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 삶의 여백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김신지 지음 / 잠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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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잊고 살던 것을 생각할 시간이

매일을 누릴 시간이

마음을 돌볼 시간이

그리고 더 사랑할 시간이

김신지 에세이


[책 중간에 엽서같이 작은 페이지가 들어있는것이

독특하고 좋은 메시지를 받은것처럼 기분이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는데 시간이 잘 가는 것도 좋고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책을 쓴 사람과 내가 같은 공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해줘서 잠시라도 현실을 잊게 만들거나

공감하면서 읽게 되는 것이 참 좋아서였다

읽은 책을 또 읽고 또 읽고 반복해서 읽다 보면 ...

몇 년 후에 내가 성장해서 그 책을 다시 읽게 되면 ...

읽을 때의 내 환경이나 심정에 따라 같은 도서여도

다르게 느껴지는 게 참 좋다

이 책은 없이 시작했지만 행복했던 나의 신혼시절도 생각나게 하고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도 생각나게 해서 울컥하고

울어버리게 만들기도 하고

나도 사소한 걸 자세히 관찰하는 편인데

저자도 아주 사소한 것도 자세히 보고 적고

삶의 목격자가 된다는 표현이 참

많이 와닿았다

어르신들이 하시는 사소한 행동 하나도 그냥 허투루 보고

넘기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왜 그렇게 하셨을지 가만히 관찰하며 이유를 찾는 사람도 있다

나도 아니 왜? 저 장소에 저런 것이 있지? 하고

생각할 때도 있고 기이한 곳에 속눈썹이

떨어져 있으면 놀라기도 한다

저자도 나와 같은 관찰을 하고 메모하고

글감으로 또 사용하고 하는 것이

같지만 글 쓰는 분이어서인지 구체적이고

자세하고 읽으면서 이해도 잘 되는 것이

역시 다르구나 하면서 읽었다

부모님이 작은 우리 집에 주무실 공간이 없어

주무시고 가라는 말씀을 못 드려 넓은

집으로 이사한 뒤 기쁜 마음으로 부모님이 주무실

손님용 이불을 준비하고 하는 모습이 미소 짓게 된다

나도 신혼 때 언덕 위에 못 사는 집에 와보시고는

돌아가시는 부모님의 뒷모습에

눈물을 글썽였었는데.....

친정 아빠는 지금도 우리 집 거실이 친정집의 방 한 칸과

크기가 같다고

답답하시다고 안 주무시고 가신다

서울행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 안에서 목격한 흰 봉투 하나로 실랑이를 벌이며

받는다 안 받는다 하다가 받은 편지봉투 안에는

현금이 아닌 편지가 들었던 걸 보고 다들 웃음을 참았다는

이야기 이런 사소한 재미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기억으로 가지고만 있는 것보다 책에서 만나니

재미있게 읽게 되는 것 같다

왜 나는 수다 떨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고 독서하면서 공감하고 울고 웃고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남들이 들으면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책이든 영화든 아주 작은 디테일들은 놓치고 싶지 않아서

어떤 장면이 좋으면 더 자세히 그 부분을 설명해 줬으면 한다는

마음으로 저자도 저자가 목격한 것들을 어딘가에

적어둔다고 한다

나도 메모해놓고 잊어버리지 않고 글로 정리해 보고 싶어졌다

회사를 그만두고 에스테틱보다 더 좋은 퇴사테틱을

만끽하는 부분도 공감이 많이 되었는데

오후 4시가 되었는데도 하루가 많이 남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여백 있는 일상이 가능해진 것이 좋다고 한다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먹고 싶은 밥을 먹고....

작년에 입시를 치른 아이들 위해 매일 학원에 학교에

픽업해 주고 기다리고 긴장하고 나름 나도 너무 힘들었었는데

입시를 끝내고 나니 나에게도 여백이 생겨

여유로운 하루하루가 너무 기분이 좋고

어색하다

퇴사한 기분이랄까?

반딧불 이야기나 공짜로 가져가는 귤에 관한 이야기

멍 때리는 것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오늘이란 계절 속에 있는 것들

하루하루 일상의 기억들

하루씩만 잘 살아보는 연습

코로나를 겪으면서 아주 사소한 것에 절박함을

간절함을 느끼는 하루하루

여기 정말 좋다 그 말이 좋다는

선을 넘는 건 무엇인지 옆 테이블의 맛 좀 보라고 건넨

생일 케이크나 수박 등에 뭔가가 딸려온 것 같은 느낌

밥 먹고 올 동안 가게 좀 봐주세요 그 말 하나에

그 공간에 받아들여져서 내가 주인이 된듯한 느낌

등등....

하루하루 겪은 일들을 사소한 것처럼 툭 하고 뱉어낸 듯

길게 설명하고 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그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풋풋함

무거운 이야기도

행복한 기억으로 만들 것만 같은 그런 도서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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