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생산성, 창의성, 혁신성을 높이는 6단계 생각법
팀 허슨 지음, 강유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을 보고는 굉장히 솔깃했다. 좋은 생각도 아니고, 괜찮은 생각도 아닌 '탁월한' 생각이라니.

심지어 그 탁월한 생각이 소수에게만 존재하고 있는 재능이 아니라 일종의 '기술'로써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쓰여져 있는 책 커버 자체만으로 끌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약간의 기대감을 갖고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이 책에서 어떤 영감과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나도 이 방법만 알면 '탁월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거잖아?


카페에 자리 잡고 앉아 다소 생소하기도 한 '생산적 사고'를 읽기 시작했다. 그동안 생각이라고 하면 주로 걱정과 불안, 조바심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에서 새어 나오는 생각들이 그동안 몸과 마음을 지배해 왔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나 다 그렇게 산다며, 위안 아닌 위안을 받고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살아왔었다.

생각을 고쳐먹어야겠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던 일이지만, 정작 '어떻게' 고쳐먹어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렇게 불만을 안고 살아가던 때가 있긴 있었다. 긍정적인 의미로 보면, 불만을 갖는다는 것은 내 삶을 변화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책 커버에 있는 그림마저도 참 인상적이다. 수면 위로 보이는 건 왠지 상어일 것 같은데, 알고 보니 상어 탈을 쓴 붕어같이 생긴 귀여운 물고기일 뿐이었다.

우리가 사는 삶도 사실은 별것 아닌 일들이 많은데, 잔뜩 겁을 집어먹고 사는 것 아닐까.

막상 해보니 또 해볼 만한 일들이 생각보다 꽤 많았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사실 그리 겁내며 살 건 없는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엔 쉽지 않아 보이는 일들도 사실 내면을 파악하고 나면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 내용과는 큰 관련이 없긴 하지만) 작가라는 업이 새삼 대단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살기 팍팍하다는 이유로, 그저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단순한 논리로 살기엔 이 세상은 참 배울 거리, 즐길 거리가 많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도구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을 작가가 쓴 하나의 '책'으로나마 간접적으로 읽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힘을 기르게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세상을 산다는 건, 잘 먹고 잘 사는 것 이상으로 가치 있고 의미가 있는 일임에 분명한 것 같다.

이 책의 내용은 생산성, 창의성, 혁신성을 높이는 6단계 생각법에 대해서 주로 다뤄지고 있다. 그중 생산성에 기반한 생산적 사고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세 가지 요소


첫 번째는 태도다.

더 나아지고 싶다면 변화를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다. 그리고 자발성, 용기, 지구력도 필요하다.

두 번째는 원칙을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어느 기술이나 완전히 내 것이 되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배울 수는 있다. 이는 연습을 통해 뇌를 단련시킬 수 있다.

세 번째는 도구 상자다.

생각과 관련해서는 10개 정도의 핵심 도구가 있고, 대부분은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다.

정작 어려운 부분은 그렇게 배운 원칙과 도구를 사용하는 '습관'을 기르는 일이라고 콕 짚어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그거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나지 않아서, 더 나은 방법을 찾지 못해서, 낡고 제한된(게다가 자유를 억압하는) 패턴에 따라 행동하고 반응하느라, 우리 역시 얼마나 많은 불행을 키우고 견디면서 힘들어하는가?더 나은 방법을 찾기만 한다면, 선택의 폭을 늘릴 수만 있다면, 우리 세상은 얼마나 더 좋아지겠는가?

불만이 켜켜이 쌓여만 갔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더 나은 방법을 찾지 못해 그저 하던 대로만 계속했던 행동 패턴들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만 생각해 왔던 건지도 모른다.


헨리 포드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생각은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생각에 몰두하는 사람이 적은지도 모른다.

이 말에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거라 짐작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는 항상 생각을 하고 있어. 한시도 멈추는 일이 없는걸.'

과연 그럴까? 우리의 몸이 그렇듯이 뇌 역시도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뇌가 에너지를 보존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아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 주의 산만, 자극 반응, 익숙한 패턴 따르기, 이 셋 중 하나일 거라고.

주의가 산만한, 즉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하는 것은 집중된 생각이 아니다. 이것은 당신이 마음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당신을 통제하는 상태이다.

자연스러운 습관에 의해 생성된 생각은 쉽게 고쳐지기 힘들 거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놓을 만큼의 어려운 일도 아님을 깨닫게 된다.


공감 가는 문구가 참 많이도 나와 있었다.

아이디어를 내는 창의적 사고와 아이디어를 판단하는 비판적 사고를 '동시'에 하려고 하면 결국 성공 가능성은 떨어진다.개인적으로 이러한 경우 비판적 사고가 항상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와닿는 문구가 있었는데,

인간은 삶에서 모호함을 걷어내는 답을 끊임없이 모색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직장도 잃고 여자친구와 헤어졌는데 차도 박살 났다며?"라는 질문에 "나쁜 일은 항상 겹쳐서 온다잖아"라고 답하기도 하고, "왜 내 인생은 고작 이것밖에 안 될까?"라는 의문에 "유대인의 음모 때문이지"라는 답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모든 답은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런 단순한 답이 생각을 멈추게 한다는 데 있다.

단순한 답이자 위험한 답이었다. 그 답으로 인해 나 또한 부정적인 생각에 잠식당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 다들 그렇게 살아, 그냥 그러려니 해, 원래 다 그래.

이런 생각으로까지 이어지면 그 후에는 생산적인 사고를 멈추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았다.

'안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안 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안다고 여기는 상태(knowingness)가 곧 지식(knowledge)은 아니었다.말 잘하는 사람이 다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은 아니듯이.


같은 상황이라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했다. 이 내용은 다른 자기 계발서에도 많이 나와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는 꽤나 체계적으로 풀어놓았다.

보통 우리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자연스러운 문제 해결 프로세스는 단 세 가지로 구분 지을 수 있다.

1. 문제를 인지한다.

2. 해결책을 택한다.

3. 뭐라도 해본다.


이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하되, 더 나은 답을 생각해내기 위한 틀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종합적이고 반복 가능한 6단계 틀이며, 이를 통해 생각적 사고를 하면 생각을 더 잘할 수 있다고.

다양한 예시를 통해 생산적 사고의 단계들을 나타내고 있었다. 책의 초반부에 나와있던 하나의 문장이 더 이해가 되는 내용이었다.

무엇을 아는가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일이 뒤죽박죽이거나 엉망진창이 아니라면 불만도 없고, 따라서 애초에 생산적 사고도 필요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그렇게 문제는 보통 엉망진창 속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불만에 대해 그저 단순히 참아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이끄는 자극 요인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탁월한 생각을 위해 생산적 사고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잘 나와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책이라고 여겼는데, 팀워크나 조직문화에 필요한 내용, 즉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도출해 낼 수 있는 방법도 담겨있었다.

한마디로 생각도 훈련이 필요한 것임을 알게 해준 책이었다. 생각이란 것에 좋은 자극을 얻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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