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 지금 여기, 한국을 관통하는 50개의 시선
김정인 외 지음, 백승헌 외 기획 / 사이드웨이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5. 9. 7. 작성 글.

#협찬 답은 늘 현장에 있다..

이 책,
<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지금 여기, 한국을 관통하는
50개의 시선이 담긴 책입니다.
(첨부에 담긴 프롤로그 내용을
보시면 어떤 과정인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쭈욱 읽으면서..
어떤 내용들이 담겼는지 살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난 윤석열 정부의..
여러 문제점은 말할 것도 없이 많이 봤고,
(하아...... 복습을 너무 많이 한 탓인지...
이젠 힘들 지경입니다. 대중의 문제 인식은
무척 구체적인데 비해.. 진상 파악이 더뎌서...
답답한 게 저 뿐만은 아닐테죠??
'해먹을 결심' 그 끝은 어디까지 였을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거 같아서....
또 소설가를 걱정하게 됩니다. ^^;;;;;;)

그 전부터 우리 사회가 미뤄둔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일단 5장 ~ 7장에..
가장 눈길이 갔습니다.
(인스타 첨부에는 분량 제한의 이유로..
프롤로그와 7장만 첨부하고, 나머지
5~6장 내용은 댓글에 남겨놓겠습니다.)

특히..
7장 내용을 읽으면서~
한 번씩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내란 사태 이후에
할 수 있는 노력을 한다고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아쉬웠거든요.

그 과정에서 눈물나게 고마웠고,
미안한 마음도 무척 컸던 장면이
여럿 보여지기도 했는데요..

그 여러 장면들 중
빼놓을 수 없던 장면이..
'남태령과 (키세스단을 포함하는) 신인류'
장면이었습니다.(고맙고, 미안하고, 감동했습니다..)

너무 좋은 내용들이
책 속에 가득 담겨 있지만..

그 어떤 전문가 못지 않게..
(어떤 면에서는 그보다 더...)
시민단체의 이야기가 와닿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

저는 답이 거의 항상..
현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지금껏
해 온 일들을 생각해본다면..
현장보단 사무실에 더 가까웠습니다.
(현장에 더 가까웠던 적도 물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현장과 떨어지진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그 사이에 존재하는
여러 '불편한 진실'을 아주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고도 생각합니다.

이 또한 큰 틀에서 본다면
이분법적 사고의 폐해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만..

회사를 운영하는 지휘부 입장에선
늘 직원들이 못마땅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그런 건 아닐테지만..)
이런 생각을 한다는 느낌을
저는 한 번씩 받습니다.

"우리 덕분에 먹고 살면서..
고맙게 생각해야지."
(아주 가끔 어떤 사람은 꽤나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반면 직원의 입장에선..
반대로 이렇게 생각하거나
직접적으로 불평을 내뱉기도 합니다.

"고생은 우리가 다 하는데..
편하게 앉아서 지시나 하고,
돈은 더 많이 받아가잖아..
그런데 불만은 왜 또 그렇게 많아?"
(물론 소곤소곤, 때와 장소를 가려가며..)

이런 갈등은 줄어들 수 없는 걸까요?
저는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가 바뀐다면요....

꽤 오랫동안 우리 사회는..
많은 경우 현장의 목소리가
회사에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나아진 측면도 물론 있을 수 있고,
일반화 시킬수도 없는 측면도 있겠지만..)

'산재공화국 대한민국'이라는 불명예는
'위험의 외주화' 등의 나쁜 관습들이 쌓여..

어느덧 문화가 되면서 만들어진
불명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어날 일이 결국 일어났달까요..)

이와 관련하여..
최근 새롭게 편성된 <겸손방송국>의 방송,
[정준희의 논] 5편 -
<이제 전태일과 김용균은 당신에게로 간다>
해당 영상을 찾아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저는 답이 거의 항상..
현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험의 외주화' 등의 나쁜 관습들이 쌓여
'산재공화국 대한민국'이라는 불명예를
만들었다면 답은 위험의 외주화를 없애고,
(위험의 외주화는 최소화가 아니고 없애야만
합니다... 사람 목숨 우습게 여기는 회사는...
절대 절대 그냥 둬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도 나쁜 관습들을 억제하고,
여러 방면으로 노력한다면 그에 따른
보상까지 해 줘야 명예가 비로소..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에서 그런 움직임이 보여서..
기대를 품고 지켜보는 중입니다.)

