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릴 때 병치레가 잦아서
큰 종합병원에 입원하고 치료할 때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병원에서 한 달에 한 번 영화를 강당에서 틀어주시는데
영화관 갈 정신적 여유가 없던(아이가 너무 자주 아파서... ㅜㅜ) 때였는데
마침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상영해주었다
보면서 너무 가슴아픈 마지막 장면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그녀의 첫 작품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떠올리게 하는
마음에 심는 꽃이라는 작품이 나왔다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약간 선머슴처럼 활발한 성격의 수현이
수현이가 학교에서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세상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머리도 짧고 활발한 성격의 친구 같아 씩씩해 보입니다.
학교에 손님이 찾아오시는데 승용차를 타고 양복을 입고 오신 남자 손님을
선생님이 알려주신 대로 안내하고 기다리시라는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전학 온 같은 반 남자아이의 아버지였다는 사실은 나~ 중에 알게 됩니다.

수현이의 삼촌이 빈집인 인동 집에 꽃밭을 꾸미자고 제안해서
친구와 나눠 심고 그 꽃들이 자라서 이쁘게 폈을 때쯤
서울에서 내려와 살게 된 사람들이 이사를 오게 됩니다
인동 집 딸이 가꾸던 꽃밭을 늘려 가꾸고 여러 꽃들의
씨앗을 심는 장면에서 우리도 어린 시절
정원에 채송화 꽃씨를 심으면서 과연 어떤 색의 꽃들이
필지 궁금해하며 기다렸던 장면이 회상되었습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삽을 쥐고 꽃씨를 심고 잘 자라라
하고 물도 주고 했던 순순했던 어린 시절
지금은 너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린
도시 아이들
아파트에 사니 그런 소소한 재미는 꿈도 꿀 수 없게 되었답니다.
기껏해야 친구들이랑 풀 나무 열매 등등을 따서 빻으며
소꿉놀이하는 것이 다인 것 같아요


인동 집 대문이 닫히고 더 이상은 그 집에 들어가기가
불편해진 수현이
서울서 전학 온 친구는 병원비로 많이 써서 서울서 내려왔다고 하더라고요
학교 선생님이 전해주라는 책과 편지
가져다주다가 친구의 비밀을 보고 맙니다.
그 아이의 일기장 사이에 꽃을 말려 넣어있는
그리고 일기 내용들....
얼마나 많은 책 사이에 꽃을 따서 말리곤 했었는지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 구절들이 참 많아서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 책이었어요
꽃물이 책에 배어버려 아끼는 책에는 누를 수 없어
저도 그냥 저의 일기장 사이에 끼워 말리곤 했었는데
주인공도 일기장 갈피에 넣어 말려 그것이 창피하다고
절대 학교에 말하지 않기로 약속하면서 어색함이 풀립니다
아마 남자친구인데 꽃을 말린다는 것이 창피했나 봅니다
서울로 공장에 일하러 간 삼촌이 인동 집 아가씨와 같이 내려오고
민우는 선물로 뭘 받고 싶냐고
정원을 잘 가꿔 놓으면 선물을 주겠다던 삼촌의 말을 들려주었던 수현이
수현인 예쁜 옷이랑 머리띠랑 동화책이라고 하니
민우가 자기는 "나라면 꽃밭을 가질 거야"라고 하네요
읽으면서 많은 여운도 남기고 어린 시절의 순순했던 모습도 생각나면서,
아이와 같이 읽으면서 엄마 어릴 땐 이랬었어 하고 이야기 나누기에도
좋은 책인 것 같아요

꽃을 좋아하는 우리 친정엄마에게
아프셔서 바깥 외출이 어려우신데 꽃 사진을 찍어 보내드렸더니
인동초네 하고 바로 아시더라고요
정서적으로 풍부한 사람이 좋은 계절 가을이네요
강아지도 꽃 냄새를 맡으며 같이 산책하는 가을
좋은 책 한 권 추천드리고 싶어서 서평 작성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