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새 우는 소리
류재이 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전설의 고향 리부트!!!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불온함을 숨긴 전설들,

그 오랜 공포를 깨우는
여섯 편의 서늘한 이야기!!"
(책의 뒷표지에 수록된 글..)

그믐에서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 활동 내용의 일부를..
편집하여 공유드립니다.

해당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류재이 「금녀」

(전설 1) 금돼지와 원
"강화도 철원군 김화읍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로,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금돼지를 고을 원이 기지로 물리친다."

[모임지기 질문 1]
Q2. 박색(*아주 못생긴 얼굴)이라는 이유로 아버지와 남편에게 버림받은 금녀는 동굴 커뮤니티에서 잠시 여성 연대를 이루는 듯 했지만 홍매와는 꼭 그렇지 못한 관계가 됩니다.(…) 금녀와 가족, 금녀와 동족, 금녀와 다른 존재 사이의 관계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A2. 뒤로 갈수록, 여러 방면에서 깊게 들여다 볼수록..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스포 방지를 위해 디테일은 생략하고 느낌으로 넘어갑니다.)
예전에 그믐 박소해의 장르살롱(줄여서 박장살)에서 진행했던 양수련 작가님의 장편소설 <해피 벌쓰데이> 주인공이 떠올랐습니다.
(마찬가지로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말을 아끼긴 하겠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최악의 상황 속에 처했을 때 내 옆에 누군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생각 되었습니다..(우리 내 편 한 명만은 꼭 지킵시다. ㅜㅜ..)
금녀에게도 그런 이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소설을 다큐로 바꾸는 몹쓸 생각을 덧붙여 봅니다. 만약 그랬다면.. 안금녀가 될테니.. 안 재밌어질 수 있겠습니다.....람쥐 코털..(다람쥐 코털은 9살 아들한테 배운 제일 안 재밌는 드립입니다.)

---

이지유 「여우의 미소」

(전설 2) 여우 누이
"제주도, 전라북도 지역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로, 아들만 있는 부부가 딸을 원해 여우골 근처 절에서 치성을 드려 딸을 얻었으나 이 딸이 실은 불여우 요괴였다. "

[모임지기 질문 2]
Q1. 「여우의 미소」를 읽으며 잘 알려진 전설 '여우 누이'와 비교해 어떤 느낌을 가지셨나요? 두 이야기의 차이를 짚어 주셔도 좋고, 오리지널 스토리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나 느낌 대비, 「여우의 미소」라는 작품에서 느끼신 감상을 자유롭게 들려 주셔도 좋겠습니다.

A1. 여우 누이 이야기에 대해 제가 무척 파편적인 정보만을 지니고 있었음을 이번에 찾아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몰랐다고 보는 게 맞을 정도로..)
저는 여우 요괴하면.. 자연스레 구미호를 먼저 떠올렸는데 불여우 요괴랑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평소에 고정 관념을 깨트리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오랫동안 남존여비 사상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 또한 그런 구성을 따를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으니 이야기의 흐름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계적 균형을 말하는 건 아니고.. 다양성이 추구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요.
해당 내용은 이지유 작가님이 참여하여 적어주신 글을 보며 든 생각이 반영 된 글입니다.
그에 대해 짧게 옮겨 온다면 이렇습니다. 작가님이 요괴에 대해 강의를 들었는데, 여우(구미호)와 관련하여 중국, 일본에는 나쁜 모습이 있는 만큼 좋은 모습도 꽤 있다고 해요. 그런데 유독 한국의 여우 요괴는 나쁜 모습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악한 여우 요괴를 다룬 이야기가 33편 정도인데, 선한 여우 요괴는 단 한 편이라고 해요. 그 한 편이 사람이 개과천선하도록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남성의 입장에서 아주 가끔은 "내가 시기를 잘못 타고 나서..."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솔직히 있긴 하지만 길고 길었던 인류의 역사를 놓고 본다면 ~ 이제서야 시기를 탈 수 있게 된 여성이 주류가 되는 서사들에도 응원을 보내게 됩니다.

---

유상 「달리 갈음, 다리가름」
(전설 3) 다리가름
"경상남도 고성의 천도굿으로, 죽은 사람이 저승길로 들어가는 다리를 상징하는 일곱 자 일곱 치의 베를 가르는 의식이다."

[모임지기 질문 3]
Q2. "절대 그것이 귀신은 아니다, 이 말이시죠?" "당연하지.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느냐?" "제 생각에는 그 천도굿이 효험을 보았을 겁니다." p.160

이 사건은 과연 과학과 이성으로 해결된 것일까요, 아니면 굿의 효험을 본 것일까요? 여러분은 혜형(과학과 이성) 편 아니면 오인(굿의 효험) 편?! 독자님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A2. 흠.... 그러니까 이 질문은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거겠죠?? 그렇다면 저는 기계적으로 중간을 택하겠습니다. 하이브리드요!!!!!! 🤣🤣

혜형 쪽(과학과 이성)에 마음이 가긴 합니다. 하지만 여러 미스터리나 믿을 수 없는 현실들을 접하다 보면.. "저게 다 거짓말일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때때로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직접 미스테리를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간 본 것들은 대체로 간접적인 경험이었어요. 하지만 그 경험들 중에는 직접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생생한 것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건 직접적인 경험으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 간접적인 경험을 들려준 주체가 꽤 신뢰가 가는 인물이면 그 착각의 정도가 더 크기도 하고요.