우리가 이룬 '한강의 기적'이..
사실 수 많은 피를 흘려 이뤄졌다고...

그렇게 외국 사람들에게 말할 수밖에
없어서야 어디 되겠습니까...??

정말 역대 최악의 정부를 맞이한 탓에..
우리가 그동안 알면서도 외면했거나,
혹은 몰라서 외면했던 것들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코로나-19 팬데믹도, 이번 최악의
정부도 제 삶에 영향을 굉장히 많이
끼친 것 같습니다. 물론 제 생에...
두 번은 겪고 싶지 않습니다. ㅠㅠ....)

---

책 제목처럼..
여전히 내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전히...
우리의 노력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눈을 감는다면..
결코 이 내란은 끝낼 수 없습니다."

이 책의 메시지들은 어쩌면 모두..
해당 메시지에 따라 붙는 '디테일'
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책 <행복의 기원>에서 인용..)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간절한 마음으로 바래봅니다.

소장용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두 권 사면 베개로도 좋을 듯. ^^)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끝!!

해당 리뷰는..

#헤세드의서재
@혜진 모집
@사이드웨이 도서 지원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지금 여기,
한국을 관통하는 50개의 시선

포커스 그룹 인터뷰 모음집

#그러므로내란은끝나지않았다

#김정인 #손우정 #이미현
#이원재 #정연순 #정욱식
#추은혜

우리가 눈을 감으면
결코 이 내란은 끝낼 수 없다.

포기하지 않으면 늘 희망은 있다.
#북스타그램 #바닿늘 #바닿늘강추

비슷한 주제의 글은..

#바닿늘정치
#바닿늘교육



아래에서부터는 해당 책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최소한으로) 수정 되었습니다.



프롤로그
비상계엄 사태를 단지 윤석열이라는 검사 출신 대통령과 그 주변의 비정상적 일탈로만 해석한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시대착오적이고 망상과 같은 시도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계엄 해제와 탄핵 절차를 보이콧한 집권 여당, 헌정질서 회복을 외면하다 못해 방해한 국무위원들, 계엄령을 지지하고 탄핵 반대를 외치며 극우 담론에 공명한(*함께한) 적지 않은 국민들, 법원에 대한 폭력적 공격과 거짓 선동의 확산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한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문제가 아니었음을 보여줍니다. 내란 극복과 파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은 우리 사회의 건강함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법무법인 경 공익연구소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이번 사태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공동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사건의 규모와 함의 그리고 그 영향이 너무 크기에 가능한 한 입체적이고 다양한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평가하며 각계에서 오랫동안 탁월한 식견을 보여준 이들의 제안을 모아 전반적인 과제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9개 분야의 전문가들이 4인 내지 5인씩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토론하는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통해 50인의 의견을 모았습니다. 참여한 전문가들은 법학자, 정치학자, 정치평론가, 기자, 연구자, 시민활동가, 변호사, 정신과 의사 등 다양한 직역(*특정 직업의 영역이나 범위)에서 우리 사회를 관찰하고 고민해 온 분들입니다. 책은 총 9장이며, 각 장은 인터뷰 결과의 핵심을 정리하면서 집필자가 자신의 견해를 더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_이번 책에 참여한 50인을 대표하여, 백승헌
p. 6~7



제5장 윤석열
문제적 인물, 윤석열(손우정 교육학자)

