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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월 일기
권남희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9월
평점 :
#도서협찬

나이가 들어도 인생에 '방학'은
필요하지 않을까?
@dasanbooks
🌸 안식월 일기
🌸 권남희 에세이
✔ 일본문학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
🌸 ‘한 달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도 괜찮을까?’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했다.
권남희 작가의 『안식월 일기』는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온전히 시간을 내어주는 기록이다. 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며 살아가는 나에게 ‘잘 쉬는 것도 삶의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조용히 알려주는 책이었다.
특별한 계획 없이 느긋하게 보내는 시간, 맛있는 것을 먹고 걷고 바라보고 생각하는 평범한 하루들이 오히려 참 좋았다. 꼭 멀리 떠나야만 여행이 되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의미 있는 시간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 보니 나도 언젠가는 나만을 위한 ‘안식월’을 가져보고 싶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조금 늦게 일어나고 천천히 걷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도 가끔은 멈춤이 필요하다.
쉬는 것이 게으름이 아니라 다시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충전일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 책이다.
🌸 본문
p018
정말로 이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인 것 같아요.
일본 국내도 그렇고, 전 지구적으로도 그렇고요.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은 미루지 않고,
지금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p027
순식간에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매일 아침 우에노 공원을 산책하고, 공원 안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글도 쓰고 번역도 해야지. 벚꽃 활짝 핀 벚나무 아래에서 책도 읽어야지. 오전에는 일하고, 오후에는 시내를 돌아다니고, 저녁에는 근처 아메요코 시장에서 맥주 한잔해야지. 생각만 해도 꿈 같다. 드디어 나도 안식월을 맞이하는구나. 정말 열나게 달려왔다.
p057
이고슨 언제나 초보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한다. 20대, 30대 때는 이곳에 정말 많이 왔다. 번역할 만한 원서를 찾으러 번역가로 유명해지겠다, 성고하겠다는 생각은 감히 한 적 없다. 번역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p079
도쿄도 돌아올 때는 복잡한 전철이 아니라 신칸ㄴ센을 탔다. 오늘 하루가 마치 일본 드라마 한 편 같았다. 자그마하고 아름다운 마을에서 소설가와 개와 번역가와 함께 보낸 하루.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일들, 상상도 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난 하루.
앞으로도 계속 그녀의 소설을 번역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다녀온 후, 이토 씨가 블로그에 "이 사람이 내 책 번역가여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쓴 문장을 읽고 기뻤다. 나도 당신의 책 번역가여서 행복합니다.
p092
하루 동안 2만 2000보를 걸었다. 삼분의 일은 헤매느라 걸었을 것이다. 구글맵을 닫고, 가마쿠라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츠바키 연애편지』를 번역하기로 했다. 여행도 번역도 결국은 같은 과정 같다. 길을 찾고, 길을 잃고, 다시 길을 만들고. 아이고, 번역 30여 년 차에 큰 깨달음 얻었네. 누가 보면 가마쿠라 가서 도로 공사라도 하고 온 줄 알겠다.
p158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노트북을 꺼내 일을 좀 하고 나왔더니, 어느새 밖이 어두워져 있었다. 조명이 켜진 스텝 광장은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대형 꽃 오브재 앞에 제일 많이 모였다. 나를 이곳으로 오게 만든 오브제에 감사했다. 아니, 사진을 찍어 올린 사랆에게 감사를 해야 하나. 아니, 이것을 발견한 내게 감사해야 하나. 아무튼 모드 감사하다. 덕분에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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