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정아은 지음 / 마름모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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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글쓰기는 혁명이다!!

저는 글을..
그냥 막 쓰는 편입니다.

바꿔 말하면..
편하게 쓰는 편입니다.

글을 편하게 쓰게 된 것은..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저도 모르게 바뀌어서...
'언젠가부터'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글을 편하게 못 썼던
그 무렵이 문득 떠오른 것 같습니다.

그 무렵은..
21년 5월 1일 무렵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매일 글을 써서 업로드를
하진 못하더라도.... 되도록 뭔가를
매일 쓰고 싶은 욕구가 클 때였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네이버 블로그에서
'매일매일 챌린지' 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미션에 성공할 경우 얻게 될 보상도
무척 컸던 것으로 얼핏 기억합니다.

농부근성이 있는 저는..
할 수 있으리란 자신감으로
길든 짧든 매일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3일 만에였나...
보상을 너무 크게 걸어서 그랬나?
뭐 때문이었는지는 불분명한데..
아무튼 '이벤트 종료'를 선언합니다.

그래도 저는 시작한 김에 계속
이어 나갔습니다. '나와의 약속'
이라는 생각으로요...

그 무렵에 쓰던 제 모습을
떠올리면 흰 모니터 화면에서 커서가
계속 깜빡거리고 있었던 걸 기억합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주제를 미리 생각하지
못했던 때만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무렵 강연을 많이 듣고,
책도 조금씩 읽기 시작했던 시기여서..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자주'
써야한다는 말에 꽂혀가지고...
그래도 계속 썼던 것 같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때라..)

....

그러던 그 무렵, 마왕 신해철님의
마지막 강연, <리부트>라는 제목의
강연을 찾아서 듣게 되었습니다.
(유튭에서 쉽게 찾아 들을 수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신해철' 검색하시면..
제가 요약해서 정리한 내용도 찾아서
보실 수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이 말 덕분에 저는 굉장한....
'인생의 진리' 하나를 깨닫습니다.

종종 인용하기도 하는 말인데..
이 말이 저는 그렇게나 '슈퍼 파워'를
담고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똥싼다."

이 말에 저는...
엄청난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위로를 얻었습니다.

다 똥 싸는 걸
몰랐기에 그런 게 아니고..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거잖아요.

요즘에는 이런 감정을..
주로 곤충을 포함한 동물들의
행동에서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동물이구나"
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강연이 시간 조절을 잘못한 탓에,
갑작스레 종료된 감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 강연에서 마왕 신해철님이

과정들은 생략하고..
결론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두 가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첫 번째,
"무의미한 스펙쌓기 하지 마세요."

외적 동기에 의해, 그러니까 더
정확히는 사회적 압력에 의해서..
자신을 맞추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내 인생 전체에 있어서...
"뭣이 더 중헌지"를 찾아보라는 거죠.

두 번째,
"인생은 '보너스 게임'이라고 생각하세요."
인생은 마치, 산책 나온 것과 닮아 있다고..
보통은 산책 나가서 죽도록 뛰지 않잖아요.

보너스 게임도 비슷한 성격인데..
끝판을 깨고 스코어가 없는 상태로
편하게 즐기는 상태를 뜻한다는데..

저는 옛날 게임에서도 실력 탓에
끝판을 잘 못깨봐서 딱히 동감은
안되더라고요.
(동감은.. 못하지만 뭔지는 왠지
알 것 같은 비유였습니다. ㅎㅎ)

그러고 보니 그때부터
자기계발서도 구매해서 읽고..
(그 전에 눈여겨 봐왔던 작가의 책
혹은 읽고 싶었던 책들 위주로..)

그것을 계기로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한
지금의 블로그를 포함하여,
북스타그램 계정도 새롭게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딱히 수익적인 성과는 없지만..
(오히려 한 번씩 광고로 돈을
지출하지만.ㅋㅋㅋㅋㅋㅋ)

그 과정들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다는 생각을 한 번씩
하게 됩니다.

돌아보면 우연들의 연속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다양하게
연결이 되어 있음을 뒤늦게 느낍니다.
(잡스가 .. 말은 정말 잘했..... ㅎㅎ;;)

이렇게 한 번씩 부분적인 삶 전체를
(글쓰기에 한정되지만..) 되돌아보게
하는 과정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덧붙임 글에서 이어집니다.)
과거를 과하게 신경 쓴다고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그것에 영향을 받아, 현재를 더
잘 살아갈 수 있게 해주니까요.

어쩌면 고전들의 가장 큰 역할중
하나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얼마 전 하늘의 별이 되신..
정아은 작가님을 추모하며...

일단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나중에 시간 내서..
또 다뤄보겠습니다.

제가 읽어본 글쓰기 책들
중에... 가장 좋았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작가님과의 작은 추억이라도
쌓을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습니다.

그래도 그녀의 의지는 남아,
혁명을 이룰거라고 믿습니다.
(갑자기????)

이쯤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작가가되었습니다
#정아은 지음

#글쓰기는혁명이다!!

#글쓰기대혁명을꿈꾸며..
#북스타그램 #바닿늘

#로로노트
#마름모출판사

@로로노트님의 서평단 모집으로
@마름모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서, 주관적인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아래에서부터는 해당 책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요약, 수정 하였음을
참조 바랍니다.



"잘 쓰지 않겠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은 과한 욕심을 낳는다.
어떤 욕심인가? 여러 번의 퇴고 이후에야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을 처음부터 통째로 거머쥐겠다
는 불가능한 욕심이다. 세상에 단번에 완성도
높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오죽하면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는 말이 있겠는가. 초고
는 가건물이다. 세워놓은 뒤 이리 저리 살피다
가, 결국 무너뜨리고 새로 짓기 위해 건설하는,
일종의 제물 혹은 희생양 같은 글더미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은 일시적으로 존재하다
사라질 어설픈 가건물을 건너뛰고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의 건물을 만들겠다는 불가능한
소망이다. 그러니 진정으로 글을 쓰고 싶다면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잘 쓰지 않겠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끝까지 쓰겠다.

어쩌면 글쓰기란, 잘 쓰고 싶다는 마음과의
싸움이 그 시작이요, 끝인 장르일지도 모른다.
10년 넘게 글쓰기를 업으로 살아왔지만 나는
지금도 이 마음과 싸운다. 그 모든 준비운동과
마음의 각오를 끝내고 마침내 노트북 앞에 앉
아 자판에 손을 올려놓는 순간이 다가오면 이
마음이 솟아오르는 것이다. 잘 쓰고 싶다! 잘
쓸 수 있을까? 아직 준비가 안 된 건 아닐까?
이렇게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쓴 글은 결국 버
리게 되지 않을까? 단번에 써내고 싶은 마음,
즉 한 번의 글쓰기로 모든 걸 해치우고 싶은
조급함이 '쓰기 싫은 마음'(매번 이런 마음이
든다)과 합쳐져 거대한 합창을 해낸다. 나는
천근의 무게를 지닌 손을 가까스로 들어올려
자판에 올려놓으며 부르짖는다.

잘 쓰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잘 쓰겠는가? 나
는 '그냥' 쓸 것이다. 지금 쓰는 것이 쓰레기라
는 거 안다. 나는 절대 잘 쓰지 않겠다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이렇게 다짐한다.

나는 그저 많이 쓰겠다.

바로 이 말이다. 많이 쓰겠다는 이 말이, 1부에
서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다. 1부의 내용, 아
니 이 책을 이루는 네 개의 부를 다 합쳐 단 하
나의 생각으로 응고시킨다면 이런 문장이 된다.

글쓰기는 양이다!