나르시스트는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나?
윤석열의 언술은 한때는 자유주의에 경도되었다가, 어느 순간 권위주의적 화법을 구사한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에는 철저한 반공 이데올로기에 포획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조차 일관성이 없다. 일관되게 남아있는 것은 '친구 집단', 즉 고등학교 동창뿐이다. 비상계엄도 고교 동창들과만 준비해서 감행했는데. 이건 "세상일을 도모하는 방식 중 가장 퇴행적인 길"(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현수)이다. 이런 경향이 지속되면 관계망이 계속해서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한동훈과의 결별 역시 이런 경향의 귀결일 수 있다.
김현수 역시 윤석열의 행보를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본다는 점에서 임선응(뉴스타파 기자)의 분석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정신보건 전문가들의 분석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들은 트럼프가 다크 트리아드(Dark Traid), 측 어둠의 성격 3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둠의 성격 3요소는 병적인 자기애에 빠져있는 나르시시즘, 조작과 거짓말에 능숙한 마키아벨리즘, 양심과 책임감 없이 포퓰리즘을 동원해 자신이나 차기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반사회적 경향인 사이코패스를 말한다. 김현수는 윤석열 역시 어둠의 성격 3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이 외에도 사디즘(*타인에게 고통을 주며 성적 쾌락을 느끼는 심리 상태)과 샤머니즘(*샤먼 혹은 무당이 신이나 영혼과 인간을 중재하며, 여러 현상을 다루는 원시적 신앙 체계) 연결까지 결합해 있다고 진단한다.

"(윤석열은) 어딜 가도 명령해야 하고, 자신은 그 누구에게도 순응하지 못하면서 꼭 자기가 이끌어야 하고, 자기 패거리를 몰고 다니고, 옳고 그름 보다 네 편 내 편은 중요하게 받아들이면서 사람들을 착취하거나 도구화했어요. 그리고 상황이나 맥락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못 견뎌 했죠. 이런 것이 바로 나르시시스트의 특징이에요." (김현수)

나르시시스트는 주변 사람을 패거리로 만들면서 어떻게 해서든 자기에게 신세를 지게 만드는 '공범화'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을 자신에게 복무하게 만들고, 자기에게 의존하도록"(김현수)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권력만이 아니라 술과 선물 등도 활용된다. 임선응은 문재인 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극심할 때 윤석열이 특활비를 많이 썼다고 덧붙인다. 나르시시스트로서의 윤석열은 이승원(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박사)의 설명처럼 자신을 중심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무속과 극우 유튜브도 도구적으로 활용했다.(…)

양극화된 사회, 지배 엘리트들의 카르텔, 검찰총장의 힘 등 윤석열의 당선 배경으로 거론된 것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국민은 현실의 안정적인 관리나 유지보다 무언가를 단숨에 바꿔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지금의 현실에서 (어떤 방향으로는) 벗어나게 해줄 힘이 있는 리더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물론 '윤석열'이라는 한국적 특수성이 있지만, 극우와 극좌의 부상, 포퓰리즘적 리더의 부상이라는 세계적 추세에는 좀 더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변화에 대한 열망이 다양한 형태로 반영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나르시시즘과 마키아벨리즘, 심지어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은 그것이 사기이든 진실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한 바를 향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대중적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요소일 수 있다. 이런 해석이 타당하다면 대통령으로서의 윤석열, 나르시시스트 대통령은 임선응의 단언처럼 아주 특수하고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라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는 지도자 캐릭터일 수도 있다. p. 159~163


제6장 극우
외로움의 시대, 극우를 키우다
(추은혜 변호사 겸 심리상담사)

새로운 연대의 조건들
ㅡ외로움을 넘어서는 실천적 방안
외로움과 박탈감이 극우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먼저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극우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극우는 물리적으로 없앤다고 해서 없어지는 정치세력이 아니다. 언제나 극우적 생각을 가진 이들은 일정 집단 존재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변방의 소수'로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다.(*여기서 말하는 '변방의 소수'는 급진적 극우를 의미)" 지금 우리는 극우를 정치적 소수로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발본색원하기 위해서 칼을 들이대는 순간 문제는 오히려 더 넓게 퍼질 수 있다.(…)