재밌는 사실 중 하나가 극단의 해석이 많은 것 같아요. "무조건 귀신은 없다!" 혹은 "무조건 귀신은 있다!" 라는 식으로요. 그런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로 봤을 때.. 제가 작품 속 혜형의 입장이었다면.. 저는 믿었을 것 같습니다. 저건 그냥 안 믿겠다는 결심에 눈 앞에 있는 현상들까지 부정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

박소해 「폭포 아래서」
(전설 4) 박연 폭포
"개성시 천마산 박연 폭포에 대해 내려오는 설화로, 피리를 잘 부는 박 진사에게 반한 용녀가 그를 폭포 아래의 집으로 데려간다."

[모임지기 질문 4]
Q1. "뱀도 내 연주를 좋아할 것이네. 나는 뱀도, 이 폭포도 무섭지 않아. 피리만 불 수 있다면." p.171

이 작품에는 금기가 가득합니다 가져서는 안 되거나 남용해서는 안 되는 도구들이 나오고, 천 년을 수련(?)해도 부정을 타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이 작품 속 가장 으뜸인 '금기'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이것만큼은 어기지 말지 싶어 조마조마했거나, 이것만큼은 꼭 쟁취하길 응원한 장면이 있으셨나요?

A1. 금기에 대한 생각..
저는 평소, 역린을 건드릴 용기까지는 없는데 소심하게 오랫동안 저항할 용기는 있습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저는 '금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체로 '강요'의 뉘앙스가 포함 되었기에 금기를 말하는 사람 앞에선 그 금기에 대해 "아아.." 하며 바로 받아들인 척 하지만~ 뒤 돌아서면 "으으.." 하곤 합니다. ^^;;
틀린 부분에 대한 지적이라면 얼마든지 수용하겠지만~ 다름에 대해 틀렸다고 말하며.. 그 이유에 대해 '관례' '관습' '금기' 등의 근거를 들면 특히 마음이 몹시 불편해집니다.(종종 마음이 소리가 들려오기도 합니다. "너나 따르세요...")

---

무경 「웃는 머리」
(전설 5) 창귀
"창귀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사람의 영혼으로, 감히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고 오로지 호랑이의 노예가 된다."

[모임지기 질문 5]
Q1. 마지막 장면에서 형이의 질문을 떠올립니다.("어사님은 왜 사또의 죄를 묻지 않았습니까?") 여러분은 어사의 선택(문제가 있는 사또에게 다시 고을을 맡기고 떠난 것)이 마음에 드셨나요?

A1. 저는 어사의 선택이 차선으로서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문제가 있는 사또에게 다시 고을을 맡기고 떠난 것..)
요즘 양극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점점 더 커지고 있잖아요? 저는 그 문제가 과도하게 어떤 문화적 요소 때문에 더 증폭되는 측면도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점점 직접 생각하기보다 생각을 외주화 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느끼기 때문인데요. 그렇다 보니 내 생각보단 내가 신뢰하는 어느 전문가의 말을 더 믿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확고해지는 게 아닐까요?

"(내가 평소에 믿는) 저 사람이 저렇게 말하니까 저 말은 진실이야."

그런데 모든 사람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죠. 악마도 천사도 늘 디테일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최선은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는 큰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인데 그건 그가 할 수 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더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차선이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

위래 「반쪽이」
(전설) 반쪽이
"경기도 양주시에서 전승되는 설화로, 신체의 절반만 가지고 태어난 반쪽이가 힘과 지혜를 가지고 위기를 극복하는 이야기다."

[모임지기 질문 6]
Q2. 자본가와 정치가의 관계인 대감과 현감, 신분이 다른 듯하지만 협업 관계인 달래와 꽃님, 호랑이와 창귀의 관계와는 분명히 차별화된 저승차사와 귀졸, 이 작품에는 흥미로운 관계가 많이 등장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관계에 관심을 가지셨나요?

A2. 저승차사와 귀졸의 관계가~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이해한 게 맞다면 반쪽이의 엄청난 능력은 사실... 차사빨(??) 이었던 게 맞는 거겠죠??
모르는 개념들이 많이 등장해서.. 그런 소재들 줍줍 하는 재미도 너무 좋았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대수대명(수명을 대신하고 명을 대신한다) 소재가 흥미로웠어요.
후반부 장면에서 온쪽이의 선택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온전한 몸으로 따뜻한 집에서 깨끗한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자랐습니다. 하지만 여기 반쪽이는 온전하지 않은 몸으로 가난하게 자랐으니 한 몸으로 겪기엔 너무 그 고통의 차이가 큽니다. 이건 공평치 않은 일입니다." p. 308

---

오랜 전설이 공포로 다시 태어난다!!

#귀신새우는소리
#류재이 #이지유 #유상
#박소해 #무경 #위래 지음

#전설의고향리부트
#앤솔러지

#교보문고 #북다

"내 다리 내놔!!!!!"
(전설의 발연기를 떠올리며..)
#북스타그램 #바닿늘

비슷한 주제의 글은..

#바닿늘소설

더 많은 내용이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링크를 공유드립니다.

여섯 작가님들이 모두 참여하셔서
이야기가 정말 풍성합니다!

풍성!! 🫡

https://www.gmeum.com/meet/29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귀신새 우는 소리
류재이 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섯 작가가 각색하여 완성한 전설의 고향 리부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 한국어판 발매 20주년 기념판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살고 계신가요?

제 삶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세 단계 변화를 거친 것 같습니다.

일단 무사히 성인이 되었고,
그 다음 (운 좋게)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렸고,

마지막으로는 꿈을 찾았습니다.
(꿈에 대해서는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

사실 그냥, 오랫동안..
되는 대로 살았습니다.