정답이 있으리라는 믿음
잘 쓰고 싶다는 마음과 긴밀하게 엮이어 있는
믿음이 있다. 정답이 있을거란 믿음이다. 쓰고
자 하는 주제에 대해 잘 다듬어지고 완성된 '딱
맞는' 글이 있을거란 믿음. 그런 글이 있을텐데
지금 나는 정답과 거리가 먼 엉뚱한 답을 써내
려가고 있는 것 같다는 불안함과 조급함. 강력
하고 질긴 이 믿음에, 수십 년 동안 글을 쓴 글
쟁이도 발목을 잡힌다. 쓰는 내내 이 믿음이 따
라와 속삭이는 것이다. 지금 쓴 문장, 별로 같지
않아? 완전히 엉뚱한 답안을 써내고 있는 거 아
니야? 지금 쓰고 있는 문장 중 어느 것 하나도
건지지 못할걸? 넌 지금 완전히 시간 낭비를
하고 있어!(중략)

글쓰기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글 쓰는 주체
의 개인적 특성을 잘 드러냈느냐가 관건일 뿐,
정답 같은 건 꿈에서조차 있을 수 없는 것이 글
쓰기라는 장르의 본질이다. 인문학 강연도 마찬
가지다. 인문학은 '사람'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파고들어도 파고들어도 파악되지 않는 사람이
라는 피조물의 마음을 파헤치는 데 정답이 있
다면, 그것은 단 한 순간도 '인문학'이라 불려
선 안 될 것이다. 요컨대 글쓰기와 인문학은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문화유산 가운데 '정답'
과 가장 거리가 먼 장르인 것이다.(중략)

이렇듯 글쓰기란 본질적으로 힘든 작업인데 거
기에다 한국인은 사지선다형 교육과 몰아치는
근대화 과정에서 체화한 '성과 중심주의'까지
갖고 있다. 잘 쓴 글(=눈에 띄는 성과)을 뽑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가득 휩싸인 채 글쓰
기장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아마 세계에서
글쓰기를 가장 어렵게 느낄 국민 뽑기 대회를
하면 한국인이 단연코 금메달을 거머쥘 것이다.
왜 자꾸 잘 쓰겠다는 마음을 품게 되는지 이렇
게 길게 설명한 것은, 그 마음을 만들어내는 것
이 무엇인지를 분해해 보여줌으로써 그 요인을
하나하나 격파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이런 마음을 품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극복하고 쓰고 또 쓴 사람은 글
쓰기가 주는 효용의 바다에 들어갈 수 있다.
이 바다에 깊이 들어갈수록, 단번에 잘 쓰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냈던 요인을 하나하나
뜯어보게 된다. 제 내면을 이루는 거대하고
강력한 습속(*습관이 된 풍속)의 대들보들
을 인식하고, 만져보고, 종내에는 뽑아낼 수
있다. 그 자리에 다른 대들보를 심어 넣을 수
있다. 일단 써야 그다음 단계로 건너가게 된
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 번의 시도로 단번에
완성본을 거머쥐겠다는 성급한 마음을 이겨

내게 될 것이다. 성급하게 결과물을 손에 쥐려
는 마음이 생활의 전반에 스며들어 자신을 불
안하고 조급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글쓰기는 혁명이다. 서서
히 진행되는 혁명. 내 내면의 지층을 이루는
요소들을 들여다보고 조금씩 바꾸어나가는,
끝내는 지층 위에 세워진 구조물 전체의 성격
을 바꾸어 나가는 혁명.


2025. 1. 18. 작성 글.

#협찬 솔직함과 디테일..

저는 평소에 솔직함과
디테일을 추구합니다.

솔직함은 자신 있지만..(??)
디테일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직 뭐든, 알아가는 단계라.. ^^;;)

얼마 전에..
카톡 오픈채팅방에서 글쓰기방
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즐거운 추억입니다. ^^)

그때 여러 글쓰기에 대한
기초를 배울 수 있었는데요.

이 책의 에세이 파트를 읽으며..
그때 생각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글쓰기를 장려하는 작가님들의
근거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저는 기본적으로 여러 에세이들이..
이런 '장려'의 성격을 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바닿늘글쓰기 를 따로 모으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뭐랄까..
종교를 전도하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종교가 없는
무신론자 입니다만..

종교인에게 감정 이입을
해서 생각을 해본다면..
얼추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서로 각자가 좋다고 믿는 세계로
끌어오기 위한 노력 측면에서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로
엄청 유명하신 유홍준 교수님은..

실제로 전도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시더라고요.
문화유산을 전도한다는 식으로요.

이 또한 마찬가지겠죠.

친애하는 한 인친님이..
제가 '좋은 한국 작가'를 많이
안다고 말해준 적이 있습니다.

정말 반가운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한국에는 정말 좋은 작가가..
많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특히 제가 좋아하는 류의
작가분들은 대체적으로..

솔직하고 구체적인 글을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정아은 작가님의 글처럼요.

많은 경우 이 책을 읽고..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습니다.

제가 그랬듯.. ^^

덧붙임 글은 이쯤에서
적당히 줄이겠습니다.

#이렇게작가가되었습니다
#정아은 지음

#솔직함과디테일
#장강명 과 #김현진
#소설가라는이상한직업
#뜨겁게안녕

#엄마의독서

@로로노트 님의
서평단 모집으로..

@마름모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비슷한 주제의 글은..

#바닿늘글쓰기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서, 주관적인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아래에서부터는 해당 책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요약, 수정 하였음을
참조 바랍니다.



장강명과 김현진의 경우(에세이)
소설가 장강명은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유유히, 2023)에서 자신의 일상을 이렇게
그린다.

전업작가 생활 22개월여 만에 청소가 거의 운
전이나 산책처럼 편한 경지에 이르렀다. 팔다
리가 자동적으로 걸레질을 할 때 머리로는 다
른 생각을 한다. 보통은 휴대전화기를 와인 잔
에 넣어서 들고 다니며 영어 회화 교재를 들으
며 청소를 한다. 가끔은 음악을 들으며 할 때도
있다.

장강명은 전업작가가 된 뒤 청소 실력이 늘었
다. 배우자가 "당신이 도우미 아주머니들보다
청소를 더 잘한다는 사실이 안 믿긴다"고 말할
정도로 발군의 경지에 이르렀다.
장강명은 그런 경지에 이르게 된 과정을 꼼꼼
하게 설명한 뒤 이렇게 덧붙인다.

내게는 특히 청소야말로 매우 폭력적인 작업으
로 느껴지며, 이 일을 하면 할수록 나의 남성성
이 강화되는 것 같다. 청소는 예술보다는 공학
에, 이해나 교감보다는 정복과 통치에 가깝다.

청소가 여성성보다 남성성을 띤 작업이라고 설
파하며 일상의 가사노동에 정교하게 의미를 부
여하는 이 에세이는 현대 사회에서 어떤 에세이
가 사랑받는지를 보여주는 전범과도 같다. 시대
정신을 반영했다고도볼 수 있는 이 에세이에는
1) 전통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의 붕괴 현상과
2)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채우는 작은 행위에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이 깔끔하고 유머러스하
게 담겨 있다.

힘겨운 일상과 가난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생
생한 에세이도 있다.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김현진은 살면서 몸 담았던 장소와 그곳에서
있었던 사람과의 마주침을 이렇게 그려낸다.

이 조그마한 중국 음식점의 문을 열고 들어간
약 30분 후, 나는 아주머니에게 옆 테이블에서
남기고 간 꿔바로우를 내가 먹어도 되냐고 구걸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남이 남기고 간 것
도 주워 먹으면서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맛있다
맛있다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요, 를 연발하며
옆 테이블에서 남긴 음식을 주워 먹었다. 아주
머니가 이것도 조금 먹어볼테냐며 내오는 음식
도 뭐든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며 다른 곳의 절
반 가격밖에 안 되는 공부가주를 벌컥벌컥 마
셔댔다. (《뜨겁게 안녕》, 다산책방,2011)

