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두 사람은 말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으며, 태양은 가난한 땅 위로 떠올랐다.
드바노프는 머리를 숙이고 있었는데, 평평한 장소를 따라 걸어가는 단조로운 움직임 때문에 그의 의식은 축소되었다. 드바노프는 지금 자기 심장이, 부풀어 오른 감각의 호수의 압력으로 끊임없이 전율하는 둑과 같다고 느끼고 있었다. 감각은 심장에 의해 높이 올라갔다가, 이미 완화된 사유의 흐름으로 변하고 난 후, 심장의 다른 면을 따라서 흘러내렸다. 하지만 둑의 위로는, 인간에게 관여하지는 않지만 인간 안에서 값싼 급여에 선잠을 자곤 하는 바로 그 문지기의 경비 불꽃이 항상 타오르고 있었다. 이 불꽃 덕분에 가끔씩 드바노프는 부풀어 오른 감각의 따스한 호수와, 그 둑 너머, 자기 속도 때문에 식어 버린 사유의 긴 흐름이라는 두 공간을 모두 볼 수 있었다. 그러자 드바노프는 자신의 의식을 살찌우지만, 또 제동을 걸기도 하는 심장의 작업을 따라잡을 수 있었으며, 행복해질 수 있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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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샤, 너 괴로운 일은 없니?"
"없어요." 양아버지의 습관에 익숙해진 사샤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자기의 의혹을 이어 가며 자하르 파블로비치는 말했다. "모두 반드시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면 그렇지 않을까?"
"모두 살아야만 해요." 아버지의 슬픔을 조금 이해하면서 사샤가 대답했다.
"뭘 위해 살아야만 하는지, 어디서라도 읽은 적 없니?"
사샤는 책을 덮었다.
"살면 살수록 더 잘 살게 될 거라는 말을 읽었어요."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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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내부에서 무언가가 찌르듯이 아팠다. 흡사 심장을 뒤집은 다음 서투른 손놀림으로 저며 내는 것 같았다. 자하르 파블로비치는 거대하고 흡사 무너져내릴 것 같은 자연에 의해 짓눌린 저 먼 곳으로 철길을 따라 떠나던 프로슈카의 작고 여윈 몸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자하르 파블로비치는 분명한 사상도, 말의 복잡성도 없이, 자신의 인상적인 감각의 따스함 하나만으로 생각했는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웠다. 그는 자신이 나쁘다는 것을 모르던 프로슈카의 애처로움을 보았으며, 프로슈카나 그의 교활한 삶과는 동떨어져 작동하 - P76

는 철도도 보았다. 그러고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왜 슬픈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름도 없는 자신의 슬픔에 애통해했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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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 인간은 노동 속에서 스스로를 능가하여, 자기 생의 의미보다도 더 훌륭하고 견고하게 물건들을 만들어 낸다. 게다가 자하르 파블로비치는 인간의 바로 그 불타는 흥분된 힘, 노동하는 인간에게서는 어떠한 출구도 찾지 못한 채 침묵하고 있는 힘을 기관차에서 찾아냈다. 통상, 수리공은 술이 취하면 이야기를 잘하는 법이고, 기관차를 모는 인간은 자기가 기관차라도 된 양 거대하고 무시무시하게 여겨지는 법이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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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이 되었다. 귀뚜라미는 토담 밑에서 목소리를 한번 시험해 보고는, 마당과 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어린 시절의 어느 고향으로 이어지는 담을 자신의 노래로 감싸면서 오랫동안 울어 댔다. 사샤는 어둠 때문에 변화된, 그렇지만 여전히 친숙한 건물과 바자울, 그리고 무성한 풀숲에 던져진 썰매 손잡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것들이 마치 자신과 같지만, 침묵하고 움직이지 않으며, 언젠가는 영원히 죽어 버리리라는 사실이 가여웠다.
사샤는 만약에 자신이 여기를 떠난다면, 자기 없이 이곳 마당에 있는 모든 것은 더 외롭게 살게 될거라고 생각하며, 자기가 이곳에 필요하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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