막 살았다는 건 아니지만..
목적이 불분명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부 DNA를 물려받은 덕분인지)
그럭저럭 성실함으로 모든 과정들을
통과해 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공허함이 느껴졌습니다.
(더 정확한 표현은 누적되어 어느덧
너무 커져버린 공허함이었을테죠..)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되지만..
그때는 그 공허함의 이유를 몰랐습니다.

저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늘 불안했습니다.
미래가 너무 불확실했거든요.

그런데 '아닌 척' 하며 살았어요.


---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무렵에
몸의 이상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한 번 무너진 건강은..
점점 더 무너져 갔습니다.

신체는 점점 망가지는데
당장 일을 그만둘 수는 없고..

결국 허리 디스크 시술을 받고,
3개월 동안 좋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나빠져서
수술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의 고통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디스크 수술 전날..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하고,
앉아 있어도 통증이 오고..
누워 있어도 통증이 오던..;;;


---

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조금씩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 전에는 강연 듣기를 좋아했고..
강연에서 추천한 책을 몇 권 사서
읽은 수준이 고작이었는데..

책을 읽으며 그런 공허함이
많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아, 참고로.. 그 전에도 무언가에 늘
빠져있긴 했습니다. 게임이 되었건,
물생활이 되었건.. ^^;;;)


---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꼭 책을 읽어서였다기보단..

의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면서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이 책의 역할도 무척 컸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저의 인생 책입니다. ☺️

이번에 한국어판 발매 20주년을
기념하여 리커버가 나왔습니다.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마지막으로 미뤄뒀던..
저의 꿈은 기여하는 겁니다.

사회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만한 능력이 아직 없지만~
계속 하다 보면 뭔가 성과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안 생기면 어쩔 수 없고요...)

목표는 되도록 크게 잡는 편이
성장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200% 목표로 출발해서 150%에
도달한다면.. 성공은 아니지만 ~
성장에는 도움이 된달까요..)


---

이 책의 저자인 빅터 프랭클은
어느 강연에선가 크래빙 이론에
대해 언급합니다.

크래빙 이론은,
비행기 조종 시 바람의 영향을 고려해
실제 목표 지점보다 더 높은 곳을 목표로
비행해야 원하는 착륙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원리를 의미합니다.
(출처: 네이버 AI 브리핑)


---

그래서 저는 오늘도
의미를 찾아 나아가려 합니다.

조금은 무모할지라도,
조금은 불완전할지라도,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 제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앞으로도 붙들고 싶은 삶의 태도입니다.

책 내용을 첨부로 공유하며..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끝!

#죽음의수용소에서
#빅터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청아출판사

의미 있는 삶을 위해..
#북스타그램 #바닿늘

비슷한 주제의 글은..

#바닿늘심리학
#바닿늘자기계발



아래에서부터는 해당 책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최소한으로) 수정 되었습니다.



추천의 글(고든 W. 올포트)
저술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프랭크 박사는 크고 작은 고통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가끔 이렇게 묻는다.
"그런데 왜 자살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물으면 어떤 사람은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재능이 아까워서라고 한다. (…) 환자들의 이런 대답에서 프랭클 박사는 정신과 치료에 중요하게 적용될 수 있는 어떤 지침들을 발견하곤 한다. 조각난 삶의 가느다란 실오라기를 엮어 하나의 확고한 형태를 갖춘 의미와 책임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프랭클 박사가 독창적으로 고안한 '실존적 분석', 즉 로고테라피의 목표이자 과제이다. p. 16


치열한 생존 경쟁의 각축장
수용소 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수용소 생활에 대해 그릇된 생각, 즉 감상이나 연민을 갖기 쉽다. 그러나 밖에 있던 사람들은 당시 수감자 사이에서 벌어진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것은 일용할 양식과 목숨 자체를 위한 투쟁이었고,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친구를 구하려는 피비린내 나는 투쟁이었다.(…)

이 수용소에서 저 수용소로 몇 년 동안 끌려다니다 보면, 결국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양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만 살아남게 마련이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
이었다. 자기 목숨을 구하려고 잔혹한 폭력을 일삼고 도둑질을 하는 건 물론, 심지어 친구까지 팔아넘겼다. 운이 아주 좋아서였든 아니면 기적이었든 살아 돌아온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 중에서 정말로 괜찮은 사람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을……. p. 27~29


인간의 정신적 자유
우리가 믿고 있는 이론, 즉 인간은 여러 조건과 환경적인 요인(생물적, 심리적, 사회적 성격으로 이루어진)이 만들어 낸 단순한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론이 정말로 사실일까? 인간은 이런 여러 요소가 우연히 만든 존재에 지나지 않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제 수용소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수감자들이 보인 반응이 '인간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라는 이론을 입증할 수 있을까이다. 그런 환경에 직면한 인간에게는 자기 행동을 선택할 자유가 없단 말인가?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이론적으로뿐만 아니라 경험을 통해서도 해답을 내릴 수 있다. 수용소 생활의 경험으로 사람에게 자기 행동의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감각을 극복하고 초조함을 제압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해 주는, 그것도 종종 영웅적인 성격을 띤 사례가 충분히 있다.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도 인간은 정신적 독립과 영적 자유를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제 수용소에 있었던 우리는 막사를 지나가면서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마지막 남은 빵을 나누어 주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런 사람은 아주 극소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다음과 같은 진리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그 진리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
강제 수용소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세상에서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는 게 되는 것이다.