도처에 색색의 음식이 쌓여 있는 시대다. 음식
점과 카페에 가면 누군가 남긴 음식이 식기 반
납대에 남아 있는 모양을 보게 된다. 한입거리
가 남겨진 접시도 있고, 절반 이상이 잔반으로
남은 접시도 있다. 종종 거의 손대지 않은 채
음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접시도 보인다.
《뜨겁게 안녕》에서 김현진이 "비계고 기름기고
뭐고 죄다 주워 먹게 되는 중국 식당"인 미미식
당에서 옆 테이블에서 남기고 간 꿔바로우를 먹
는 장면을 보며 나는 그동안 스쳐갔던 수많은
'남은 음식'들을 생각했다. 그런 음식들을 볼
때면 가져다가 내가 먹거나 포장해 가고 싶었
더랬다. 혼밥을 할 때는 그런 유혹이 더 크게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없어' 보일
것 같아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런 내 충동
을 발설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경악했다. "어우,
남이 먹던 게 먹고 싶니? 나는 굶어 죽더라도
그런 건 안 먹어."
누군가 먹다 남긴 음식을 가져다 먹는 것이
'아무도 하지 않는' 행위가 된 건 언제부터일
까? 텔레비전과 식당과 카페에서는 '남은 음
식'이 빨리 버려야 할 무엇이다. 하지만 텔레
비전과 식당과 카페가 아닌 곳에서, 우리 중
많은 이들은 배가 고프다. 의식주를 해결할
돈이 부족하다. 도처에 분명히 가난이 있는데,

가시적으로 가난은 없다. 그런 시대를 살면서
김현진 같은 에세이스트가 쓴 글을 읽는 것은
진한 쾌감을 안겨준다. 그가 방문했던 골짝
골짝의 허름한 음식점과 그곳에서 만난 음식,
그 음식을 만들어 내놓은 사람들 이야기를 읽
으면서, 우리가 통신과 매체와 상술에 휩싸여
차마 내놓지 못했던 인간으로서의 근원적 감정
과 욕망을 들여다보게 된다. '원래 있었던 것을
있었다 말하고, 인간의 허기진 육신과 영혼에
단비처럼 '사랑'을 내려주는 존재로서의 타인
을 귀하게 대면하게 된다.

에세이라는 장르에는 탄력성과 융통성, 무제한
의 소재를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첫 에
세이 《엄마의 독서》를 내면서, 나는 쓰는 사람
의 입장에서 그런 에세이의 특성을 진하게 실감
했다. 《엄마의 독서》 3교 작업을 할 때였다. 곧
책이 나온다고 생각하니 이런저런 부분이 마음
에 걸렸다. 그중 가장 마음에 걸린 건 저녁을 차
리면서 술을 한 잔씩 마셨다고 쓴 부분이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큰아이와 이제 걸음마를 떼고
왕성한 호기심으로 온 집 안을 헤집고 다니는
작은아이 둘을 허덕이며 건사하고 어깨가 축
처질 즈음이면 황혼이 왔고 황혼이 왔다는 건

이제 그날의 가장 크고 무거운 과제인 '저녁밥
차리기'에 돌입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아침과
점심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대충 차려주고
지나갈 수 있어도 저녁은 반드시 제대로 영양
가가 들어간 밥상을 차려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저녁 할 시간이 돌아오
는 건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였다.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과를 보낸 뒤 저녁을 하려다 말고
부엌에 서서 냉장고에 남아 있던 매취순을 컵
에 따라 마신 게 발단이었다. 빈속에 달큰하고
새콤한 술이 들어가자 싸하게 위장이 불타올랐
다. 술기운이 저릿하게 몸으로 퍼져나가자 저녁
을 짓는 일이 갑자기 별거 아닌 일처럼 느껴졌다.

저녁을 차릴 때마다 잘 차려내야 한다는 생각으
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한 잔씩 홀짝거린 술을
통해 그런 중압감을 약화시키고 저녁 차리기 의
무를 해낼 수 있었다는 요지의 내용이었다. 그
정도는 써도 괜찮을 줄 알았다. 출간이 코앞으
로 다가오자, 갑자기 '술'이라는 글자가 커다랗
게 부각되었다. 저녁을 차리면서 술을 마셨다고
쓰는 게 괜찮을까? '엄마'라는 사람이?
망설이다가, 그대로 두는 편을 택했다. 어떤
반응을 받을지 알 수 없어 불안감에 시달리는
책 출간 후 초기 몇 주 동안, 술 언급 부분은 항
상 마음에 걸려 있었다.

몇 달 뒤 있었던 《엄마의 독서》 출간 행사와 강
연에서, 놀랍게도 '술 마셨다'는 부분이 좋았다
는 피드백을 들었다. 참가자들은 '나도 저녁 차
릴 때마다 한 잔씩 마셨는데 작가님도 그랬다니
깜짝 놀랐고,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알고 보니
저녁상을 차리면서 한 잔씩 마시는 주부들이 상
당히 많았다. 인터넷 서점에 올라오는 서평이나
한 줄 평에도 그런 반응이 가끔 올라왔다. 저녁
차리면서 한 잔씩 마시는 거 진짜 실감 났다고.
자기가 쓴 글인 줄 알았다고.(중략)
이 글을 쓰는 지금, 아이들의 밥상을 차려야 하
는 이들에게 '저녁 차리기의 중압감은 술 한잔
이면 말끔하게 해결된답니다. 그러니 한 잔씩

드시면서 저녁상 준비하세요'라고 권장할 마음
은 추호도 없다. 술에 기대지 않고 다른 방법으
로 해결하는 편이 백배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로 사는 것이 버거웠던
그 시기, 나는 더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중독성 물질에 기대는 못난 선택을 했다. 창피
하지만 사실이었고, 에세이에 그 시절 일을 그
대로 드러냈다.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
다. 독자들이 공감한 것은 그런 나의 '못남'이
었다. 어리석은 줄 알면서도 빠져들고, 그렇게
빠져든 일정 분량의 일탈을 통해 사회가 얹어
준 무거운 임무를 어물어물하게나마 해냈던 나
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었다.(중략)

이제 영웅담이나 호기, 객기는 '센 척', '허세',
'일부러 만들어낸 판타지'로 보이는 시대에 접
어들었다. 우리 시대에 진정으로 '있어 보이는'
서사는 '없는 것을 없다고 담백하게 드러내는'
서사이다. 인간의 못남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서사, 가까이 있는 사람, 밥 한 공기, 청소하는
행위, 빨래하는 행위에 정성을 들이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서사이다. 인간이 가진
한계와 애정에 대한 끝없는 갈구를 인정하고
담담하게 조명하는 서사이다. 조국을 위해 목
숨을 바치고 대의를 위해 가족을 버리는 모습
은 이제 판타지나 풍자의 대상일 뿐이다.

조국, 대의라는 개념 자체에 의문을 품기 시작
한 시대를 맞아, 진정으로 소중한 것에 대한 기
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런 시대에 에세이
를 쓰는 이들이 중요한 무기로 사용해야 할 개
념을 꼽으라면 나는 두 가지, '솔직함'과 '디테
일'을 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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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펀트 헤드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악마가 쓴 소설..

이 책 띠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악마가 소설을 쓴다면
분명 이러할 것이다."

솔직히 읽기 전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에이.. 오바가 심하시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악마가 쓴 소설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이 책은 사실 어떤 내용을
적어도 스포가 될 거라는
말들을 많이 하시던데..

저는....

"그 스포도 능력이 있는 사람이나
이해시킬 수 있도록 할텐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솔직히 어려웠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더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 여부와 상관 없이..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되는대로 마구마구
스포를 해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참았습니다.

그런데도 발췌한 내용의 수위가..
굉장이 높다는 것을 읽어보시면
분명 아실 수 있을겁니다.
(이마저도 제가 조절한겁니다..)

참고로 해당 발췌 내용은..
아직 초반 부분에 해당됩니다.

사이코패스 정신과 의사,
유전자와 환경이 사람을
완전한 사이코패스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무서운데..
그 뒤로 펼쳐지는 상황은....

'대혼돈의 멀티버스' 라고만..
압축 설명하겠습니다.ㅎㅎㅎㅎ

#엘리펀트헤드
#시라이도모유키
#시라이도모유키장편소설
#구수영옮김

#미스터리소설
이런 세상도 있구나.....
#북스타그램 #바닿늘

비슷한 주제의 글은..

#바닿늘소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서, 주관적인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아래에서부터는 해당 책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요약, 수정 하였음을
참조 바랍니다.



