량 분비해 둥우리를 짓는다고 한다.

세상에 침으로 둥우리를 짓는 것도 놀라운데,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새 둥우리라고...!

자양제로 여겨지는 제비집을 '연와'라고 한단다..

그걸 주재료 만든 값비싼 요리가 '관연'이라는 요리라고 한다.

이 제비집은 폐를 윤택하게 하고 정력을 왕성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진귀한 식품이 되었다고..

인류가 먹는 제비집.

세상에 이런 일이..

이 책을 보면서 제일 충격이었다;

제비집을 채취하는 과정이 참 잔인하다고 한다. 채취한 제비집에 이미 알이나 새끼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금사연이 보통 둥우리 하나를 짓는데 33~41일 정도가 걸린다는데, 하... 정말 다 먹는구나 다 먹어;

저자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고생해서 만든 것을 우리는 어찌 그리도 무자비하게 먹는지 참!


맛깔스럽게 표현한 글과, 감성적인 그림.

색채감이 돋보이는 책.


새들에게서 섬세함과 따뜻함을 느끼고, 그들이 사는 세상을 책으로나마 엿볼 수 있어서 독서하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었다.

단순히 사실만을 빗대어 설명하는 그런 백과사전 형식의 책이었다면, 오래 못 읽었을 것 같다..;

이 책은 저자의 솔직한 마음이 담겨있다.

그리고 새들이 그들의 번식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 변해가는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그 때문에 둥우리를 짓는 방법이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글을 읽고는 사람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느껴졌다.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


최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모두가 포함된다는 사실이었다..

'새는 건축가다'라는 책은, 새에 대해서 별로 관심 없었던 나 같은 사람도 읽다 보면 어느새 흥미를 느끼게 되고, 흥미진진한 비유와 다양한 그림으로 술술 읽히게 되는 것 같다.

가볍게 그들의 삶을 엿보면서, 그들의 삶에 대해서 배울 점이 분명히 있었다. 두고두고 새들의 그림을 감상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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