수용소에서 남을 위해 희생한 사람 몇몇과 친해진 후, 나는 도스토옙스키의 이 말을 자주 머릿속에 떠올렸다. 수용소에서 그들이 했던 행동, 그들이 겪었던 시련과 죽음은 마지막 남은 내면의 자유를 결코 빼앗을 수 없다는 사실을 증언해 준다. 그들의 시련은 가치 있는 것이었고, 그들이 고통을 참고 견뎌 낸 것은 순수한 내적 성취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삶을 의미 있고 목적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빼앗기지 않는 영혼의 자유이다.
p. 125~128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삶의 의지를 불러일으킨다
사람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기대를 갖기 위해 때때로 자기 마음을 밀어붙여야 할 때도 있지만, 가장 어려운 순간에 구원해 주는 건 바로 미래에 대한 기대이다.
내가 실제로 경험했던 일이 생각난다. 나는 찢어진 신발 때문에 발에 심한 종기가 생겨 눈물이 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겪으며, 수용소에서 작업장까지 몇 킬로미터를 절뚝거리며 긴 행렬을 이루어 걸었다. 날은 추웠고,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사정없이 내리쳤다. 나는 비참한 생활에서 끊임없이 떠오르는 자질구레한 문제들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는 무엇을 먹게 될까? 만약 특별 배급으로 소시지가 나오면 빵과 바꿀까? 2주일 전에 상으로 받았던 담배 한 개비를 수프 한 그릇과 바꾸어 먹을까? (…)
매일같이 시시각각 그런 하찮은 일만 생각하도록 몰아가는 상황이 너무 역겹게 느껴졌다. 다른 생각을 하기로 했다. 문득 불이 환히 켜진 따뜻하고 쾌적한 강의실 강단에 서 있는 나를 떠올렸다. 앞에서 청중들이 푹신한 의자에 앉아 내 강의를 경청했다. 나는 강제 수용소에서의 심리학을 강의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를 짓누르던 모든 것들이 객관적으로 변하고, 과학적인 관점에서 거리를 두고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방법을 통해 어느 정도 내가 처한 상황과 순간의 고통을 이기는 데 성공했고, 그것을 마치 과거에 일어났던 일처럼 관찰할 수 있었다. 나 자신과 내 문제는 내가 진행하는 흥미진진한 정신과학의 연구 대상이 됐다. p. 138~140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
로고스(Logos)는 '의미'를 뜻하는 그리스어이다. 로고테라피는 일부 학자들이 '빈 제3정신 의학파'라고도 부르는 이론으로, 인간 존재의 의미와 의미를 찾아 나가는 인간 의지에 초점을 맞춘다. 로고테라피 이론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인간의 원초적인 동력으로 본다. 내가 로고테라피를 프로이트 학파가 중점을 두고 있는 쾌락의 원칙(혹은 쾌락을 찾고자 하는 의지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이나 아들러 학파에서 '우월하려는 욕구'로 부르는 권력에의 추구와 대비해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 173~175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
몇 년 전 프랑스에서 설문 조사를 했는데, 89퍼센트의 사람들이 인간에게는 살아야 할 의미를 주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중 61퍼센트는 그것을 위해 기꺼이 목숨 내놓을 수 있는 '어떤 것'과 '어떤 사람'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 후 나는 빈에 있는 내 진료소에서 환자와 병원 직원을 대상으로 같은 종류의 설문을 했다. 그 결과 프랑스에서 수천 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했던 것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불과 2퍼센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존스홉킨스 대학교 사회 과학자들이 48개 대학 7,948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또 다른 통계 조사를 시행했다. 이들이 작성한 예비 보고서는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2년 동안 진행된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설문에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학생 16퍼센트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고 대답했고, 78퍼센트는 첫 번째 목표가 '자기 삶의 목표와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p. 176~177

여러분은 원칙에 어긋나는 예외적인 경우만 들었다고 나를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위대한 것은 그것을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실현하는 것도 힘들다. 스피노자의 《윤리학》 마지막 문장이다.

여러분은 우리가 굳이 '성자'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저 '훌륭한' 사람에 관해 얘기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소수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소수일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나는 소수의 반열에 합류하려는 도전 의지를 본다. 세상은 지금 아주 좋지 않은 상태에 있고, 우리 각자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더욱더 나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경계심을 갖자.
두 가지 측면에서의 경계심을.

아우슈비츠 이후 우리는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

그리고 히로시마 이후 우리는
무엇이 위험한지 알게 됐다.
p. 260~2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 한국어판 발매 20주년 기념판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각난 삶의 가느다란 실오라기를 엮어 하나의 확고한 형태를 갖춘 의미와 책임을 만들어내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 지금 여기, 한국을 관통하는 50개의 시선
김정인 외 지음, 백승헌 외 기획 / 사이드웨이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5. 9. 7. 작성 글.

#협찬 답은 늘 현장에 있다..

이 책,
<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지금 여기, 한국을 관통하는
50개의 시선이 담긴 책입니다.
(첨부에 담긴 프롤로그 내용을
보시면 어떤 과정인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쭈욱 읽으면서..
어떤 내용들이 담겼는지 살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난 윤석열 정부의..
여러 문제점은 말할 것도 없이 많이 봤고,
(하아...... 복습을 너무 많이 한 탓인지...
이젠 힘들 지경입니다. 대중의 문제 인식은
무척 구체적인데 비해.. 진상 파악이 더뎌서...
답답한 게 저 뿐만은 아닐테죠??
'해먹을 결심' 그 끝은 어디까지 였을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거 같아서....
또 소설가를 걱정하게 됩니다. ^^;;;;;;)

그 전부터 우리 사회가 미뤄둔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일단 5장 ~ 7장에..
가장 눈길이 갔습니다.
(인스타 첨부에는 분량 제한의 이유로..
프롤로그와 7장만 첨부하고, 나머지
5~6장 내용은 댓글에 남겨놓겠습니다.)

특히..
7장 내용을 읽으면서~
한 번씩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내란 사태 이후에
할 수 있는 노력을 한다고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아쉬웠거든요.