(경고: 잔인한 묘사가 많이 나옵니다.)
최근 반년 사이의 아버지의 행동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왜 '백번 죽은 남자'를 그만둔 걸까.
(*아버지는 유명한 마술사였으며, 퇴직 후 불사
관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계획이었습니다.
사고로 크게 다치기 전까지는..) 왜 불사관으로
이사했는데 마술쇼를 열지 않을까. 왜 술을 마시
는 모습을 봤을 뿐인데 지하실에 가두는 걸까.
하지만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어머니
를 죽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아버지는 틈만
나면 어머니를 때리고 발로 차고 머리카락을 움
켜쥐고 욕을 퍼부었다. 상당히 화가 나는 일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벌레처럼 죽여버리
면 그뿐인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을까. 어머니에
게 약점이라도 잡힌 걸까. 기사야마는 원래의 아
버지로 돌아오기를 바랐다. 텅 빈 지갑에서 백 엔
동전을 꺼내거나, 깨진 그릇을 고치거나, 도화지
에 그린 장수풍뎅이를 꺼내준 그 다정다감한 아
버지로. 그래서 기사야마는 한 가지 계획을 세웠
다. 어머니를 죽이기로 한 것이다. 불사관을 나오
면 바로 오른쪽 수풀에 '추락 주의'라고 적힌 표지
판이 있다. 별장을 막 지었을 무렵 아버지가 세운
것이다. 이 표지판 옆으로 너도밤나무 숲을 15미
터 정도 지나가면 '이누지니채'라는 이름의 절벽
이 있었다.

'개가 죽는 곳'이라는 이름대로 절벽 아래로는
야생동물이 자주 떨어졌다. 너구리나 살쾡이,
어미 산토끼와 새끼가 함께 죽은 것도 본 적이
있었다. 야생동물은 보통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절벽 위는 경사가 심하고
발 밑이 고르지 않은 데다가 키가 큰 풀이 우거
져 있어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밤이 되면 너도밤나무 가지에 가려 달빛이 닿지
않는다는 점에서 산에 익숙한 야생동물도 실수
로 발을 헛디디게 되는 것이다. 20미터 아래의
암반에 부딪힌 산토끼의 머리는 달갈처럼 터져
있었고, 짙은 색 피가 사방에 흩뿌려져 있었다.

기사야마는 산에 이상한 게 있다며 어머니를 데리
고 나가 '추락 주의' 표지판을 지나 너도밤나무 숲
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산토끼만큼 멍청하지는
않은 듯 실수로 발을 헛디디지는 않았지만, 절벽
바로 옆에서 무릎을 걷어차자 "어?" 하고 웃으며
아래로 떨어졌다. 팔다리가 뒤틀린 시체는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웠다. 눈엣가시 같
은 어머니가 사라지면 분명 그 무렵의 자상한 아
버지가 돌아올 것이다. 그렇게 믿었는데…….
"용서해줘. 너를 괴롭힐 생각은 아니었어."
어머니의 시체를 내려다본 아버지는 어째선지
눈을 빨닿게 물들인 채 입술을 떨고 있었다.
"지하실에 가둔 건 지나쳤어.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어."

아버지는 손을 짚고 일어서더니 절벽 가장자리에
서 떨어지려 했다. 하지만 사고 이후, 평평한 땅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아버지가 지면이 고르지 않은
경사면을 오를 수 있을 리 없다. 곧장 발을 헛디뎌
절벽으로 떨어졌다. 목을 빼고 절벽 아래를 바라
보자 아버지와 어머니가 즐거운 듯 탱고를 추고
있었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나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뭐가 잘못된 걸까. 기사야마는 그로부터 한 달
가량 절벽 아래의 시체를 계속해서 관찰했다.
시반이 떠오르고 육체가 썩고 까마귀가 살점을
쪼아델 즈음 기사야마는 마침내 답을 찾았다.
나는 너무 늦은 것이다.

한번 망가진 것은 제아무리 애를 써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깨진 그릇이 금간 곳 없이 원래
대로 돌아오는 일은 없으며, 그것은 가족 또한 마
찬가지다. 그렇기에 소중한 것을 지키려면 그것이
망가지기 전에 균열을 막는 수밖에 없다. 기사야
마는 부모의 죽음을 통해 그것을 배웠다.
p. 93~95


이쿠타 이쿠히코는 가가조 의과대학 부속병원 산
부인과에 근무하는 의사다. 증조부 대부터 의사
집안 출신으로, 분가한 쪽까지 포함하면 스물두
명이나 되는 친족이 가가조 의과대학 관련 병원
에서 일한다. 그는 자신이 태어났을 때 모친이
양수색전증으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초등학생
무렵부터 산부인과를 지망했다. 지금은 임상과
연구 양쪽 측면에서 가문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
은 실적을 쌓고 있다.
기사야마와는 무관한 이야기지만 명가의 자손에
게는 나름의 고충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쿠타를
몰아붙인 것은 친척의 높은 기대와 그에 응하지
못한 자에 대한 용서 없는 업신여김이었다.

만에 하나 잘못을 저지르면 곧장 비웃음거리가
된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의사인 이쿠타조차
그런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계속해서
우등생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을 견디지 못하게
된 걸까. 이쿠타는 서른을 넘겼을 무렵부터 불법
카지노에 빠졌다. 그 이후의 일은 순식간이었다.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수억의 빚을 진 이쿠타는
카지노에서 알게 된 중국인 '쓰샨'의 독촉을 받
아 불법행위에 손을 물들였다. 처음에는 발주서
를 바꿔치기해 여분의 진통제를 빼돌리는 수준
이었지만, 불법은 점차 심해졌다. 거부하면 그
동안의 불법행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했고,
1년 후에는 태아 판매를 강요하기에 이르렀다.

쓰샨이 고안한 방법은 치밀했다. 임신 30주 전
후의 임신부에게 인플루엔자나 B형 간염 바이러
스의 불활성화 백신이라고 속인 뒤 자궁수축제
를 투여해 아기를 조산시킨다. 구급 조치를 취하
는 척하며 아기를 격리하고 산소공급 장치가 달
린 방음 상자에 넣는다. 임신부에게는 아이를 구
하지 못했다고 거짓말하고, 장례 절차를 대행하
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방음 상자를
가지고 나와 쓰샨에게 넘기는 식이다. 5년 전 봄.
논문 초록을 정리한 후 심야에 병원을 나서던 기
사야마는 이쿠타와 마주쳤다. 주차장을 두리번
거리며 여행용 가방을 끌던 이쿠타는 대량의 식
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기사야마는 이쿠타를 추궁해 사정을 알아냈다.
이쿠타는 이때까지 일곱 명의 아기를 쓰샨에게
팔아넘긴 상태였다. 기사야마는 쓰샨을 사고로
위장해 죽이는 방법을 제안했고, 이쿠타는 그것
을 실행했다.
'선생님 덕에 겨우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
니다. 이쿠타는 눈물을 흘리며 기사야마에게 감
사를 표했지만 사실은 복종하는 상대가 바뀌었을
뿐이었다. p. 100~103


(*돈 없이 유흥 업소를 이용하고 먹튀를 하려다
걸려서 난감한 상황이던 앞니남은 우연히 앞에
나타난 남자 기사야마에게 무엇이든 시키는대로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돈을 지급받습니다.)
앞니남이 기사야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뭘 하면 되나요? 저, 키가 커서 천장 조명 같은
거 갈아 끼울 수 있어요. 그림 모델도 가능해요."
"저기에 갈 거야."
기사야마가 '콘셉트 호텔 가네샤'의 간판을 가리
키자, 앞니남은 "아아" 하고 긴장된 미소를 보였
다.(중략)

(*22년 전 봄. 기사야마가 인턴, 그의 아내 기키
가 무명 극단원이었을 무렵, 미팅에서 만난 그녀
를 어떻게든 안고 싶어진 기사야마가 호텔 가네
샤에 데려 간 적이 있습니다. 기사야마와 기키는
그곳에서 병원 콘셉트으로 꾸며진 방을 이용한
경험이 있습니다. 디테일은 생략합니다…….
다음 날, 원래 계획에 있던 말로만 듣던 딸의
남자친구가 집에 도착해서 기사야마는 마중을
나갑니다.)
정장남이 문 앞에서 깊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가, '가가미'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남자는 부자연스럽게 커다란 목소리로 말하더
니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기사야마는 죽을 때
까지 그 순간을 잊지 못하리라.
"어라?"
남자는 기사야마를 바라보더니 입을 멍하니
벌려 벌어진 앞니를 드러냈다.
"어제, 만 엔 주신 아저씨 아닌가요?"
빠른 말투로 말하다가 앗, 하고 얼굴을 굳혔다.
"무슨 말이야?"
(기사야마의 딸) 마후유가 아버지와 남자친구
사이에서 시선을 왕복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만에 하나 이런 일이 없도록 남자를 호텔로 데리
고 가기 전에 일부러 학생증을 확인했다. 이 남자
는 하루카와 히나타. 나고리 미술전문학교의 시각
디자인학과에 다니며 나고리 시에 거주하는 21세
였을 텐데.
"아, 저기에 있는 거, 혹시 어제의 대만 맥주
맞나요?"
남자는 현관에 몸을 집어넣고 거실을 들여다봤다.
"택배 아르바이트를 해서 패키지 같은 거 잘 기억
하거든요. 저 버즈의 비닐봉지, 가네샤 객실의 현
관에 놓여 있던 거 맞죠?"
피가 거꾸로 솟았다.