이는 '방어적 민주주의'의 원칙과 일치한다. 독일에서 나치의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된 이 개념은 민주주의가 자기 파괴를 막기 위해 취하는 예방적 조치를 의미한다. 핵심은 '운용의 역설'을 해결하는 것이다. 무제한적 관용은 결국 관용 자체를 파괴하는 세력까지 용인하게 되어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린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 필요가 없다는 것이 방어적 민주주의의 기본 입장이다. 우리도 극단주의를 법과 제도로 견제하는 방어적 민주주의 장치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독일의 헌법은 극단주의 정당을 위헌으로 규정해 강제 해산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고, 실례로 1950년대에 네오나치 성향의 사회주의제국당(SRP, 네오나치)과 공산당(KPD)을 각각 해산시킨 바 있다.(…)

방어적 민주주의는 어디까지나 민주 질서 수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여야 하기에 신중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명백한 폭력 선동이나 헌정질서 파괴 기도에 대해서는 법치가 엄정히 대응한다는 원칙을 확고히 함으로써 극단주의에 대한 억지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일제강점기와 독재 시절의 경험, 그리고 민주화 투쟁의 역사를 바탕으로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극우의 위험성을 인식시키는 교육도 필요하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민주주의가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피와 땀으로 쟁취한 것임을 가르쳐야 한다. 물론 법적·제도적 대응과 교육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극우의 사회적 기반이 되는 외로움과 박탈감을 해결하지 않으면, 극우는 계속해서 재생산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연대의 재구성'이다.
울산지방법원의 한 판사가 자살방조 미수 사건 판결문에서 남긴 말이 깊은 울림을 준다.(*울산지방법원 2019. 12. 4. 선고 2019고합241 판결)

"사람이 사람에게 한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은 혼잣말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지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그러한 믿음을 그에게 심어줄 수만 있다면, 그는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삶 역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하나의 이야기인 이상,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그 이야기는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차가운 법률 언어로만 여겨지는 판결문에서도 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 드러날 수 있다. 이 말은 극우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극우에 빠지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고,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극우 집단이 제공하는 소속감과 정체성은 강력한 유혹이 된다. 따라서 극우에 대한 궁극적 해답은 연대의 회복에 있다. 사람들이 혼잣말하지 않도록, 누구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민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자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과제다. p. 208~211


제7장 시민운동
두 번째 위기, 두 번째 교훈
(시민단체 활동가 이미현)