그 과정에서 눈물나게 고마웠고,
미안한 마음도 무척 컸던 장면이
여럿 보여지기도 했는데요..

그 여러 장면들 중
빼놓을 수 없던 장면이..
'남태령과 (키세스단을 포함하는) 신인류'
장면이었습니다.(고맙고, 미안하고, 감동했습니다..)

너무 좋은 내용들이
책 속에 가득 담겨 있지만..

그 어떤 전문가 못지 않게..
(어떤 면에서는 그보다 더...)
시민단체의 이야기가 와닿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

저는 답이 거의 항상..
현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지금껏
해 온 일들을 생각해본다면..
현장보단 사무실에 더 가까웠습니다.
(현장에 더 가까웠던 적도 물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현장과 떨어지진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그 사이에 존재하는
여러 '불편한 진실'을 아주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고도 생각합니다.

이 또한 큰 틀에서 본다면
이분법적 사고의 폐해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만..

회사를 운영하는 지휘부 입장에선
늘 직원들이 못마땅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그런 건 아닐테지만..)
이런 생각을 한다는 느낌을
저는 한 번씩 받습니다.

"우리 덕분에 먹고 살면서..
고맙게 생각해야지."
(아주 가끔 어떤 사람은 꽤나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반면 직원의 입장에선..
반대로 이렇게 생각하거나
직접적으로 불평을 내뱉기도 합니다.

"고생은 우리가 다 하는데..
편하게 앉아서 지시나 하고,
돈은 더 많이 받아가잖아..
그런데 불만은 왜 또 그렇게 많아?"
(물론 소곤소곤, 때와 장소를 가려가며..)

이런 갈등은 줄어들 수 없는 걸까요?
저는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가 바뀐다면요....

꽤 오랫동안 우리 사회는..
많은 경우 현장의 목소리가
회사에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나아진 측면도 물론 있을 수 있고,
일반화 시킬수도 없는 측면도 있겠지만..)

'산재공화국 대한민국'이라는 불명예는
'위험의 외주화' 등의 나쁜 관습들이 쌓여..

어느덧 문화가 되면서 만들어진
불명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어날 일이 결국 일어났달까요..)

이와 관련하여..
최근 새롭게 편성된 <겸손방송국>의 방송,
[정준희의 논] 5편 -
<이제 전태일과 김용균은 당신에게로 간다>
해당 영상을 찾아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저는 답이 거의 항상..
현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험의 외주화' 등의 나쁜 관습들이 쌓여
'산재공화국 대한민국'이라는 불명예를
만들었다면 답은 위험의 외주화를 없애고,
(위험의 외주화는 최소화가 아니고 없애야만
합니다... 사람 목숨 우습게 여기는 회사는...
절대 절대 그냥 둬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도 나쁜 관습들을 억제하고,
여러 방면으로 노력한다면 그에 따른
보상까지 해 줘야 명예가 비로소..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에서 그런 움직임이 보여서..
기대를 품고 지켜보는 중입니다.)

우리가 이룬 '한강의 기적'이..
사실 수 많은 피를 흘려 이뤄졌다고...

그렇게 외국 사람들에게 말할 수밖에
없어서야 어디 되겠습니까...??

정말 역대 최악의 정부를 맞이한 탓에..
우리가 그동안 알면서도 외면했거나,
혹은 몰라서 외면했던 것들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코로나-19 팬데믹도, 이번 최악의
정부도 제 삶에 영향을 굉장히 많이
끼친 것 같습니다. 물론 제 생에...
두 번은 겪고 싶지 않습니다. ㅠㅠ....)

---

책 제목처럼..
여전히 내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전히...
우리의 노력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눈을 감는다면..
결코 이 내란은 끝낼 수 없습니다."

이 책의 메시지들은 어쩌면 모두..
해당 메시지에 따라 붙는 '디테일'
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책 <행복의 기원>에서 인용..)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간절한 마음으로 바래봅니다.

소장용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두 권 사면 베개로도 좋을 듯. ^^)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끝!!

해당 리뷰는..

#헤세드의서재
@혜진 모집
@사이드웨이 도서 지원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지금 여기,
한국을 관통하는 50개의 시선

포커스 그룹 인터뷰 모음집

#그러므로내란은끝나지않았다

#김정인 #손우정 #이미현
#이원재 #정연순 #정욱식
#추은혜

우리가 눈을 감으면
결코 이 내란은 끝낼 수 없다.

포기하지 않으면 늘 희망은 있다.
#북스타그램 #바닿늘 #바닿늘강추

비슷한 주제의 글은..

#바닿늘정치
#바닿늘교육



아래에서부터는 해당 책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최소한으로) 수정 되었습니다.



프롤로그
비상계엄 사태를 단지 윤석열이라는 검사 출신 대통령과 그 주변의 비정상적 일탈로만 해석한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시대착오적이고 망상과 같은 시도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계엄 해제와 탄핵 절차를 보이콧한 집권 여당, 헌정질서 회복을 외면하다 못해 방해한 국무위원들, 계엄령을 지지하고 탄핵 반대를 외치며 극우 담론에 공명한(*함께한) 적지 않은 국민들, 법원에 대한 폭력적 공격과 거짓 선동의 확산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한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문제가 아니었음을 보여줍니다. 내란 극복과 파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은 우리 사회의 건강함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법무법인 경 공익연구소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이번 사태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공동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사건의 규모와 함의 그리고 그 영향이 너무 크기에 가능한 한 입체적이고 다양한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평가하며 각계에서 오랫동안 탁월한 식견을 보여준 이들의 제안을 모아 전반적인 과제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9개 분야의 전문가들이 4인 내지 5인씩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토론하는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통해 50인의 의견을 모았습니다. 참여한 전문가들은 법학자, 정치학자, 정치평론가, 기자, 연구자, 시민활동가, 변호사, 정신과 의사 등 다양한 직역(*특정 직업의 영역이나 범위)에서 우리 사회를 관찰하고 고민해 온 분들입니다. 책은 총 9장이며, 각 장은 인터뷰 결과의 핵심을 정리하면서 집필자가 자신의 견해를 더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_이번 책에 참여한 50인을 대표하여, 백승헌
p. 6~7