얼버무릴 생각이 없는 건가, 아니면 그저 멍청이
인가.
"… 가네샤라면, 그 병원 같은 방이 있던 호텔?"
기키도 그 단어를 기억했다. 둘이서 방문한 것은
22년 전이지만, 그 기억은 쉽게 잊을 리 없다.
(중략)
이 녀석은 진짜배기 쓰레기다. 돈도 없이 유흥업
소를 이용하고, 돈 때문에 남자에게 무엇이든 협
조(??)까지 했을 줄이야.
"무슨 말이야?" 마후유가 울 것 같은 얼굴로 중얼
거렸다.
"아빠랑 하루가 호텔에 간 거야?

맥없이 풀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무슨 일인지 설명해."
말이 나오지 않는 어머니를 보다 못한 (기사야마
의 다른 딸) 아야카가 차갑게 말했다. 작은 균열
조차 없던 완벽한 가족이 단번에 산산조각이 나
는 소리가 들렸다.
p. 116~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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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어느 물고기의 이야기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최재천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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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진짜 재밌습니다.

얼만큼 재밌냐면..

최재천 교수님께서 감수의 글에..
왜 그토록 오바를 섞어가며(???)
칭송을 했는지 이해가 될 정도였습니다.

"이 책은 그저 사람들이 즐겨 먹는 한 종의
물고기에 관한 책의 수준을 넘어선다."
(감수의 글에서 발췌)

자아..
이제 대구에게 빠져봅시다.

#대구 #마크쿨란스키지음
#박중서옮김 #최재천감수
#세계의역사를뒤바꾼어느물고기의이야기

#세계사 #교양서 #주제로보는역사
#대구역사 #최재천추천 #최태성추천


....

저는 명태와 악연이 있습니다.

제가 적은 글을 상대적으로 많이 본 분이라면 아실 수 있겠지만.. 제가 이것 저것 잡다한 경험이 무척 많거든요? 그 중 명태에 관한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경험은... 솔직히 유쾌한 것이 아닙니다. 확실히 하자면.. 불쾌한 것이 더 맞겠습니다. 하지만 ~!!?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냥 쓸모 없는 경험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적어보겠습니다. 일단 저는 명태가 대구의 일종인지도 이번 기회에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감수의 글이 명태로 시작하는 것을 의아해 했습니다만.. 물론 금방 그 의아함이 해소되었습니다.

명태와의 악연의 시작은, 대충 기억하기로.. 지금으로부터 10년이 약간 더 지난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가 어떤 시기냐면, 원래 전공을 살려서 (생명화학공학과) 일을 하고 싶었기에.. 이곳 저곳에 적응하려고 노력해봤지만,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는 중에~ 전공을 굳이 살릴 필요 없겠다는 결심으로 들어간 회사가.. 명태 전문 음식점을 메인으로 하고 있는 프렌차이즈 본사 였습니다.

당시에.. 파워셀러를 모집한다나? 면접 볼 당시에.. 조금 사기꾼 느낌이 난다고 생각은 했지만..;;; 물, 불 가릴 처지가 아니었던 저는 일단 집이 가까운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는 생각으로 입사를 결심했습니다.

(디테일은 생략하고) 일이 생각보다 무척 힘들었습니다. 육체적으로 했던 여러 일들 중 강도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2주 정도 하고 일을 그만뒀었나..?? 아무튼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일을 그만 둔 가장 큰 이유는.. 계속 하다간 몸이 상할 것 같아서 였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솔직히 뭔지 자세히 몰랐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여러 가스라이팅적인 요소가 많았습니다. 어떤 거였냐면.. 면접 당시에도, 조금만 노력하면 지금 확장되고 있는 프렌차이즈 점주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많이 이야기 했었고, 실제 저에게 직접적으로 일을 가르쳐주던 두 명의 경우도 그 믿음을 강하게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강도 높은 육체 노동을 인내하고 있었지요......

이제는 솔직히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나쁜 부분들이 더 마음 속에서 키워졌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때의 느낌은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때부터 프렌차이즈에 대한 반감이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커졌는지는 쓰지 않겠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프렌차이즈가 그런 것은 아닐겁니다. 좋은 프렌차이즈들도 당연히 존재할테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나쁜 사례를 기억해두는 것은 여러모로 삶에 유용한 것 같아서.. 오랜만에 기억을 꺼내서 두서 없지만 적어봤습니다.

사실 명태는 죄가 없죠. 그 명태를 나쁘게 이용한 세균맨 같은 사람들에게 죄가 있다면 있겠죠.(???)

그래서 제가 쓴 명태와의 악연은 사실.. 명태를 나쁘게 이용한 명태.. 이용자에게 있다는 것을 적고 있는 것 같은데.. 이놈의 의식의 흐름은 자꾸 누군가의 이름을 떠올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상..
리뷰를 빙자한 저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끝!!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서, 주관적인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아래에서부터는 해당 책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요약, 수정 하였음을
참조 바랍니다.



감수의 글
(우리에게 더 익숙한) 명태는 북태평양에 서식
하는 대구의 일종으로 서양에서는 폴락대구로
불린다. 대구는 무려 10개의 과에 걸친 200종
이상의 물고기를 통칭한다. 그중에서 이 책의
주인공인 북대서양에 서식하는 대구를 비롯하
여 커스크대구, 링대구, 헤이크대구, 화이팅대
구, 해덕대구, 그리고 폴락대구가 대표적이다.
(중략) 나는 책을 수십 권이나 쓴 작가지만,
이 책을 읽으며 한없는 부러움을 주체하기 어려
웠다. 이 책은 그저 사람들이 즐겨 먹는 한 종의
물고기에 관한 책의 수준을 넘어선다.

읽다 보면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설화는 물론,
노예제도와 전쟁을 비롯한 사회 변화와 자본주의
경제의 변천사까지 두루 섭렵하게 된다. 책은 모
름지기 이래야 한다는 전범을 보여 준다. 그 옛날
보스턴에 유학하던 시절 관공서나 중요한 유적지
마다 왜 그렇게 물고기 문양 혹은 조각이 많있는
지 궁금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대구라는 물고기
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매사추세츠주의 생산품이
자 자랑거리였다는 사실을 배웠다. 문득 나는 명
태, 즉 폴락대구에 관한 책을 쓰고 싶어졌다.
지구 전역은 아니더라도 동북아 지역 국가들에는
의미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일본에서도 명태는 한
자를 그대로 쓰고 '민타이'로 읽는다.

