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시간에 잠깐 만나봤음직한 소현 세자의 삶을 직접
전해들었다. 이역만리 볼모로 끌려들어가 수모와 고통을 당했음은 짐작하고도 남겠지만 소현 세자가 들려주는 수많은 상황과 환경들은 그를 좀더
담담히 현대로 끌어내려와 준거 같다. 역사적으로 소현 세자가 누군가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우리의 역사고 청나라에 볼모로 7년간 살다
간신히 돌아왔으나 조선에 들어온 직후 짧은 시간에 죽음을 맞은 세자이기에 그의 석연친 않은 죽음뒤로 궁금해질것이 참으로 많기 때문이다.
소현 세자가 현대에 나타났다. 이책을 읽고 있자니 지난번 너무도
충격적으로 큰 재미를 주었던 <시그널>이 생각난다.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는건 아니지만 <소현세자>임이 틀림없을
자신의 이야기를 주저없이 하는 한 남자는 그렇게 조선의 부끄러운 과거, 곧 자신의 이야기를 여과없이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해주는 형식으로
이책은 씌여졌다. 이름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초코파이를 무심히 건네주는 이남자는 <존>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현대의
<나>는 또 한명의 화자가 되어 <존>과 <나>의 관계가 무척 궁금하게 전개되는 가는 중 마지막 반전에서
아~!!하게 만드는 매력많은 책이다.
자신이 부끄럼 많은 소년이요, 먹는것에 욕심많은 아이였다는 고백과
함께 덤덤히 볼모시절의 이야기를 해주는 <존>, 그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믿는 <나>는 존의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자신의 정체를 조금씩 드러내보이기도 한다. 색다른 특이한 형식이라 이책은 참 재밌다. 미리 예측할 수 없어서 더 재밌다. 어린이, 청소년
책이지만 탄탄한 글의 맥락이 어른인 내가 봐도 정말 감탄스럽게 다가오는 역사다. 소현세자하면 비운의!!!라는 단어가 가장 잘 따라나닐테지만
소현세자 자신은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였기에 자신의 나라를 이렇게 망쳤다는 자책감을 가지고 정말 부끄러워 하고 있다.
너는 왜 만주어를 공부하지
않느냐?
너의 악함으로 나라가 망하고 백성이 고통 겪은
것을 아느냐?
잡혀왔다는 슬픔에 갇혀있던 세자에게 만주족 황제는 이렇게 말했다.
역관의 통역내용을 듣고 소현세자는 정말로 부끄러웠노라 말한다.분노와 슬픔뒤로 이렇게 부끄럽게 만들기도 한 황제는 대청국 왕답다라는 생각까지
품었다고 한다.

삼배구고의 예를 마친 아버지와 내가 황제의
허락을 받고 단위에 올라 여러 친왕들 사이에 자리를 잡자,~
황제는 우리를 보며 만주어로 무언가를
말했습니다. 여런 친왕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습니다.~
나는 그냥 있기 멋쩍어 아주 살짝, 뭐가 좋아서
웃느냐는 식으로 책잡히지 않을 정도의
미묘하고도 외교적인 미소를 부드럽게
지었습니다.
하지만 조선 출신 역관을 통해 곧바고 전해
들은 황제의 말에
이제는 두 나라가 한집아닝 되었다는 그 명쾌한
족보정리 내기 친족 결합 선언의 말에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쌀밥 먹다 돌을 씹었으나 보는
눈이 많아 뱉을 수도 없는 애매한 표정만 지어야 했지요.
소현 세자는 전쟁에서 패하고 망한 뒤의 암담함을 이렇게
이겨내고 있었다. 그래서 <존>이 말하는 당시당시의
상황이
눈앞에서 재현이 되는듯한 상상을 하는 <나>처럼 독자인
나도 당장 다시 울컥해지는 기분이 들었더랬다.
추레하고 야윈 존이 오래전 어느 날 <나>와 함께
살았었다고 믿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더욱 현실적으로 끌어내주는 방법 같다.
볼모로 잡혀 올수 밖에 없었던 나태하고 게으른 자기반성을
하면서
백성을 저버리고 고통받게 했다는 소현 세자의 통렬한
자기반성은
확연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역사에 관심없는 이라도 이책 한권을 읽다보면
소현세자의 아픔을
다 공감하면서 그의 참회를 아프게 아프게 들여다볼수 밖에 없을
테다.
그래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더 많이 공부하고 더 크게 어질어서
온 나라를 바르게 세워야 할테다.
촛불집회의 대담함을 선보였던 의지로
소현세자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