제5장 윤석열
문제적 인물, 윤석열(손우정 교육학자)

나르시스트는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나?
윤석열의 언술은 한때는 자유주의에 경도되었다가, 어느 순간 권위주의적 화법을 구사한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에는 철저한 반공 이데올로기에 포획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조차 일관성이 없다. 일관되게 남아있는 것은 '친구 집단', 즉 고등학교 동창뿐이다. 비상계엄도 고교 동창들과만 준비해서 감행했는데. 이건 "세상일을 도모하는 방식 중 가장 퇴행적인 길"(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현수)이다. 이런 경향이 지속되면 관계망이 계속해서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한동훈과의 결별 역시 이런 경향의 귀결일 수 있다.
김현수 역시 윤석열의 행보를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본다는 점에서 임선응(뉴스타파 기자)의 분석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정신보건 전문가들의 분석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들은 트럼프가 다크 트리아드(Dark Traid), 측 어둠의 성격 3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둠의 성격 3요소는 병적인 자기애에 빠져있는 나르시시즘, 조작과 거짓말에 능숙한 마키아벨리즘, 양심과 책임감 없이 포퓰리즘을 동원해 자신이나 차기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반사회적 경향인 사이코패스를 말한다. 김현수는 윤석열 역시 어둠의 성격 3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이 외에도 사디즘(*타인에게 고통을 주며 성적 쾌락을 느끼는 심리 상태)과 샤머니즘(*샤먼 혹은 무당이 신이나 영혼과 인간을 중재하며, 여러 현상을 다루는 원시적 신앙 체계) 연결까지 결합해 있다고 진단한다.

"(윤석열은) 어딜 가도 명령해야 하고, 자신은 그 누구에게도 순응하지 못하면서 꼭 자기가 이끌어야 하고, 자기 패거리를 몰고 다니고, 옳고 그름 보다 네 편 내 편은 중요하게 받아들이면서 사람들을 착취하거나 도구화했어요. 그리고 상황이나 맥락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못 견뎌 했죠. 이런 것이 바로 나르시시스트의 특징이에요." (김현수)

나르시시스트는 주변 사람을 패거리로 만들면서 어떻게 해서든 자기에게 신세를 지게 만드는 '공범화'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을 자신에게 복무하게 만들고, 자기에게 의존하도록"(김현수)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권력만이 아니라 술과 선물 등도 활용된다. 임선응은 문재인 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극심할 때 윤석열이 특활비를 많이 썼다고 덧붙인다. 나르시시스트로서의 윤석열은 이승원(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박사)의 설명처럼 자신을 중심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무속과 극우 유튜브도 도구적으로 활용했다.(…)

양극화된 사회, 지배 엘리트들의 카르텔, 검찰총장의 힘 등 윤석열의 당선 배경으로 거론된 것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국민은 현실의 안정적인 관리나 유지보다 무언가를 단숨에 바꿔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지금의 현실에서 (어떤 방향으로는) 벗어나게 해줄 힘이 있는 리더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물론 '윤석열'이라는 한국적 특수성이 있지만, 극우와 극좌의 부상, 포퓰리즘적 리더의 부상이라는 세계적 추세에는 좀 더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변화에 대한 열망이 다양한 형태로 반영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나르시시즘과 마키아벨리즘, 심지어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은 그것이 사기이든 진실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한 바를 향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대중적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요소일 수 있다. 이런 해석이 타당하다면 대통령으로서의 윤석열, 나르시시스트 대통령은 임선응의 단언처럼 아주 특수하고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라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는 지도자 캐릭터일 수도 있다. p. 159~163


제6장 극우
외로움의 시대, 극우를 키우다
(추은혜 변호사 겸 심리상담사)

새로운 연대의 조건들
ㅡ외로움을 넘어서는 실천적 방안
외로움과 박탈감이 극우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먼저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극우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극우는 물리적으로 없앤다고 해서 없어지는 정치세력이 아니다. 언제나 극우적 생각을 가진 이들은 일정 집단 존재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변방의 소수'로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다.(*여기서 말하는 '변방의 소수'는 급진적 극우를 의미)" 지금 우리는 극우를 정치적 소수로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발본색원하기 위해서 칼을 들이대는 순간 문제는 오히려 더 넓게 퍼질 수 있다.(…)

이는 '방어적 민주주의'의 원칙과 일치한다. 독일에서 나치의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된 이 개념은 민주주의가 자기 파괴를 막기 위해 취하는 예방적 조치를 의미한다. 핵심은 '운용의 역설'을 해결하는 것이다. 무제한적 관용은 결국 관용 자체를 파괴하는 세력까지 용인하게 되어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린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 필요가 없다는 것이 방어적 민주주의의 기본 입장이다. 우리도 극단주의를 법과 제도로 견제하는 방어적 민주주의 장치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독일의 헌법은 극단주의 정당을 위헌으로 규정해 강제 해산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고, 실례로 1950년대에 네오나치 성향의 사회주의제국당(SRP, 네오나치)과 공산당(KPD)을 각각 해산시킨 바 있다.(…)