일본인들도 많이 먹는 '명란것'은 '멘타이코'라
고 부른다. 중국 동북 지방에서는 조선족의 영향
이겠지만 밍타이위(명태어)라는 말도 사용되며
대만에서는 명태라는 단어를 그대로 쓴다. 심지
어 러시아 사람들도 명태를 '민타이'로 읽는데,
한국어가 중국 동북 지방을 거쳐 전해졌을 가능
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대구와 명태의 대서사를
적다 보면 자연스레 인류의 생태문화사를 기록
하게 된다. 바다가 비어가고 있다. 이제는 우리
가 지켜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식탁 위에 오
르는 생선이 예사로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_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1. 어느 물고기의 이야기

입을 크게 벌린 채로
'대구cod'라는 말의 기원은 알 수가 없다. 또한
성행위를 삼가야 하는 날에 신앙심 깊은 가톨릭
교도들이 먹는 식품으로 세상에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언어에서 소금에 절인 대구를
지칭하는 단어가 어째서 성적인 암시를 얻게 되
었는지도 불분명하다. 영어를 사용하는 서인도
제도에서는 소금에 절인 대구를 '소금 절임 생선'
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소금 절임 생선은 속어로
여성의 성기를 의미한다.(중략)

중세 영어에서 코드는 자루 또는 부대를 의미했
으며 여기서 미루어 음낭을 의미하기도 했다.
16세기에 남자들이 거대하고 장식적인 성기의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사타구니에 착용했던 희
한한 주머니를 '코드피스(샅주머니)'라고 부른
이유도 그래서이다. 새뮤얼 존슨이 1755년에
펴낸 사전에서는 코드를 가리켜 '씨앗이 보관
되는 온갖 용기 또는 꼬투리'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이 정의가 대구와 모종의 관계가 있을
까? 학자 대부분이 의구심을 품고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이 단어의 기원에 대한 다른 설명이 없
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이 물고기의 이름이 그

씨앗 꼬투리에서 따온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대구의 암컷은 수백만 개에 달하는 많은 알을
낳기 때문이다.
대구와 주머니 사이에는 다른 관계들도 있다.
퀘벡주 가스페 반도의 프랑스인들은 셰익스피어
가 태어나기 전(*1564년 이전)부터 대구를 낚아
왔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대구의 모든 부분을 여
전히 활용하고 있어서 그 껍질을 일종의 가죽처럼
가공하여 주머니를 만들기도 한다. 아이슬란드에
서도 이와 똑같이 한다. 어쩌면 이 물고기의 이름
은 물고기가 걸려드는 그물 뒷주머니에서 따온 것
일 수도 있다. 현대식 트롤선에서도 그물의 이 부
분은 여전히 '코드 엔드(끝주머니)'라고 불린다.

영국에서는 19세기부터 코드가 농담 또는 장난
을 의미했다. 이는 코드피스의 크기에 비해 실제
그 부분의 크기가 항상 더 작았다는 사실과 관계
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덴마크어에서 대구
를 가리키는 토르스크는 '바보'라는 구어적 의미
(*입과 입을 통해 전파된 의미)를 갖고 있다.
프랑스어에서 대구를 가리키는 모뤼는 대서양대
구를 가리키는 라틴어 학명 'Gadus morhua'
에서 두 번째 단어의 기원이기도 하다. 흥미롭게
도 19세기의 어느 때에 이르자 영국에서 코드는
'장난'이란 뜻이 되었고 프랑스에서 모뤼는 '매춘
부'를 가리키게 되었다. 하지만 권위 있는 프랑스
어 사전들을 뒤져도 이 사실에 관한 설명은 나와

있지 않다. 다만 파리에 있는 레알 시장의 노점상
들이 이런 의인화를 (특히 물고기를 이용해서)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뚜쟁이는
고등어에 비유되는데 이는 고등어가 기름진 포
식자 물고기이기 때문이다.
19세기에 들어서자 소금에 절인 대구는 고삐가
풀린 상업주의를 무엇보다도 잘 상징하는 것이
되었다. 즉, 모뤼는 상업에 의해 격하된 뭔가를
의미했다. "그래, 그래. 너한테서 소금기를 없애
주마. 대구야!" 에밀 졸라의 소설 《목로주점》에
나오는 대사다.(중략)

대구는 10개 과에 걸쳐 200개 이상의 종으로 분
류된다. 그 대부분은 북반구의 차가운 바닷물 속
에 살고 있다. 대구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발달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억 2000만 년 전에 테티스
해에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테티스해는 과거
지구에서 동서 방향으로 펼쳐지며 다른 모든 바
다와 연결되었던 열대 바디를 말하는데, 결국에
는 북쪽의 바다와도 합쳐져 대구는 북대서양에
사는 물고기가 되었다. 나중에 아시아와 북아메
리카를 잇는 육교가 끊어지자 대구는 북태평양
으로도 진출하게 되었다. (중략)

해덕대구는 대서양대구보다 더 작으며 등의 색깔
도 갈색과 호박색이 점점이 박혀 있는 대서양대구
와 달리 회흑색이다. 이놈은 양옆의 가슴지느러미
위에 검은 점이 하나씩 찍혀 있다. 줄무늬는 흰색
이 아니라 검은색이다. 뉴잉글랜드에서는 대서양
대구와 해덕대구의 차이에 대해 전통적으로 내려
오는 설명이 있다. 그 설명에서 대구는 때때로
'성스러운 대구'라고 불린다. 이런 이름이 붙은
까닭은 사실 이 물고기가 뉴잉글랜드인에게 워낙
귀한 돈을 벌어 주었기 때문이지만, 뉴잉글랜드의
민간 설화는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설화에 따르면 '오병이어의 기적' 당시 예수가
군중을 먹이기 위해 곱절로 늘렸던 생선이 바로
대구였다. 이에 사탄도 똑같은 기적을 행하려고
시도했지만 그의 손이 불타는 듯 뜨거웠기 때문
에 생선이 몸부림쳐 빠져나갔다. 이때 사탄의
엄지와 검지가 닿은 부분에 결정색 줄무늬가
생겼는데, 이것이 바로 해덕대구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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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윤성희 외 지음, 강미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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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다시 시작해보자..

최근..
'앤솔러지'라는 개념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친애하는 조영주 작가님의
책 선물 덕분에 '앤솔러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지요.

앤솔러지란 '작품 모음집' 이라고 볼 수 있는데, 찾아 보니까 같은 주제의 글들을 모아서 한 권의 작품집으로 발행한 것을 뜻하는 것 같더라고요. 앤솔로지 개념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알았지만... 알고 봤더니 저, 이미 앤솔러지를 여러 권 읽었더라고요????

그 중 첫 번째 앤솔러지가 돌베개 출판사에서 나온 <캐스팅:영화관 소설집> 이었습니다. 전에 제가 썼던 리뷰를 찾아 보니, 2022년 11월이었네요. 사실 그 이후로도 꾸준히 읽어왔습니다. 창비 서포터즈로 2년차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중간 중간 앤솔러지 작품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가 그것인데, 오늘 다루는 책도 그 중 한 권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책 뒷날개에 시리즈에 포함된 리스트가 나오는데요. 11개 작품 중 마지막 5권은 보유중입니다. 이것까지 포함하면 6권이 되는겁니다. 이것과 별개로 최근 읽었던 앤솔러지는 <십자가의 괴이>, <고딕X호러X제주> 가 있습니다.

굳이 앤솔러지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까지 길게 적은 이유는.. 장편 소설에 대한 부담이 있는 분들은 요런 앤솔러지 작품도 정말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알려드리려는 목적이었다고 생각해주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에 제가 처음 읽었던 앤솔러지 <캐스팅:영화관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앤솔러지에 대하여 써보고 싶었습니다.(첫 작품 <마법사들> 입니다.)

이제부터 오늘 소개드릴 책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이 책에는 7명의 작가가 쓴 7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 중 한 편은 매우 짧지만 강렬한 이야
기였는데, 아주 인상적인 SNS 글을 읽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백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 이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뭐랄까 평범
한듯 하면서도 희망적인 메시지가 압축적으로
들어가 있는 느낌의 글이었습니다. 과거, 첫 직장
에 출근하던 출근길이 떠올라서 미소가 지어지기
도 했습니다. 이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마음대로
해석해서 적어본다면, "비록 오늘 여러 나쁜 상황

이 있었더라도 내일은 괜찮을 수 있을거란 기대
와 희망이 있기에 우리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제나 희망은 있다." 라는 것을 설명하는 이야기
같았습니다. 나머지는 단편(?) 이라고 볼 수 있는
소설들이었는데, 두 편이 특히 더 기억에 남습니
다. 윤성희 - <마법사들>과 백수린 - <흑설탕 캔
디>가 그것입니다. 각각 고등학생 둘이 방황하며
어둠 속을 나아가는 과정(마법사들)과, 할머니의
일기장 이야기(흑설탕 캔디)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모두는 나이와 상관없이 매일
'다시 시작'을 크고 작게 경험하며 사는 것 같죠?

