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우리 밥상에 자주 오르는 고등어는 가장 담백하고 가장
서민적인 식품이다.
은백색의 싱싱함을 전해주는 고등어의 의미를 떠올려본다면
공지영작가가
선택한 책이 제목 '고등어'는 어떻게 해석해 볼 수 있겠나
생각해본다.
1994년 '고등어'가 처음 나와 지금 2017년 다시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4판째
시대의 아픔을 토로하고 있다.
80년대 초반의 혼란스런 상황속에서 민주화에 갈망하고
목숨까지 바쳤던
젊은이들의 삶과 의식을 담아낸 책으로 요즘 청소년들에겐
생소할 버전이긴 하다.
하지만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알려준 영화도 많이
나오는 지라 공감대를 자애내지는
못하지만 현대사의 열정적이고 정직했던 모습을 바라볼 좋은
기회가 될듯임은 분명하다.
데모니 집회니 하는 단어들은 낯설지만, 시대를 아파했던
80년대의 적나라한
모습이 <고등어>로 재현된 것은 반갑다.
시대를 아파했던, 그리고 여전히 '등이 푸른 자유'를 꿈꾸는
모든 청춘에 대한 연민과 위로를 담은 소설
그시대에 약대를 다녔단 하면 앞으로의 앞날이 창창할것은 두말없는
사실인데 그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불의한 세상에 맞선 젊은이 '은림'의 삶이 암담하게 그려져 있다. 자신뿐 아니라 그
오빠마저도 고문에 못이겨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평생 살아갈 운명이다. 은림의 유고일기로 시작된 이책은 처음부터 그녀가 불운한 생을 마감했구나
하는 결과를 안고 시작할 수 밖에 없다. 누군가 시킨 것도 아닌데 모두 일어섰고 민주화를 위한 자유를 꿈꾸며 투쟁했다. 그 시대를 기억하며 읽는
글이라면 다시한번 분연하게 주먹이 쥐어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요즘 언론을 통해 드러나는 이전 정부들의 각종 비리는 개탄을 넘어
어이상실을 달리고 있는 실정인지라 독재정치시절의 <고등어 이야기>는 과연 이런일이 진짜 벌어졌나 의심조차도 시간낭비라고 바로
느껴질듯하다.
최신의 과학발전을 눈앞에 둔 때인지라 전화 녹음기에 저장된 음성녹음
메세지를 듣고 있는 주인공 명우의 행동은 많이 낯설다. 80년대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아져 있으니 공감대는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많지만
과거를 들여다보는 우리는 <고등어>를 아주 경건하게 맞이해야 할듯하다. 80년대 노동운동을 함께 했던 개인의 희생적인
모습이 지금의 자유로운 시대를 이끌어주었으니 말이다. 명우와
은림의 불륜이라는 관계가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불편스럽게는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없다. 다른 소설에서 본다면 불륜이란건 정말 자극적인
소재이나 <고등어>에서 만큼은 많이 연민적이다. 명우의 옛애인, 옛 아내, 현재 애인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아찔한 장면도
연출되지만 그런 애정관계를 넘어서는 시대적 고통을 담아내었기 때문에 아픈 역사에 대한 젊은이들의 고민을 볼 수 있어 이책이 자꾸 제판을
하는구나 공감한다.
자신들이 그토록 열망했던 시대는 왔지만 은림의 입장이나 명우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고통이 너무 컷다. 명우의 현재애인 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과거에 얽매여 집착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써줘. 형이 지금 쓰고 있는
이긴 사람들 이야기 말구 잃어버린 사람들.....하지만 빼앗기지는 않았던 사람들.그래서 스스로 잃어버렸던 세대들, 잃어버리고도 기뻤던
우리들......그때." 하다못해 자신들을 위해 테니스를 배우지도 않았고 자격증을 따기위해 시간도 마련하지 않았던
미련한 세대였지만 절망적인 사회에서 희망을 찾고자 했던 80년대 운동권 학생의 모습이 지금 위로를 찾으며 독자를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