방어적 민주주의는 어디까지나 민주 질서 수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여야 하기에 신중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명백한 폭력 선동이나 헌정질서 파괴 기도에 대해서는 법치가 엄정히 대응한다는 원칙을 확고히 함으로써 극단주의에 대한 억지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일제강점기와 독재 시절의 경험, 그리고 민주화 투쟁의 역사를 바탕으로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극우의 위험성을 인식시키는 교육도 필요하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민주주의가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피와 땀으로 쟁취한 것임을 가르쳐야 한다. 물론 법적·제도적 대응과 교육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극우의 사회적 기반이 되는 외로움과 박탈감을 해결하지 않으면, 극우는 계속해서 재생산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연대의 재구성'이다.
울산지방법원의 한 판사가 자살방조 미수 사건 판결문에서 남긴 말이 깊은 울림을 준다.(*울산지방법원 2019. 12. 4. 선고 2019고합241 판결)

"사람이 사람에게 한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은 혼잣말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지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그러한 믿음을 그에게 심어줄 수만 있다면, 그는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삶 역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하나의 이야기인 이상,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그 이야기는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차가운 법률 언어로만 여겨지는 판결문에서도 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 드러날 수 있다. 이 말은 극우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극우에 빠지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고,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극우 집단이 제공하는 소속감과 정체성은 강력한 유혹이 된다. 따라서 극우에 대한 궁극적 해답은 연대의 회복에 있다. 사람들이 혼잣말하지 않도록, 누구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민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자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과제다. p. 208~211


제7장 시민운동
두 번째 위기, 두 번째 교훈
(시민단체 활동가 이미현)

남태령과 신인류
2016년 박근혜의 국정농단 사건은 매주 광장을 채운 촛불집회를 통해 대통령 파면으로 귀결됐다. 2024년 다시 대통령 탄핵과 파면이 재현됐다. 적다면 짧은 8년의 시간차를 두고 일어난 두 개의 탄핵 집회는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이었다. 똑같은 역사란 없었다.
일례로 2016년 집회는 기존의 운동권 집회 문법을 많이 따라갔던 반면 2024년에는 시민들이 참여해 함께 만들었다고 할만한 요소가 많았다. 주최 측 발언은 최소화하고 미리 신청받은 시민들의 발언을 주류로 배치했다. 시민들의 손에 들려있던 '촛불'의 자리는 형형색색의 다양한 '응원봉'이 차지했다. 촛불은 아예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첫 집회를 준비하며 주최측이 사둔 만 개의 양초와 종이컵은 윤석열이 파면되는 그날까지 거의 그대로 남아있을 정도였다.
광장에 나온 집회 참가자의 구성에서도 변화가 체감됐다. 특히 2030 여성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실제 수치상으로도 이전과 확연히 구분되는 비중이다. 서울시가 제공한 '서울 생활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던 12월 14일 여의도에 모인 인구 중 20대와 30대 여성이 14만 7천여 명으로 전체의 28.4%를 차지했다고 한다. '촛불은 금방 꺼진다'며 시민들의 집회 참여를 얕잡아보던 한 보수 정치인의 말에 질세라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내가 가진 물건 중에 가장 빛나고 소중한 응원봉을 들고나왔다."라는 세대가 바로 이들이다.
압도적인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2030 여성들이 바꿔놓은 집회의 풍경이었다. 음악과 구호, 집회 분위기와 연대의 전형까지 모두 달라졌다. 응원봉과 케이팝으로 구성된 집회 플레이리스트는 그 시작이었을 뿐이다. 비상행동 활동가들이 체감하는 이들의 연대와 '물량 공세'는 과거 어떤 집회에서도 느끼지 못한 경험이었다 "초콜릿도 주고, 떡도 주고 행진 사회자들에게는 추우니깐 뜨거운 물도 갖다주고"라며 지난 겨울 내내 2030 여성들로부터 먹을 것을 정말 많이 받았다고 단체 활동가들이 증언할 정도였다. 아마도 12월 7일 국회 탁핵소추안이 1차 부결된 후 '낙담'보다는'결국 우리가 해낸다'라는 열기가 국회 앞을 가득 채울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뜨거운 연대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집회를 하면 대표나 주요 단체 주최자들이 맨 앞에 앉거나 했는데 어느 때부터, 아마 국회부터 시작이었을 거예요. 응원봉을 든 젊은 여성들이 새벽부터 준비하고 비상행동 활동가와 비슷한 시간이나 더 이전부터 와서 앞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자리 잡는 게 일종의 덕질 문화이거든요."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12·3 비상계엄이 터지고부터 윤석열이 파면되기까지 약 4개월간 광장에서 함께 했던 시민들에게 가장 가슴이 몽클했던 순간이 언제나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골바람이 매섭게 불던 남태령의 동짓날 긴 밤을 꼽을 것이다. 전국농민회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 행렬이 서울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부근에서 경찰들이 세운 차벽에 가로막혔다. 이 상황이 'X'를 통해 알려지면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연대하러 모였고, 이는 추위 속에서 서로를 돌보고 이해하게 되는 밤샘 집회로 이어졌다. 그날 밤 남태령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상당수도 2030 여성들이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응원봉처럼 농민에게 소중한 트랙터를 끌고 나온 것"이라는 한 시민의 발언처럼, 2030 여성들의 '감각'과 '방향', '연결'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남동 집회도 마찬가지였다. 시민들이 먼저 나서고 비상행동이 따라 간 집회였다. 밤이 깊어져 집회를 끝내려고 해도 시민들이 줄어들지 않았다. 이에 비상행동 상황실에서는 밤샘 집회를 급히 결정하고 시민 발언과 공연을 이어갔다. 밤새 눈발이 날리고 온도가 크게 떨어졌지만 시민들이 보내준 은박담요, 난방 버스, 푸드트럭 등이 도착하며 걱정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강추위 속에서 눈을 맞으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턴 '키세스단'은 시민들이 쏟아준 힘으로 그 밤을 버텨냈다. 비상행동 활동가들도 시민들이 보내온 정성 덕에 키세스단과 함께 삼 일 밤낮 거리를 지킬 수 있었다. 행사 기획팀과 상황 실장들, 무대 음향 담당자들은 한시도 무대 곁을 떠날 수 없어 날이 갈수록 초췌해졌다. 그래도 시민들이 보내준 샌드위치, 주먹밥, 컵라면, 어묵으로 끼니를 때우고 잠깐씩 난방 버스나 개인 차량에 앉아 쪽잠을 자며 버텼다.