저는 40세 입니다. 어떻게 보면 인생의 중반부
에 들어왔다고 볼 수도 있고,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의 중간에 낀 세대라고 볼 수도 있을테죠.
어떤 누군가는 40을 시작하기에 좋은 나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반대로 다른 누군가는 40이면
이미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겁니다.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는 아직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
는 편이 보다 지혜로운 선택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사회적 압력을 포함시켜서 현실을 직시
한다면 40이면 책임감을 갖추고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에 집중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실제로 많이들 그렇게 살고 있고, 저 또한 어느
정도 해당되죠.

저는 주어진 운명의 압력이 너무 크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 압력을 이겨
내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
다. 그래서 저는 되도록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
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운명에 맞서 싸
우거나, 굴복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한다면 둘
다 너무 힘이 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 때문입니
다. 최선을 다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 왕복 가능
한 마지 노선을 두고 조금씩 늘려간다던지, 아니
면 한 번씩 기회를 노려서 굴복한다던지, 방법은
그 외에도 생각해보면 더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도 공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평소에 저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한 번씩 감정
이입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많은 경우, 납득
이 되진 않더라도 왜 그런지 원인 정도는 알겠
더라고요. 감정이입의 대상은 나 자신이 될 수
도 있지만 특정 타인이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집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감
으로 가는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감정이
입이라고 생각하기에, 어떤 측면에서 보면 감
정이입은 '공감 훈련' 같습니다.
가장 최근의 감정이입 경험을 하나 적어보자면,
'12. 3 내란 사태' 때 (목숨 걸고) 적극적으로

국회 앞까지 가서 국회 해산을 막아준 시민분
들에 대한 것과, 그 뒤로 이어진 탄핵 가결까지
쭉 이어진 (각자가 가진 가장 밝은 것, 응원봉
등으로 채운) 광장의 물결 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가 온 몸을 던져
이룩하고 지켜 온 민주화에 대한 고마움을 알
았고, 기성 세대는 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환경
을 물려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이야기
했더군요.(최민식 배우님의 말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겪으며, 감정이입의 필요성을
다시금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세대

간의 연결이 끊어졌다고 느꼈던 적도 한 번씩
있었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하지만 그게 아
니었음이 이번 일을 계기로 밝혀진 것 같아서
한편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여기서 희망회로를
조금만 더 돌려 본다면 어쩌면 우리는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궤변처럼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세계 그 어느 곳
에서도 유래가 없는.... 엄청난 공통의 경험을
한 셈입니다. 이 흐름이 쭈욱 이어져, 개헌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램인데, 이건 저 뿐
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바램이기도
하겠죠? 그럴거라고 저는 생각됩니다.

새롭게 다시 시작될 더 좋은,
그리고 더 건강한 우리의 사회를
상상하며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시작하는소설 #창비교육테마소설
#포기하지않으면희망은있다

#창비서포터즈

#다시시작해보자
#북스타그램 #바닿늘

#도서협찬 #창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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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닿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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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 나를 살리기도 망치기도 하는 머릿속 독재자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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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는 어떻게 작동할까?

이 책,
정말 흥미로운 책입니다.

'뇌과학계의 칼 세이건' 이라는
별명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이글먼도
굉장한 분이네요. 심지어 젊어요..^^
(그의 미래가 너무 기대됩니다..ㅎㅎ)

예전에 제목과 주제에 끌려서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책이 전작,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였는데.. 그 책은 어찌어찌 타이밍을 놓쳐서 못 읽었는데, 같은 출판사에서 그걸 어떻게 알고(??) 출간을 해주셔서, 그리고 그걸 또 운좋게 서평단에 선정되어서 이렇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역시.. 만날 인연은 다 만나게 되어 있다는.. 꿈보다 해몽스러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 속에는 여러 요소가 들어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좋았던 것을 하나만 이야기하자면 비유에 대한 부분이 특히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이전에 제 계정에서 여러 차례 리뷰로 다뤘던 책, <면역>의 필리프 데프머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필리프 데프머 이름 어려웠는데.. 여러 차례 다뤄서 그런지 외워졌음을 방금 인지했습니다.

사실 이 책에 대해서 어떤 메시지를 더 강조해서 전할 지 고민이 많았는데.. 방금 쓰던 글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더 정확히는 '인지' 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INCOGNITO 였던 것 같습니다.
<면역> 처럼 <무의식> 이란 짧은 제목인데~ 한국어 패치가 적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것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2011년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적이 있는 책의 개정판?? 느낌이 나기 때문입니다.(아마도 맞을 것 같아요. 책에도 2011년이 적혀 있더라고요. 아니면 누가 알려주세요. 수정하겠습니다. ^^;;)

위에서 저는 '인지'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적었습니다. 더 정확히는 인지에서 연상된 '메타인지'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메타인지 하면 이 분이 저는 먼저 떠오릅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행동 방식을 들여다 볼 때, 두 가지 패턴을 보인다고 설명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스템 1과, 시스템 2가 그것인데.. 이건 부연설명이 필요하니, 그것보다 저는 책 <넛지>에서 사용되는 그것의 진화단계라고 볼 수 있는 '자동'과 '숙고'로 설명하겠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겁니다. 인간의 행동방식을 자세히 관찰해보니, 두 가지의 도구로 선택을 하더라는 겁니다. 한 가지는 '자동' 입니다. 쉽게 말해서 본능적으로 빠르게 결정한다는 거죠. 저에게로 날라오고 있는 공이 닿기 직전에 발견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공을 피하거나 적어도 고개를 자동으로 돌리겠죠.

'숙고'의 경우는 자동과 반대로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천천히 결정하는 행동을 뜻합니다. 우리가 중요한 부동산 계약을 한다고 칩시다. 그러면 미리 신뢰가 가는 부동산을 알아보는 것부터 모든 과정들이 숙고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테죠.

그런데 이 책은 그 중에 특히 '자동'에 대한 내용을 강조합니다. 둘 다 중요한 건 맞지만..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가 자동적 인간인지를 잘 모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으로도 해석이 가능할텐데요.

제가 이해한 저자의 주장이 이게 맞다면 저는 이 의견에 크게 동의합니다. 우리의 뇌는 꽤나 쉽게, 그리고 자주 자동 시스템에게 지배를 받게 되는 것 같거든요.(무기력증과 우울증의 많은 경우도.. 이것에 해당될 것 같습니다. 이성적으로 "위험하지 않으니 괜찮아."라고 판단하고 행동을 바꾼다면 왜 계속 불안하겠습니까? 그게 마음처럼 안 되니까 계속 불안하고 무기력 한거죠..)

우리의 심리가 이렇게 된 것을 '진화론'이라는 도구를 가져다가 사용해서 연구하는 학문이 진화심리학이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고, 진화심리학적 요소를 많이 반영해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요즘에는 트렌드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진화론 이야기가 정말 많은 책에서 짧게나마 등장하는 것을 경험 중입니다.)