남태령과 신인류
2016년 박근혜의 국정농단 사건은 매주 광장을 채운 촛불집회를 통해 대통령 파면으로 귀결됐다. 2024년 다시 대통령 탄핵과 파면이 재현됐다. 적다면 짧은 8년의 시간차를 두고 일어난 두 개의 탄핵 집회는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이었다. 똑같은 역사란 없었다.
일례로 2016년 집회는 기존의 운동권 집회 문법을 많이 따라갔던 반면 2024년에는 시민들이 참여해 함께 만들었다고 할만한 요소가 많았다. 주최 측 발언은 최소화하고 미리 신청받은 시민들의 발언을 주류로 배치했다. 시민들의 손에 들려있던 '촛불'의 자리는 형형색색의 다양한 '응원봉'이 차지했다. 촛불은 아예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첫 집회를 준비하며 주최측이 사둔 만 개의 양초와 종이컵은 윤석열이 파면되는 그날까지 거의 그대로 남아있을 정도였다.
광장에 나온 집회 참가자의 구성에서도 변화가 체감됐다. 특히 2030 여성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실제 수치상으로도 이전과 확연히 구분되는 비중이다. 서울시가 제공한 '서울 생활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던 12월 14일 여의도에 모인 인구 중 20대와 30대 여성이 14만 7천여 명으로 전체의 28.4%를 차지했다고 한다. '촛불은 금방 꺼진다'며 시민들의 집회 참여를 얕잡아보던 한 보수 정치인의 말에 질세라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내가 가진 물건 중에 가장 빛나고 소중한 응원봉을 들고나왔다."라는 세대가 바로 이들이다.
압도적인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2030 여성들이 바꿔놓은 집회의 풍경이었다. 음악과 구호, 집회 분위기와 연대의 전형까지 모두 달라졌다. 응원봉과 케이팝으로 구성된 집회 플레이리스트는 그 시작이었을 뿐이다. 비상행동 활동가들이 체감하는 이들의 연대와 '물량 공세'는 과거 어떤 집회에서도 느끼지 못한 경험이었다 "초콜릿도 주고, 떡도 주고 행진 사회자들에게는 추우니깐 뜨거운 물도 갖다주고"라며 지난 겨울 내내 2030 여성들로부터 먹을 것을 정말 많이 받았다고 단체 활동가들이 증언할 정도였다. 아마도 12월 7일 국회 탁핵소추안이 1차 부결된 후 '낙담'보다는'결국 우리가 해낸다'라는 열기가 국회 앞을 가득 채울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뜨거운 연대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집회를 하면 대표나 주요 단체 주최자들이 맨 앞에 앉거나 했는데 어느 때부터, 아마 국회부터 시작이었을 거예요. 응원봉을 든 젊은 여성들이 새벽부터 준비하고 비상행동 활동가와 비슷한 시간이나 더 이전부터 와서 앞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자리 잡는 게 일종의 덕질 문화이거든요."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12·3 비상계엄이 터지고부터 윤석열이 파면되기까지 약 4개월간 광장에서 함께 했던 시민들에게 가장 가슴이 몽클했던 순간이 언제나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골바람이 매섭게 불던 남태령의 동짓날 긴 밤을 꼽을 것이다. 전국농민회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 행렬이 서울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부근에서 경찰들이 세운 차벽에 가로막혔다. 이 상황이 'X'를 통해 알려지면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연대하러 모였고, 이는 추위 속에서 서로를 돌보고 이해하게 되는 밤샘 집회로 이어졌다. 그날 밤 남태령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상당수도 2030 여성들이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응원봉처럼 농민에게 소중한 트랙터를 끌고 나온 것"이라는 한 시민의 발언처럼, 2030 여성들의 '감각'과 '방향', '연결'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남동 집회도 마찬가지였다. 시민들이 먼저 나서고 비상행동이 따라 간 집회였다. 밤이 깊어져 집회를 끝내려고 해도 시민들이 줄어들지 않았다. 이에 비상행동 상황실에서는 밤샘 집회를 급히 결정하고 시민 발언과 공연을 이어갔다. 밤새 눈발이 날리고 온도가 크게 떨어졌지만 시민들이 보내준 은박담요, 난방 버스, 푸드트럭 등이 도착하며 걱정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강추위 속에서 눈을 맞으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턴 '키세스단'은 시민들이 쏟아준 힘으로 그 밤을 버텨냈다. 비상행동 활동가들도 시민들이 보내온 정성 덕에 키세스단과 함께 삼 일 밤낮 거리를 지킬 수 있었다. 행사 기획팀과 상황 실장들, 무대 음향 담당자들은 한시도 무대 곁을 떠날 수 없어 날이 갈수록 초췌해졌다. 그래도 시민들이 보내준 샌드위치, 주먹밥, 컵라면, 어묵으로 끼니를 때우고 잠깐씩 난방 버스나 개인 차량에 앉아 쪽잠을 자며 버텼다.

"여성단체에서는 2030 세대의 여성들은 뭔가 인류의 종이 바뀌었다고도 얘기해요. 감각과 방향과 연결, 이런 것들에서요. 저만 해도 운동이라는 것을 학교에서, 사회에서 배우고 공부로 배워서 시민운동을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최근 2030 여성들은 정말 자기 삶의 현실에서 부닥치며 느꼈던 여러 가지 힘을 가지고 사람들과 연대하거나 이런 데 참여하는 것 같은 거예요. (중략) 한강진에서 2박 3일간 밤샘했을 때 급하게 물품 지원을 위한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어요. 700명 정도가 모였는데 거의 다 여성들이었어요. 자기의 모든 자원과 SNS를 동원해서 난방 버스 물품을 사고 나르는 걸 봤을 때, 뭐라고 해야 하지? 가치관과 방향의 문제나 평등에 대한 감각이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건가 하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어요. 이러한 2030 여성들의 특성은 자기가 실제로 겪은 차별과 폭력의 현장에서 경험한 것을 통해 '나라도 무엇인가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작동했다고 생각합니다." (양이현경)