"여성단체에서는 2030 세대의 여성들은 뭔가 인류의 종이 바뀌었다고도 얘기해요. 감각과 방향과 연결, 이런 것들에서요. 저만 해도 운동이라는 것을 학교에서, 사회에서 배우고 공부로 배워서 시민운동을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최근 2030 여성들은 정말 자기 삶의 현실에서 부닥치며 느꼈던 여러 가지 힘을 가지고 사람들과 연대하거나 이런 데 참여하는 것 같은 거예요. (중략) 한강진에서 2박 3일간 밤샘했을 때 급하게 물품 지원을 위한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어요. 700명 정도가 모였는데 거의 다 여성들이었어요. 자기의 모든 자원과 SNS를 동원해서 난방 버스 물품을 사고 나르는 걸 봤을 때, 뭐라고 해야 하지? 가치관과 방향의 문제나 평등에 대한 감각이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건가 하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어요. 이러한 2030 여성들의 특성은 자기가 실제로 겪은 차별과 폭력의 현장에서 경험한 것을 통해 '나라도 무엇인가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작동했다고 생각합니다." (양이현경)

'인류의 종이 바뀌었음'을 알려준 2030 여성들의 적극적인 연대와 참여는 '남태령 대첩'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날 밤 뜨거운 연대와 승리를 경험한 시민들이, 그리고 남태령에 가지 못해 부채감을 느낀 시민들이 새롭게 연대할 대상을 찾기 시작했다. 그 뜨거운 응원은 세종호텔, 구미 한국 옵티칼 공장에서 고공 농성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전해졌다. 동덕여대 학생들과 장애인 차별 철폐 운동을 벌이는 인권 단체에도 이어졌다.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을 위한 모금 캠페인도 그 대상 중 하나였다. 2030 여성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에 후원하자는 글이 올라오자, 모금 사이트 서버가 두 번이나 다운될 정도로 많은 이들이 기부에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의료센터 후원자의 구성은 전체의 70%가 20~30대, 여성이 80%로 완전히 바뀌었다. 뭔가에 동참하고 싶을 때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적극 모색하고, 참여와 연대로 자신들의 공감하는 감정과 의사를 표출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뭔가에 동참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잖아요. 그런데 이번 광장에서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모두가 자기표현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푸드트럭이든, 응원봉이든, 선결제든, 꼭 광장에는 안 나오더라도요. 옛날하고 확실히 달라진 게, 사람들이 자기표현을 주저하지 않고 '내가 이렇게 행동해도 될까, 안 될까?'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모색해서 실제로 표현해 냈다고 봐요. 이게 젊은 세대들의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엄미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이렇게 열심히 집회에 나오고 열정적으로 임하는 2030 여성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첫 반응은 '대견하다'는 것이었다. 이제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식의 해석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돌아온 2030 세대의 답은 '우리는 언제나 광장에 있었다'는 것이었다.

"2030 여성들이 갑자기 나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일어났고, 한국 사회에서는 강남역 살해 사건 이후로 모든 여성이 각성했다고 얘기하거든요. 내 일상의 안전이 위협받은 거죠. 성차별, 폭력의 문제에 스스로 각성하고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까지 왔어요. 여성들은 실제로 자신들의 경험에서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혼자 있을 게 아니라 광장에 나가서 뭐라도 하고 연대도 하고 연결도 해야겠다'라고요. 저는 이게 남태령과 한강진으로 다 이어지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2030 여성들은 그 감각을 스스로 체득했고, 사회 변화를 어떻게 가져갈지 광장에서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양이현경)

실제로도 퇴진 집회에 나온 청년 중 상당수는 이전에도 여러 집회에 참여한 정험이 있다. '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들(윤퇴청)'이 올해 초 윤석열 퇴진 집회 참여 경험이 있는 10~30대 청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954명 중 여성이 76.7%였는데, 이들 중 이전에 다른 집회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63.1%에 달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 중 여성 다수는 성평등 집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과거에는 광장에 나온 여성들을 '촛불소녀', '유모차(유아차)부대' 등으로 부르며 집회의 이색적인 현상인 양 취급했다. 그러나 2030 여성들은 항상 광장에, 집회 현장에 있었다. 무엇보다 여성 관련 의제가 불거졌을 때마다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2016년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이상동기 범죄 살인 사건), 2018년 미투 운동과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혜화역 시위, 낙태죄 폐지 촉구 시위, 2024년 딥페이크 규탄 시위 등 성평등 관련 집회에 많은 여성들이 참여했고 거리에 나섰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언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와 저항 의식이 축적된 것도 그들이 집회에 참여한 계기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이러한 경험들이 광장에서 연대하고 연결하는 것이야말로 사회 변화를 가져오는 방식이라는 것을 체득하는 계기가 되었다. p. 232~2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