(덧붙임 글에서 이어집니다..)
인간의 여러 특성들은 뇌와 어떻게 연결되어 설명이 가능할까요? 이미 뇌의 여러 부위가 대략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것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자면, 기억=해마, 불안=편도체, 논리적 사고=전두엽 뭐 대충.. 이런 식이죠. 그런데.. 자세히 알아보면 아직도 뇌에 대한 부분은 ~ 위에 적은 것들을 포함하여, 엄청난 미지의 세계라고 하더라고요?(어느 한 부위가 어떤 기능을 크게 담당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또 전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더라고요.)
.
원래는 '메타코그니션(초인지)'을 '메타이모션(초감정)'으로 확장해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이미 너무 많이 써버렸습니다. 그래도 이대로 끝내면 아쉬우니, 핵심만 이야기 하자면..
우리는 그동안 너무 우리 스스로를 이성적인 존재로 착각하고 살았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은 사실 무척이나 감정적이라고 느낍니다.
'메타인지'를 정말 많이들 이야기 합니다. 아주 단순화 해서 적어보면, 메타인지는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들끼리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의 대화보단 이성적이고 건강한 대화가 상대적으로 더 쉽게 가능하겠죠.(이마저도 단순화 시킬 수 없지만..)
.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100분 토론>을 한 번씩 보신다면.. 그것이 적정한 예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 일상도 사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100분 토론 속 대화와 아주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표현이 너무 과했다면 죄송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상상할 수 있는 시기라서... 적어봤습니다.)
.
메타이모션, 즉 초감정은 메타인지와 비슷한듯 하지만 다릅니다. 자신이 느낀 감정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라고 설명하면 조금 어려울 수 있으니,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짜증나."라는 같은 말 속에는 여러 다른 감정이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봤는데 휴지가 없을 때 나오는 "짜증나(예를 들자면 황당하고 허탈하겠죠.)"와 꼰대로부터 어이 없는 지적을 받은 후 나오는 "짜증나"(예를 들면 납득은 안 되지만, 반박할 수 없어서 화가 날 테고요.)는 분명히 구분이 될 것입니다.

결론을 적어보자면.. 오늘 발췌한 내용에서 나오는
"내 머릿속에 누가 있는데, 내가 아니야." 이 말을 바꿔 보면.. "내가 했는데 나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이렇게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어." 이것에 대한 부분도 어쩌면 감정을 잘 들여다 보고 그것에 조금씩 이름을 붙여나간다면 더 알게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나로 살기로 했다" "주체적인 삶이 중요하다"라는 말에 적극적으로 수긍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이지만.. 생각보다 정작 그러길 어려워 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아직 감정에 이름 붙이기를 서툴러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봤습니다.(당연히 저도 포함이고요..)
.
감정에 이름을 잘 붙이는 사회구성원들이 보다 더 많아진다면 조금 더 사회가 평화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끝으로, 발췌히여 수정한 내용 공유드리며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내 머릿속에 누가 있는데, 내가 아니야
뇌는 정보를 수집해서 행동 방향을 적절하게 조종
하는 기능을 한다. 의사결정에 의식이 관여하는지
는 중요치 않다. 대부분의 경우 의식은 관여하지
않는다. 우리가 말하는 주제가 질투든, 매력이든,
기름진 음식에 대한 사랑이든, 지난주에 떠올린
훌륭한 아이디어든 상관없이 의식은 뇌의 활동
에서 가장 작은 역할을 한다. 뇌는 주로 자동으로
움직이며, 의식은 자신의 기저에서 움직이는 그
거대하고 신비로운 공장에 거의 접근하지 못한다.
저 앞에서 빨간색 도요타 한 대가 진입로를 빠져
나와 도로로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이 알아

차리기도 전에 발이 벌써 브레이크를 향해 절반
쯤 다가가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저쪽 편에서 사
람들이 나누는 이야기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다
가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알아차리는 것,
이유도 모른 채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신경계가 '육감'을 제공
하는 것이 증거다.
뇌는 복잡한 시스템이지만, 그것이 곧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는 뜻은 아니다. 자연선택을 거치며
우리의 신경회로는 조상들이 진화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조성되었다.

뇌도 비장이나 눈과 똑같이 진화의 압박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우리 의식도 마찬가지다. 의식이
발달한 것은 그편이 이롭기 때문인데, 그 이로움
에는 한계가 있다.
국가들의 특징적인 활동을 생각해보자. 공장이
돌아가고, 통신선을 따라 신호가 분주히 오가고,
기업은 제품을 배송한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음
식을 먹는다. 하수로가 폐수를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한다. 경찰은 넓은 국토 전역에서 범죄자를
뒤쫓는다. 사람들은 거래가 성사됐음을 악수로
확인한다. 연인들이 만난다. 비서는 걸려 오는
전화를 처리하고, 교사는 가르치고, 운동선수는

경기하고, 의사는 수술하고, 버스 기사는 운전한
다. 내가 사는 훌륭한 나라에서 어느 특정한 순간
에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 해도,
이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
하다. 게다가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그 모든
정보가 쏠모 있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
한 것은 요약본이다. 그래서 우리는 신문을 집어
든다. <뉴욕타임스>처럼 묵직한 신문이 아니라
<USA 투데이>처럼 가벼운 신문이다. 앞에서
말한 활동들이 신문에 전혀 실려 있지 않아도
우리는 놀라지 않는다. 어차피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가장 기본적인 사실들뿐이다.

우리 가족에게 영함을 미치는 새로운 세법을 의
회가 방금 통과시켰다는 사실은 알아야 하지만,
그 세법과 관련된 상세한 이야기(변호사와 기업
과 필리버스터 등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딱히
중요치 않다. 이 나라의 식량 생산과 관련된 온
갖 시시콜콜한 정보들(소들이 무엇을 어떻게
먹고 그들 중 몇 마리가 식용으로 사용되는지
등) 또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니다. 광우병이
갑작스레 증가하는 경우 그 사실을 빨리 알게
되기를 바랄뿐이다. 쓰레기가 만들어지고 처리
되는 과정도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쓰레기가
우리 집 뒷마당에 갑자기 생기지만 않으면 된다.

공장의 기반시설에도 우리는 관심이 없다. 공장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신문에서 이런 정보를 얻는다.
우리 의식이 바로 이런 신문과 같다. 뇌는 24시
간 내내 분주히 움직인다. 거의 모든 활동이 국지
적으로 일어난다는 점도 국가와 똑같다. 작은 집
단들이 끊임없이 결정을 내리고 다른 집단에 메
시지를 보낸다. 이런 국지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더 큰 연합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정신이라는 신
문의 헤드라인을 읽을 무렵이면, 중요한 활동과
거래는 이미 이루어진 뒤다. 막후에서 벌어진 일
에 우리는 거의 접근할 수 없다. 놀라울 정도다.

우리가 느낌이나 직감이나 생각이라는 형태로
낌새를 알아차리기 전에 모든 정치적 움직임이
이미 바닥부터 지지를 얻어 멈출 수 없는 수준까
지 진전되어 있다. 우리는 그 정보를 맨 마지막
에 알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상한 종류의 신문
독자라서 헤드라인을 읽으면서 마치 자신이 그
생각을 처음 해낸 것처럼 공치사(*남을 위하여
수고한 것을 생색내며 스스로 자랑함.)를 한다.
"방금 좋은 생각이 났어!" 기쁨에 차서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은 이 천재적인 발상이 뇌리에
떠오르기 전에 뇌가 이미 엄청난 양의 작업을
해놓았다. 막후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올려보낸

다는 것은, 신경회로가 몇 시간, 며칠, 몇 년
동안 정보를 통합하고 새로운 조합을 시험하
는 작업을 해왔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막후에 숨어서 움직이는 이 광대한 기계에 별
로 감탄하지 않고 그 공을 자신의 것으로 삼는
다. 이런 우리를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뇌는
비밀리에 활동하면서 엄청난 마법처럼 아이디
어를 만들어낸다. 그 거대한 운영 시스템을 의
식이 인지하고 조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뇌는 자신을 숨긴 채 작전을 지휘한다.
그렇다면 훌륭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공은 정확
히 누구의 것인가? 스코틀랜드의 수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월은 1862년에 전기와 자기를 통합
한 중요한 방정식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임종을
앞둔 어느 날 기묘한 고백을 했다. 자신이 아니
라 "자신 안의 어떤 것"이 그 유명한 방정식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디어가 자신을 찾
아오는 과정을 전혀 모른다고 시인했다. 아이디
어가 그냥 떠오를 뿐이었다. (중략)
요한 볼프강 폰 괴테도 중편소설 <젊은 베르테
르의 슬픔>을 쓸 때 자신의 의식이 기여한 것은
사실상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마치 손에 진 펜
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고 했다.(중략)

카를 융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우리가 모르는 다른 누군가가 있다."

핑크 플로이드는 이렇게 말했다.

"내 머릿속에 누가 있는데, 내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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