'인류의 종이 바뀌었음'을 알려준 2030 여성들의 적극적인 연대와 참여는 '남태령 대첩'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날 밤 뜨거운 연대와 승리를 경험한 시민들이, 그리고 남태령에 가지 못해 부채감을 느낀 시민들이 새롭게 연대할 대상을 찾기 시작했다. 그 뜨거운 응원은 세종호텔, 구미 한국 옵티칼 공장에서 고공 농성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전해졌다. 동덕여대 학생들과 장애인 차별 철폐 운동을 벌이는 인권 단체에도 이어졌다.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을 위한 모금 캠페인도 그 대상 중 하나였다. 2030 여성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에 후원하자는 글이 올라오자, 모금 사이트 서버가 두 번이나 다운될 정도로 많은 이들이 기부에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의료센터 후원자의 구성은 전체의 70%가 20~30대, 여성이 80%로 완전히 바뀌었다. 뭔가에 동참하고 싶을 때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적극 모색하고, 참여와 연대로 자신들의 공감하는 감정과 의사를 표출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뭔가에 동참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잖아요. 그런데 이번 광장에서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모두가 자기표현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푸드트럭이든, 응원봉이든, 선결제든, 꼭 광장에는 안 나오더라도요. 옛날하고 확실히 달라진 게, 사람들이 자기표현을 주저하지 않고 '내가 이렇게 행동해도 될까, 안 될까?'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모색해서 실제로 표현해 냈다고 봐요. 이게 젊은 세대들의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엄미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이렇게 열심히 집회에 나오고 열정적으로 임하는 2030 여성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첫 반응은 '대견하다'는 것이었다. 이제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식의 해석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돌아온 2030 세대의 답은 '우리는 언제나 광장에 있었다'는 것이었다.

"2030 여성들이 갑자기 나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일어났고, 한국 사회에서는 강남역 살해 사건 이후로 모든 여성이 각성했다고 얘기하거든요. 내 일상의 안전이 위협받은 거죠. 성차별, 폭력의 문제에 스스로 각성하고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까지 왔어요. 여성들은 실제로 자신들의 경험에서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혼자 있을 게 아니라 광장에 나가서 뭐라도 하고 연대도 하고 연결도 해야겠다'라고요. 저는 이게 남태령과 한강진으로 다 이어지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2030 여성들은 그 감각을 스스로 체득했고, 사회 변화를 어떻게 가져갈지 광장에서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양이현경)

실제로도 퇴진 집회에 나온 청년 중 상당수는 이전에도 여러 집회에 참여한 정험이 있다. '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들(윤퇴청)'이 올해 초 윤석열 퇴진 집회 참여 경험이 있는 10~30대 청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954명 중 여성이 76.7%였는데, 이들 중 이전에 다른 집회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63.1%에 달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 중 여성 다수는 성평등 집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과거에는 광장에 나온 여성들을 '촛불소녀', '유모차(유아차)부대' 등으로 부르며 집회의 이색적인 현상인 양 취급했다. 그러나 2030 여성들은 항상 광장에, 집회 현장에 있었다. 무엇보다 여성 관련 의제가 불거졌을 때마다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2016년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이상동기 범죄 살인 사건), 2018년 미투 운동과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혜화역 시위, 낙태죄 폐지 촉구 시위, 2024년 딥페이크 규탄 시위 등 성평등 관련 집회에 많은 여성들이 참여했고 거리에 나섰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언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와 저항 의식이 축적된 것도 그들이 집회에 참여한 계기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이러한 경험들이 광장에서 연대하고 연결하는 것이야말로 사회 변화를 가져오는 방식이라는 것을 체득하는 계기가 되었다. p. 232~2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